
류큐 왕국의 궁중에서 시작된 구미오도리(組踊)는 단순한 연극을 넘어 외교와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 예술 형식은 18세기 초, 당시 오도리 부교로 활동하던 타마구스크 쵸군(玉城朝薫)이 창작한 것으로, 중국 황제의 사신인 책봉사(冊封使)를 맞이하는 자리에서 선보이기 위해 고안되었다.
1719년, 쇼케이왕(尚敬王)의 즉위를 축하하는 책봉 의례 자리에서 니도우테키우치(二童敵討)와 슈우신카네이리(執心鐘入) 가 처음 공연되며 구미오도리의 역사가 막을 올렸다. 당시 이 공연은 왕국의 권위와 세련된 문화를 중국에 보여주는 외교적 도구였으며, 동시에 류큐 내부적으로도 예술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었다.
타마구스크 쵸군은 전통적인 류큐의 설화와 예능을 기초로 삼으면서도, 일본의 노(能)와 가부키, 그리고 중국 연극의 요소를 조화롭게 접목했다. 이를 통해 그는 류큐 왕국만의 독창적인 공연 예술을 창출했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다섯 작품은 니도우테키우치, 슈우신카네이리, 메카루시(銘苅子), 온나모노구루이(女物狂), 코우코우노마키(孝行の巻)로, 오늘날까지도 ‘쵸군의 5번’이라 불리며 높은 완성도와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구미오도리는 음악, 무용, 연기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 예술이다. 공연은 전통 음악의 반주에 맞춰 배우들이 격조 높은 몸짓과 대사를 주고받으며 진행된다. 극적 구성을 통해 인간의 욕망, 효도, 의리와 같은 보편적 주제를 다루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무대와 의상, 동작의 섬세한 표현은 당대 류큐의 사회·문화적 풍요로움을 보여준다.
시간이 흘러 왕국이 사라진 뒤에도 구미오도리는 명맥을 이어왔다. 1972년에는 일본 정부로부터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며 국가 차원의 보존 가치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 더 나아가 201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세계무대에서 그 가치를 공고히 했다. 이는 단지 한 지역의 전통예술을 넘어, 동아시아 문화 교류사의 산 증거로 평가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오키나와를 비롯한 다양한 무대에서 공연되는 구미오도리는 관광객과 연구자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문화적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보존·전승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어, 과거 왕국 시대의 유산이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고 있다.
공연정보
니도우테키우치(二童敵討)
9월17일(수)-9월20일(토)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무료 이용 가능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진행되는데
1부에서는 ‘구미오도리를 즐기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구미오도리 감상법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2부에서는 타마구스크 쵸군의 명작 니도우테키우치를 기능보유자의 지도를 받아 중견과 젊은 실연가(實演家)들을 중심으로 공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