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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선보 칼럼] 가을, 오감으로 스며드는 계절의 속삭임

심선보

어느덧 푸르렀던 여름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상쾌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것을 느낀다. 길고 뜨거웠던 여름날의 기억이 마치 아지랑이처럼 아득하게 사라져 갈 때, 우리 마음속에 조용히 찾아드는 변화의 바람이 있다. 이는 단순히 기온의 변화를 넘어, 우리 주변의 모든 감각을 깨우며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자연의 섬세한 신호다. 특히 '가을이 오는 소리'는 귀로 듣는 것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피부로 느끼는 오감 전반에 걸쳐 우리에게 속삭이는 계절의 언어와 같다.

 

여름의 끝자락은 항상 묘한 아쉬움과 함께 찾아온다. 밤하늘을 수놓던 무성한 별빛 아래, 한결 서늘해진 바람이 불어와 땀에 젖었던 몸과 마음에 시원한 휴식을 선사한다. 이 바람은 마치 뜨거웠던 여름과의 작별을 고하고, 다가오는 가을을 예고하는 속삭임 같다. 어딘가 모르게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이 바람 속에서 우리는 계절의 오묘한 흐름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가을이 오는 첫소리는 이렇게 바람에서 시작될 것이다. 맴돌던 매미 소리가 잦아들고, 그 자리를 시원하고 건조한 바람이 채우는 소리 말이다. 이 바람은 나뭇잎 사이를 스치며 '사각사각' 하는 소리를 만들고, 때로는 멀리서 들려오는 풍경 소리처럼 아련한 그리움을 실어 나르기도 한다. 이는 내면의 고요함을 찾아가는 명상의 시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시각적으로도 가을은 다양한 소리를 들려준다. 짙푸르던 잎사귀들이 노랗고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은 마치 자연이 붓으로 그린 그림이 바람에 흔들리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들리는 듯하다. 저마다의 색깔을 뽐내며 떨어지는 낙엽은 짧지만 찬란한 생명의 마지막 춤을 추는 듯하고, 이들이 땅에 내려앉는 '툭' 하는 소리는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자연의 엄숙한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후각을 통해서도 가을은 자신을 알린다. 신선한 흙냄새, 잘 익은 곡식과 과일의 달콤한 향기는 코끝을 스치며 가을만의 풍요로움을 속삭인다. 이 향기들은 마치 어린 시절 추억 속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의 티켓처럼, 우리에게 평화롭고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 같은 소리다.

 

가을의 소리는 또한 사람들의 발걸음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름 내내 땀 흘리며 바쁘게 움직이던 걸음들이 가을바람과 함께 조금은 여유로워지는 듯하다. 커피 한 잔을 들고 고즈넉한 길을 걷거나, 가족, 연인과 함께 단풍놀이를 떠나는 사람들의 재잘거림 속에서도 가을의 낭만이 피어난다. 잔잔한 음악을 듣거나, 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펼쳐 들고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에도 가을의 감성은 우리를 감싼다. 이는 어딘가 모르게 차분해지고, 서로를 더 보듬어주고자 하는 마음의 소리가 아닐까.

 

이처럼 가을은 특정한 소리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감각의 합창이다. 우리 주변의 작은 변화에 귀 기울이고, 계절이 전하는 속삭임에 마음을 열 때, 우리는 비로소 가을이 선물하는 진정한 아름다움과 깊은 사색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심선보]

칼럼니스트

머니파이 대표

금융투자 강사

월간 시사문단 신인상 시부문 작가 등단

저서:초보를 위한 NPL투자 가이드, GPL투자 파이프라인

메일 : ssonbo@nate.com

 

작성 2025.09.19 11:00 수정 2025.09.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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