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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사라져도 사랑은 남는다” 일본을 울린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힘

수학이 전하는 따뜻한 휴머니즘

 

 

 

 

기억은 사라져도 사랑은 남는다” 일본을 울린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힘

 

 

80분의 기억그러나 영원히 이어지는 관계

 

오가와 요코의 장편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교통사고로 인해 새로운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노수학자와그를 돌보게 된 가사도우미 ’, 그리고 그녀의 아들 루트가 만들어 가는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박사의 기억은 시계처럼 80분마다 초기화되지만그의 따뜻한 성품과 수학에 대한 애정은 결코 희미해지지 않는다.

 

주인공 는 서른이 채 되지 않은 젊은 미혼모로열 살배기 아들을 키우며 생계를 위해 가사도우미로 일한다그녀는 특별 관리 고객으로 분류된 박사의 집에 파견되며 처음 그와 마주하게 된다첫 만남에서 박사는 인사 대신 그녀의 신발 치수를 묻고집 안에는 빼곡한 메모지가 붙어 있다낯설고 괴팍해 보이는 노학자의 모습은 불편함을 자아내지만곧 그것이 수학을 매개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그의 방식임을 깨닫게 된다.

 

기억이 계속 사라지는 탓에 박사와 는 매일 아침 처음 보는 사람처럼 다시 인사를 나눈다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 와 아들 루트는 점차 박사와 가까워지고마침내 그의 첫 친구가 된다기억은 매번 사라지지만그들과 나누는 따뜻한 감정은 매번 새롭게 싹트며 영원히 이어진다이는 단순한 기억의 유무를 넘어인간 관계의 본질이 무엇인지 독자에게 되묻게 한다.

 

숫자와 야구로 맺어진 특별한 삼각형

 

이 소설의 가장 독창적인 매력은 수학이라는 학문적 언어를 인간 관계와 삶의 은유로 풀어낸 점이다박사에게 수는 단순한 계산의 도구가 아니라세상과 소통하는 언어이자 타인과 연결되는 다리다.

 

대표적인 예가 우애수. ‘의 생일에서 비롯된 숫자 220과 박사의 손목시계에 새겨진 번호 284는 서로의 약수를 합했을 때 상대의 수가 되는 쌍으로흔히 보기 힘든 특별한 관계를 상징한다이 두 수가 우애수라는 사실은 박사와 의 관계가 우연이 아니라 깊은 인연임을 암시한다.

 

또한 한신 타이거스는 세 인물을 하나로 묶는 또 다른 매개체다야구에 대한 박사의 열정은 어린 루트와의 공감대를 만들고함께 경기를 보고 야구 카드를 모으는 과정에서 셋의 유대는 더욱 두터워진다특히 투수 에나쓰의 등번호 28이 완전수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수학과 스포츠그리고 인간 관계가 기적처럼 맞물리며 서사의 완성도를 높인다.

 

수학과 야구두 세계는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박사가 사랑한 수식』 속에서는 서로를 보완하며 삶의 다채로운 빛깔을 드러낸다이처럼 이야기는 수학적 기호와 스포츠의 열정을 매개로 인간적 유대를 섬세하게 직조해낸다.

 

수학이 전하는 따뜻한 휴머니즘

 

많은 독자들이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특별하다고 느끼는 이유는이 작품이 단순히 수학적 지식을 나열하는 소설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박사의 수학은 정답을 맞히기 위한 공식이 아니라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한 언어로 기능한다.

 

박사는 기억을 잃어도언제나 숫자와 수식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한다그에게 신발 사이즈는 몇인가요?”라는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상대와 연결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이런 방식은 숫자가 단절된 기호가 아니라 인간적 교감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임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수학을 차갑고 난해한 학문이 아니라 따뜻하고 인간적인 체험으로 전환시킨다소수와 정수우애수와 완전수 같은 용어들이 등장하지만독자는 이를 어렵게 느끼지 않는다오히려 수학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조화나아가 인간 관계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오가와 요코가 그리고자 한 것은 기억 상실의 비극이나 수학의 엄밀성이 아니라삶의 본질적 가치와 인간다움이다기억은 덧없이 사라져도타인과 나누는 진심과 사랑은 끝내 남아 삶을 지탱한다는 메시지가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의 이유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2004년 일본에서 출간되자마자 제1회 일본서점대상과 제55회 요미우리문학상을 휩쓸며 전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한국에서도 꾸준히 입소문을 타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고서울시교육청 권장도서와 출판인회의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며 세대를 초월한 독자층을 확보했다.

 

이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하다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 관계의 따뜻함을 수학이라는 신선한 매개로 풀어냈기 때문이다특히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으로도 손색이 없으며수학을 어렵게 느끼던 독자에게도 새로운 감동을 준다.

 

또한 이번 개정판에는 박사의 모델이 된 수학자 후지와라 마사히코의 해설이 추가되어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수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소설의 매력과 탄생 배경은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며작품이 가진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기억과 망각사랑과 우정수학과 삶이 서로 얽혀 만든 하나의 방정식이다그리고 그 답은 언제나 인간적인 따뜻함이다.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기억은 사라져도 사랑은 남는다는 메시지를 통해 일본과 한국 독자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이 작품은 인간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동시에수학이 어떻게 삶의 은유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숫자와 수식은 차갑고 고립된 기호가 아니라타인과 연결되고 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언어다기억이 80분마다 사라지는 박사의 삶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듯독자는 이 소설을 통해 영원히 잊히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묻게 된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5.09.22 08:50 수정 2025.10.1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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