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망원경 3
길 끝에는 반짝이는 날개를 펼친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수많은 별빛을 한 몸에 두른 듯 화려하게 빛났다.
옷자락은 황금빛으로 흘러내렸고, 날개는 수정처럼 투명하게 반짝였다.
그녀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주변의 어둠은 물러나고 세상이 환하게 밝혀졌다.
“나는 빛의 여왕.”
그녀의 목소리는 노래처럼 울려 퍼졌다.
“나는 모든 별의 빛을 만든다.
네가 올려다보는 하늘, 그 반짝임은 모두 나의 손길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녀는 자부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하진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니 나야말로 우주의 주인이 아닐까?”
순간, 하진은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울 만큼 눈부심에 사로잡혔다.
하진은 용기를 내어 눈을 들고, 여왕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하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말 아름다워요. 하지만 빛은 어둠이 있어야 더 빛나지 않을까요?
만약 어둠이 전혀 없다면, 빛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평범함이 될지도 몰라요.”
여왕의 눈빛이 흔들렸다.
잠시 그녀는 대답하지 못하고 날개를 접었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맞다. 빛은 어둠 없이는 존재 의미를 잃는다.
그렇다면 나는 주인이 아니라, 단지 세상을 지켜내는 수호자 뿐일지도 모르겠구나.”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따뜻했다.
그리고는 손끝으로 하진의 어깨를 스치며 속삭였다.
“가거라. 네가 찾는 진실은 어둠 속에 숨어 있다.”
빛이 걷히자, 하진의 발밑으로 깊고 검은 어둠이 열리기 시작했다.
빛의 여왕이 사라지자, 세상은 마치 불이 꺼진 무대처럼 갑자기 고요해졌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검은 심연이었다.
하진은 발밑이 사라지는 듯한 감각에 휘청이며, 서서히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숨소리가 막히는 것 같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손끝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어둠 깊은 곳에서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어둠을 수놓는 그림자. 두려움과 의심을 낳는 존재지.”
붉게 빛나는 두 눈이 어둠 속에서 번쩍였다.
하진은 몸이 굳어버린 듯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호기심이 가슴을 밀고 올라왔다.
‘두려움이란 정말로 우리를 가로막기만 하는 존재일까?’
괴물은 한 걸음 다가왔다.
괴물의 발자국마다 공포가 밀려와 하진의 가슴을 짓눌렀다.
“인간들은 나를 저주하지. 나를 피하고 싶어 하지.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들의 가슴 속에 깃들어 있지.”
괴물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하진은 온몸이 떨렸지만, 겨우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은 무섭지만 필요 없는 존재는 아니에요.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니까, 용기를 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의심이 있기에, 진짜를 가려낼 수 있는 거죠.”
순간, 괴물의 붉은 눈빛이 흔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