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망원경 4
순간, 괴물의 붉은 눈빛이 흔들렸다.
짙은 어둠 속에 숨어 있던 그의 얼굴이 잠시 부드러워졌다.
“나를 필요하다고 말하는 건 네가 처음이구나.”
괴물은 거대한 손을 뻗었다.
그의 손바닥 위에는 작은 별 하나가 놓여 있었다.
별은 아주 희미했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부드러운 빛을 토해냈다.
“이건 ‘이해’의 조각이다.”
괴물이 말했다.
“네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마음을 밝혀줄 것이다.”
하진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별을 받아들었다.
별은 차갑고 묵직했지만, 동시에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하진은 그 빛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두려움은 우리를 막는 게 아니라, 때로는 길을 비추는 빛이 될 수도 있구나.”
하진이 속삭이자, 괴물의 얼굴이 희미하게 웃음 짓는 듯 흔들렸다.
별을 손에 쥐자, 가슴 깊은 곳에서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그 파문은 따뜻함으로 번져가며, 마치 마음속의 굳은 벽을 허물어내는 듯했다.
그것은 두려움을 넘어선 ‘이해’라는 감정이었다.
이해는 단순히 아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상대의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이었다.
빛과 어둠, 시간과 의심 모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었다.
그 순간, 그의 앞에 또 하나의 문이 열렸다.
이번에는 어둠이 아닌, 부드러운 초록빛으로 빛나는 문이었다.
문 너머로는 수많은 가지들이 하늘을 찌를 듯 뻗어 있었고, 잎사귀마다 질문이 열매처럼 매달려 있었다.
하진은 별을 품에 안고, 그 문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초록빛 문을 지나자, 거대한 나무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 나무는 끝없이 뻗은 가지마다 반짝이는 열매를 매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열매가 아니라 ‘질문’이었다.
“사람은 왜 눈물을 흘릴까?”
“사랑은 왜 우리를 흔드는 걸까?”
“죽음 너머에도 삶이 있을까?”
끝없는 의문들이 잎사귀 사이에서 속삭이며 빛났다.
나무는 굵은 줄기를 떨며 낮게 물었다.
“너도 질문이 있느냐, 작은 여행자여?”
하진은 손에 쥔 작은 별을 꼭 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의 주인은 정말로 존재하나요?”
나무는 잠시 바람에 흔들리며 침묵했다.
그리고 마침내, 무겁고 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질문을 멈추지 않는 자만이 알 수 있는 진실이다.”
나무는 줄기에서 작은 열매 하나를 떨어뜨렸다.
그것은 씨앗이었다. 다른 어떤 열매보다도 작고 소박했지만, 희미한 빛을 품고 있었다.
“이것은 ‘생각의 씨앗’이다.”
나무가 말했다.
“네 마음속에 심어라.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 이 씨앗은 자라날 것이다.”
하진은 조심스럽게 씨앗을 두 손으로 받았다.
그 순간, 가슴 속에 묘한 울림이 퍼졌다.
마치 누군가 하진의 마음 밑바닥에 잔잔히 돌을 던져 파문을 만든 것 같았다.
“생각은 보이지 않지만, 결국은 자라나 꽃을 피운다.”
나무의 목소리는 멀어져 갔다.
곧 주위 풍경이 흔들리며, 또 다른 세계가 눈앞에 열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