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망원경 5
이번에 열린 문은 별빛도, 초록도 아니었다. 그곳은 낯익고도 낯선 풍경이었다.
하진은 곧 깨달았다. 들어온 곳은 바로 자신의 마음 속 우주였다.
주위를 떠다니는 것은 행성도, 별도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과 감정들이었다.
어린 시절의 웃음, 외로움 속에서 흘린 눈물, 친구와 싸우던 날의 분노, 그리고 아직 다 표현하지 못한 그리움까지, 모두가 이곳에 별처럼 흩어져 있었다.
하진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우주는 바깥에도 있지만, 내 안에도 있었구나. 내가 묻는 질문들은 결국 내 마음을 탐험하는 여정이었어.”
그때, 눈앞에 어린 소년 하나가 나타났다.
짧은 앞머리, 커다란 눈망울, 유치원 가방을 멘 작은 하진이었다.
작은 하진은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삐딱하게 물었다.
“왜 항상 질문만 해? 그냥 즐기면 안 돼?
다른 애들은 신나게 놀고 웃는데, 넌 왜 자꾸 하늘만 보면서 ‘왜?’라고 묻는 거야?”
하진은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어릴 적 자신도 가끔 그런 의문을 가졌었다.
그러나 지금의 하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질문은 나를 자라게 해. 즐기지 않는 게 아니야. 질문을 던질 때, 그 즐거움도 더 커지는 거야. 내가 ‘왜 아름답지?’라고 물을 때, 별빛은 더 반짝이고, ‘왜 아프지?’라고 물을 때, 슬픔 속에서도 무언가 배우게 돼.”
작은 하진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곧 입가에 옅은 미소를 남기고 빛 속으로 사라졌다.
어린 하진의 모습이 사라지자, 이번엔 성숙한 그림자가 그의 앞에 다가왔다. ‘미래의 하진’이었다.
키는 더 크고, 눈빛은 깊었으며, 미소 속에는 묘한 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넌 이미 답을 알고 있어. 다만 아직 믿지 않을 뿐이지.”
그 말은 마치 하진의 가슴 속에 숨어 있던 두려움을 찌르는 듯했다. 하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하지만 난 늘 답을 찾지 못했어.”
미래의 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너는 답을 찾으려 했지. 하지만 중요한건 답이 아니야. 묻는 마음, 질문을 멈추지 않는 네 자신. 그게 이미 우주의 주인이라는 증거야.”
그 말에 하진의 가슴이 요동쳤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마치 작은 별이 안에서 빛나는 듯했다.
하진은 지금까지 ‘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 있었음을 깨달았다.
답은 언제나 멀리 있었고, 찾을수록 손에서 미끄러졌다. 질문은 늘 그의 곁에 있었다.
별을 볼 때도, 웃을 때도, 울 때도, 질문은 하진과 함께 숨 쉬었다.
“그래. 중요한 건 답이 아니라 질문을 이어가는 나 자신이구나.”
하진은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목소리는 하진의 내면을 울려 퍼지며, 또 하나의 문을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