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사 방사능 자재 불기소 사건이 던진 질문-
78년 역사의 검찰청이 해체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분리된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는 이 구조적 개편이 단순한 간판 교체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사법 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인가. 그 답은 새로 출범할 공소청이 ‘누구 앞에서’ 공소권을 행사하느냐에 달려 있다.
검찰 개혁의 본질: 권력 견제에서 자본 견제로
검찰 개혁 논의는 대부분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물론 이는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검찰이 정치권력 못지않게 무력했던 대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대규모 자본 권력이다.

사진제공: 분양사기피해대책연합
최근 분양사기피해대책연합이 제기한 남양주 ‘힐스에비뉴 지금더포레’ 방사능 초과 자재 사용 사건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방사능 기준 초과 자재 사용, 이보다 더 명백한 범죄 혐의가 있을까.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건축법, 건분법 위반 혐의로 제기된 고소는 법리적으로도 충분한 소명력을 갖췄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 한신공영 등 대형 건설사를 상대로 한 10여 건의 고소는 줄줄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불기소 처분, 기소편의주의인가 공소권 방기인가
형사소송법은 검사에게 기소편의주의를 인정한다. 범죄가 성립해도 제반 사정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을 재량권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이 재량권에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중대 범죄, 반복적 법규 위반 사안에서까지 불기소 처분을 남발한다면, 그것은 재량권 행사가 아니라 공소권 방기다.
건설사의 방사능 자재 사용 사건은 단순한 행정 법규 위반이 아니다. 입주민들은 매일 그 공간에서 생활하며 건강을 위협받는다. 이는 생명권 침해의 문제다. 그럼에도 검찰은 기소하지 않았다.
증거가 부족해서인가? 법리 구성이 어려워서인가? 아니면 대형 건설사라는 자본 권력 앞에서 기소권 행사를 주저한 것인가? 만약 피의자가 영세 업체였다면 같은 결론이 나왔을까?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사라졌는가
국민들은 오래전부터 법 집행의 이중 잣대를 목격해왔다. 힘없는 서민의 경미한 범죄는 엄벌하면서, 재벌과 대기업의 중대 범죄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현실. 방사능 자재 불기소 사건은 이런 불신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채 권력의 칼로 휘두른 시대는 끝났다. 이제 공소청이 그 기소권을 물려받는다. 그러나 조직만 바뀌고 관행은 그대로라면, 검찰 해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공소청에 던지는 세 가지 질문
공소청이 진정한 법치주의 기관으로 거듭나려면 다음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첫째, 정치권력뿐 아니라 자본권력으로부터도 독립할 수 있는가?공소청이 행정부는 물론 거대 자본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간판만 바꾼 검찰과 다를 바 없다.
둘째, 피의자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동일한 법 잣대를 적용할 것인가?영세 업체는 기소하고 대기업은 불기소하는 이중 잣대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든다.
셋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사안에서 공소권 방기를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방사능 자재 사건처럼 명백한 국민 안전 위협 사안에 대한 불기소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포기나 다름없다.
검찰 개혁의 완성은 공소청의 선택에 달렸다
검찰청 해체는 출발점일 뿐이다. 공소청이 과거 검찰의 관성을 끊어내고 진정 법과 양심에만 따라 공소권을 행사할 때, 비로소 이 개혁은 의미를 갖는다.
법무법인 대율은 건설 분양 피해 사건을 살펴보면서 자본 권력 앞에서 무력한 법 집행을 수없이 목격했다. 이번 공소청 출범이 그 고질적 관행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를,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절실히 바란다.
공소청이 모든 권력과 자본 앞에서 공정하게 법을 집행할 때, 국민은 비로소 ‘법 앞의 평등’을 체감할 것이다. 그것이 78년 검찰 역사를 끝내고 새 출발을 하는 진짜 이유여야 한다.
2025년 9월 29일
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 백주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