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9월 30일부터 시행한 신용 사면 조치는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정책은 서민과 소상공인 약 370만 명을 대상으로, 그간 발목을 잡아왔던 연체 기록을 삭제해 주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기존에는 연체금을 상환하더라도 신용평가 기록에 ‘연체 이력’이 남아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 등 금융 활동에 큰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를 통해 상환을 완료한 사람은 즉시 신용점수가 회복되고, 카드 발급과 금융 거래 재개가 가능해진다.
특히 정부는 이번 정책으로 약 29만 명이 신규 카드 발급을 받을 수 있고, 23만 명이 대출 심사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 평균 신용점수는 최대 31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책은 무조건적인 면책이 아니다. 대상은 2020년 1월부터 2025년 8월 사이 발생한 5천만 원 이하의 소액 연체자이며, 반드시 2025년 12월 31일까지 전액 상환해야 한다. 상환 사실이 확인되면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신용평가사가 자동으로 기록을 삭제하고, 신용점수를 조정한다.
확인 방법도 간단하다. 나이스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 한국평가데이터, 신용보증기금 등 주요 신용평가사 홈페이지에서 본인이 대상자인지를 조회할 수 있다. 정부는 이미 상환을 마친 257만 명에 대해 9월 30일부터 즉시 기록 삭제와 점수 회복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개인 연체자 중 83%가 이미 상환을 마쳤지만, 자영업자의 경우 17%만이 상환 완료한 상태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여전히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숙박·음식업, 도소매업 등 민생 업종에서 연체 사례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상환해야 하지만, 소상공인의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수가 제도의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제도의 실질적 수혜는 여전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자영업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치를 두고 논란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쟁점은 도덕적 해이 문제다. 원칙적으로 연체 기록은 금융시장에서 신용을 평가하는 중요한 정보다. 이를 삭제해 준다면 상환 의지가 약한 차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성실히 빚을 갚아온 이들이 소외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연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성실 상환자에게는 가시적 혜택이 없다”며 제도의 불균형을 지적한다. 실제로 성실 상환자들은 “우리는 더 힘든 조건 속에서도 연체를 피했는데, 결국 연체한 사람만 혜택을 받는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동안 연체 기록으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소외되었던 이들이 제도권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다.
정부의 이번 신용 사면 정책은 채무자들에게는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금융시장에는 단기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 그동안 연체 기록으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소외되었던 이들이 제도권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제도의 이면에는 형평성 문제와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자리한다. 따라서 정책은 단순히 ‘연체 기록 삭제’에 그쳐서는 안 되며, 성실 상환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채무자 재발 방지 교육 등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번 조치는 한국 사회에서 ‘금융 포용’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그 성공 여부는 결국 제도의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