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com, pub-9005101102414487, DIRECT, f08c47fec0942fa0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헛수고

-부질없는 헛수고!

-나의 작은 사소한 행동이 그에게는 최선이고 전부!

-우리는 문제의 거대함에 압도되어 돌아서는 자인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발밑의 단 한 생명을 위해 기꺼이 허리를 굽히는 자인가?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그해 가을, 태풍이 할퀴고 간 제주 바다는 유독 시리고 푸른빛이었다. 세상의 모든 소음과 색깔이 바다의 깊은 숨결 속으로 가라앉은 듯한 새벽. 어둠도 빛도 아닌, 그 경계의 푸르스름한 빛이 현무암 갯바위에 스며들 때면 나는 종종 세상의 끝에 홀로 서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날도 그랬다. 밤새 제멋대로 울부짖었을 파도가 토해낸 것들로 함덕의 해변은 거대한 무덤처럼 보였다. 셀 수 없는 불가사리들. 마치 하늘의 별들이 한꺼번에 떨어져 검은 모래 위에 산산이 부서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 작은 생명들은 축축한 모래 위에서 자신들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광경 앞에서는 어떤 감상도, 어떤 위로의 말도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저 거대하고, 냉정하고,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라는 단어만이 내 머릿속을 차갑게 맴돌 뿐이었다.

 

그때 그 노인을 보았다. 처음엔 그저 풍경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해무 속에서 희미하게 움직이는 실루엣. 하지만 그의 움직임에는 이상한 규칙성이 있었다. 마치 바다의 신에게 제를 올리듯, 그는 쉼 없이 허리를 굽혔다 펴고 있었다.​

 

내 안의 무언가가 나를 그에게로 이끌었다. 가까이 다가가 본 그의 모습은, 뭐랄까, 비현실적이었다. 그는 불가사리를 줍고 있었다. 이미 땀으로 축축이 젖은 얼굴, 거친 숨소리. 하지만 소금기에 절어 굵어진 그의 손길은 갓 잡은 전복을 다루듯 조심스러웠고, 그가 던지는 불가사리의 포물선은 절망의 해변에 그리는 한 줄기 희망의 궤적 같았다.

 

솔직히 말해, 처음엔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어르신이로군.’ 도시의 삶에 지쳐 제주로 잠시 도망쳐 온 내 안의 냉소는 그렇게 속삭였다. 수년간 세상에 치이며 체득한 나의 ‘현실 감각’은, 그의 노력이 얼마나 부질없고 무의미한지를 끊임없이 계산해 내고 있었다.

이 넓은 해변, 저 수많은 불가사리. 저 노인의 미미한 손길이 과연 무엇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 전복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저 해로운 것들을 왜. 결국 해가 뜨면 모든 것은 끝날 텐데. 이 생각에 사로잡히자, 나는 그를 멈추게 해야 한다는 이상한 의무감마저 들었다. 헛된 희망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었으니까.

 

"어르신, 지금 그만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 많은 걸 다 살릴 수도 없을뿐더러, 결국 대부분은 죽게 될 텐데요. 헛수고일 뿐입니다."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날카롭게 나갔다. 그것은 안타까움이라기보다는, 세상을 향한 나의 오랜 원망과 체념이 섞인 것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노인은 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은 내가 평생 본 제주의 그 어떤 바다보다 깊고 고요했다. 마치 내 안의 그 모든 냉소와 절망을 이미 다 겪어내고, 그 너머의 어떤 진실에 가만히 닿아있는 눈빛이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내 교만함마저 부드럽게 감싸안은 목소리로 말했다.

 

"젊은이 말이 맞네. 내 힘으로 이 모두를 구할 수는 없겠지."

 

그러고는 다시 허리를 굽혀, 제 발치의 검은 현무암에 달라붙어 있던 작은 불가사리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의 주름진 손에 들린 그 생명은 유난히 더 작고 연약해 보였다. 그는 그것을 바다 쪽으로 힘껏 던졌다. ‘풍덩-’. 그 작은 소리가 내 심장을 때렸다. 노인은 그 소리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나를 보며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하지만 방금 저놈한테는 의미가 있었지. 저 한 놈에게는, 나의 이 짓이 세상 전부였을 게야."

 

그 순간, 무언가 내 안에서 무너져 내렸다. ‘의미’와 ‘효율’과 ‘결과’를 따지며 세상을 재단하던 나의 견고한 성벽이, 그 소박하고 단순한 진실 앞에서 힘없이 허물어져 내렸다. 그의 행동이 헛수고가 아니었다.​

 

진정한 헛수고는, 거대한 문제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해 버린 나 자신의 무기력함이었다. 그는 세상을 구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자기 손이 닿는 단 하나의 생명을 구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단 하나의 생명에게, 그는 세상 그 자체였다.

 

우리는 너무 자주 ‘세상’이라는 거대한 단어 뒤에 숨어버린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내 눈앞의 작은 문제 하나를 외면한다.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절망감에, 한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날 이후, 나는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내 삶 속에도 수많은 ‘불가사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망설이는 눈빛, 위로받고 싶어 하는 친구의 떨리는 목소리, 불의 앞에서 침묵을 강요당하는 연약한 외침들. 나는 여전히 그 모든 것을 해결할 힘이 없다. 나는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내가 세상 전체를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나의 작은 손길이 닿는 단 한 사람에게는, 내가 그의 세상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나의 작은 친절이, 나의 미약한 용기가, 한 영혼을 절망의 해변에서 건져내어 삶의 바다로 돌려보내는 기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새벽, 제주의 이름 모를 노인이 내게 던진 것은 불가사리가 아니라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평생토록 내 영혼에 메아리치고 있다.

 

오늘 나는 문제의 거대함에 압도되어 돌아서는 자인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발밑의 단 한 생명을 위해 기꺼이 허리를 굽히는 자인가?
 

 

작성 2025.10.09 00:27 수정 2025.11.02 01:46

RSS피드 기사제공처 : 중동 디스커버리 / 등록기자: 김요셉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주말에 뭐해? 도서관에서 갓생 살자!
봄의 생명력으로 마음을 채우다
중동발 경제 한파 터졌다! 한일 재무수장 도쿄서 긴급 회동, 왜?
중동발 경제 쇼크,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마약 치료 실적 5배 폭발! 경기도가 작정하고 만든 이것
노후파산의 비명, "남은 건 빚뿐입니다"
"내 집 재개발, 가만히 있다가 2년 날릴 뻔했습니다"
"버리면 쓰레기, 팔면 황금? 경기도의 역발상!"
안산 5km 철도 지하화…71만㎡ 미래도시 탄생
78만 평의 반전! 기흥호수의 대변신
2026 전세 쇼크: "이제 전세는 없습니다"
서울 살 바엔 용인? 수지 17억의 비밀
의사가 진료 중에 AI를 켠다?
벚꽃보다 찐한 설렘! 지금 일본은 분홍빛 매화 폭포 중
기름값 200달러? 중동 발 퍼펙트 스톰이 온다!
신학기 감염병 비상! "수두·볼거리" 주의보
2026 경기국제보트쇼의 화려한 개막
"1초라도 늦으면 끝장" 경기도 반도체 올케어 전격 가동!
엔비디아, 실적은 역대급인데 왜 주가는 폭락할까?
안성 동신산단, 반도체 소부장 거점 조성 본격화
서울 집값 폭락? 당신이 몰랐던 13%의 진실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 재건축 지연 논란까지 확산
미쳤다 서울 집값!” 1년 새 13% 폭등, 내 집 마련 꿈은 신기루인가..
몸짱 되려다 몸 망친다! SNS에서 산 그 약?, 사실은 독약!
왜 나만 매번 상처받을까?
"앱 노가다 끝!" 바쁜 현대인을 위한 삼성의 새로운 치트키
도심 한복판 ‘비밀의 숲’ 열렸다... 물향기수목원서 천연기념물·멸종위기..
의외로 모르는 임윤찬 숨겨진 레전드 Autumn Leaves
유튜브 NEWS 더보기

일론 머스크의 경고, 2030년 당신의 책상은 사라진다

부의 이동심리, 타워팰리스가 던지는 경제적 신호

그대는 소중한 사람 #유활의학 #마음챙김 #휴식

나 홀로 뇌졸중, 생존 확률 99% 높이는 실전 매뉴얼

숨결처럼 다가온 희망. 치유.명상.수면.힐링

통증이 마법처럼 사라지다./유활도/유활의학/유활파워/류카츠대학/기치유

O자 다리 한국, 칼각 일본? 앉는 습관 하나가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겨울마다 돌아오는 ‘급성 장폭풍’… 노로바이러스, 아이들 먼저 덮쳤다

아오모리 강진, 철도·항만·도심 모두 멈췄다… 충격 확산

경기도, 숨겨진 가상자산까지 추적했다… 50억 회수한 초정밀 징수혁신으로 대통령상 수상

간병 파산 막아라... 경기도 'SOS 프로젝트' 1천 가구 숨통 틔웠다 120만 원의 기적,...

100세 시대의 진짜 재앙은 '빈곤'이 아닌 '고독', 당신의 노후는 안전합니까...

브레이크 밟았는데 차가 '쭉'... 눈길 미끄러짐, 스노우 타이어만 믿다간 '낭패...

"AI도 설렘을 알까?"... 첫눈 오는 날 GPT에게 '감성'을 물었더니

응급실 뺑뺑이 없는 경기도, '적기·적소·적시' 치료의 새 기준을 세우다

GTX·별내선·교외선이 바꾼 경기도의 하루… 이동이 빨라지자 삶이 달라졌다

행복은 뇌에서 시작된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10가지 습관

행복은 뇌에서 시작된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10가지 습관

자신을 칭찬할 수 있는 용기, 삶을 존중하는 가장 아름다운 습관

아이젠사이언스생명연, AI 신약 개발 초격차 확보 전략적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