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율이 최고다.”라는 문장이 지난 20년간 사회를 지배했다. 빠르게, 간단하게, 즉각적인 결과를 추구하는 시대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여유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최근 ‘낭만’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커피 한 잔을 천천히 즐기는 시간,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로 찍은 흐릿한 사진, 디지털 디톡스를 통한 ‘감성 회복’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효율과 속도의 경쟁에 지친 사회가 다시 ‘감성의 가치’를 되찾고 있는 것이다.
기계적 효율의 시대, 잊혀진 감성의 회복
산업화와 디지털화는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그 편리함은 종종 감성의 빈곤을 초래했다. 업무 자동화, AI의 의사결정, 온라인 쇼핑과 같은 효율의 극대화는 인간이 느끼는 불완전함, 기다림, 설렘 같은 감정의 여지를 줄였다. 낭만은 불편함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이다. 완벽하게 계산되지 않은 순간, 우연히 만나는 장면, 즉흥적인 대화가 낭만의 본질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이런 ‘틈’을 없애버렸다. 다시 말해, 효율의 사회는 인간의 감정적 회로를 무디게 했다. 지금의 낭만 열풍은 이러한 반작용이자, 인간다운 삶을 되찾으려는 무의식적 저항의 형태로 볼 수 있다.
낭만은 비효율이 아닌 ‘삶의 여백’이다
낭만은 단순히 감상적이거나 나른한 정서가 아니다. 낭만은 삶의 속도를 늦추고,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철학적 여백’이다. 불완전한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계획되지 않은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수제 도자기나 아날로그 레코드의 부활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느림의 미학’을 통한 정서적 회복이다. 비효율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감성과 정체성이 녹아 있다. 낭만은 경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이다. 우리가 다시 낭만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다움을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기 때문이다.
Z세대가 다시 불러낸 낭만의 언어
흥미롭게도, 낭만의 복귀를 주도하는 세대는 효율의 시대에 태어난 Z세대다. 이들은 빠른 인터넷과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랐지만, 역설적으로 ‘느림’과 ‘감성’을 갈망한다. 감성 카페, 아날로그 카메라, 필름 사진, 자필 편지, 책방 여행, 감성적인 인테리어 등은 모두 Z세대의 낭만적 감수성에서 비롯된 흐름이다. 그들은 낭만을 ‘도피’가 아니라 ‘균형’으로 해석한다. SNS에서는 ‘오늘의 낭만’이라는 해시태그로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감성소비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인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가 오히려 아날로그적 감성을 통해 인간적인 정서를 회복하는 현상은 현대 사회의 역설적 풍경이다.
낭만의 복귀가 사회에 주는 의미
낭만의 가치가 다시 부각된다는 것은 사회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고 있음을 뜻한다. 효율과 경쟁, 기술 중심의 시대는 인간의 정신적 피로를 누적시켰고, 이제 사람들은 감성의 회복을 통해 ‘자기치유’의 길을 찾고 있다. 낭만은 생산성을 높이지 않지만,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문화적 회복운동이자, 공동체의 정서를 다시 잇는 힘이다. 낭만이 회복될 때,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를 다시 느끼고, 관계의 따뜻함을 되찾는다. 이는 단순한 감성 트렌드를 넘어, 사회적 건강성의 지표로서 의미가 있다.

효율은 세상을 빠르게 움직이게 했지만, 낭만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는 시대일수록, 인간만이 가진 감정의 결이 더욱 소중해진다. ‘낭만의 가치’는 결국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한 근본적인 선언이다.
우리가 낭만을 되찾는 일은, 더 나은 기술의 시대를 향한 후퇴가 아니라, 더 인간다운 세상을 향한 전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