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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배 칼럼] 홀대받는 보물, “한글”

이윤배

한글은 세계적으로 가장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문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의 짜이짜이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한 사례는 그 우수성을 입증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정작 한글을 창제한 우리나라에서는 그 소중함을 망각한 채 홀대하는 풍토가 여전하다. 방송과 언론은 외래어와 국적 불명의 외국어 표현을 남용하면서 한글을 지켜야 할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 외래어나 외국어를 섞어 써야만 더 세련되고 유식해 보인다는 착각은 한글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무지의 결과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통신언어가 일상화되면서, 한글은 더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외계어’는 한글의 구조를 무너뜨리고, 세대 간 소통마저 단절시키는 언어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나전(안전)’, ‘안습(안구에 습기가 차다)’, ‘5늘응日요1(오늘은 일요일)’ 같은 표현은 단순한 줄임말을 넘어, 어느 나라 언어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외계어 수준이다. 

 

외계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한글 파괴의 주범이며, 언어의 본질인 의사소통 기능마저 훼손하고 있어 심각하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64.6%의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채팅 언어를 일상에서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언어 습관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한글날조차 무심히 지나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한글을 공기처럼 당연한 존재로 여기며 그 소중함을 잊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제목의 30% 이상이 외국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조사 결과는 방송의 한글 홀대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국어 능력 평균이 60점도 되지 않는 현실은 한글 교육의 부재와 외국어 남용이 빚은 결과로 이는 곧 문화적 주체성 상실을 의미한다.

 

한글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국어 문법 교육을 강화하고, 통신언어의 올바른 사용을 지도해야 한다. 방송과 언론은 외국어 남용을 자제하고, 한글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제작에 앞장서야 한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맞춤법 자동 교정 기능을 도입하거나, 외계어 사용을 경고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외계어 추방을 위한 시민 모임이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언어 습관 개선의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 체계를 넘어,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담고 있는 보물이다. 외계어의 범람은 그 보물을 망가뜨리는 저급한 행위이다. 이를 지금처럼 내버려 둔다면 우리는 언어뿐 아니라 정체성마저 상실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외계어와 같은 무분별한 언어 사용이 그 뿌리를 흔들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잃어버릴 위험 앞에 서 있다는 엄중한 경고다.

 

한글을 지키는 일은 곧 ‘나라와 나’를 지키는 일이며, 우리가 누구인지 되묻는 일이다. 올바른 말과 글을 배우고 익히는 교육, 외래어 대신 우리말을 살리는 방송과 언론,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도 바른 표현을 실천하는 작지만 강력한 행동들이 지금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언어 정비가 아닌, 우리의 문화와 정신을 회복하는 지름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윤배]

(현)조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이메일 : ybl7736@naver.com

 

작성 2025.10.09 10:21 수정 2025.10.0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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