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구 박사
이번에 아브라함 카이퍼 어록집이 발간된 것은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알기로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저술이나 논설 혹은 그에 대한 전기나 설교 등이 발간되거나 출판된 일은 있으나 그의 어록집이 발간된 일은 없었기때문이다. 우리나라야 그럴수 있겠지만 영어권에서나 독일어권 혹은 화란어권에서 조차도 카이퍼의 어록집이 발간되었다는 문헌이나 기록을 본 적이 없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한 책인 동시에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책’으로서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는 네덜란드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였고, 언론인이자 정치가였고 반혁명당을 창당했고, 수상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 칼빈주의는 그에 의해 시작된 운동이다. 그는 기독교 학교운동을 전개하여 이른바 ‘학교전쟁’(school war)이라 불리는 70년간의 투쟁의 결과로 국공립학교와 동일한 자격을 인정받는 최초의 기독교 사립대학인 자유대학교를 설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인간 존재의 전 영역에서 만물의 주권자이신 그리스도께서 ‘내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으시는 영역은 단 한치도 없다.”고 말한 이가 다름 아닌 카이퍼였다.
카이퍼는 자유대학 설립 기념 강연에서 ‘영역주권론’(sovereignty in the distinctive spheres of human life)을 주창했는데, 이 강연에서 하나님만이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시는 주권자이시며, 하나님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게 주셨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은 삶의 각 영역들에서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고 말하지만 이 영역 주권은 사실상 국가권력의 교회 간섭을 배제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런 일로 카이퍼는 네덜란드의 헤르만 바빙크, 미국의 벤저민 워필드와 더불어 세계 3대 칼빈주의 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의 책이나 논설, 혹은 그에 대한 연구나 저술 논문들은 다수 출판되어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낳설지 않게 되었다. 그의 ‘칼빈주의 강연’은 우리말로 번역되고 출판된 지 30년이 넘었다. 그러나 그의 사상이나 가르침이 우리 가운데 깊게 수용된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이퍼의 어록은 카이퍼의 마음과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한 조각 소중한 단서를 제공한다. 다시 말하면 어록은 한 사람의 생애와 사상을 헤아릴 수 있는 단서가 된다는 점이다. 저자인 정성구 박사는 일생동안 칼빈주의, 칼빈주의연구, 그리고 칼빈주의 신학과 사상을 해명하기 고투해온 인물이고 카이퍼의 신학을 비롯한 화란 신학을 소개하기 위해 일생을 헌신한 인물이라는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지난 50여년의 세월동안 카이퍼를 읽고 해석하면서 그가 남긴 한마디 한마디 어록을 수집했다. 비록 살아온 삶의 여정은 다르지만 아브라함 카이퍼가 걸어갔던 삶의 계곡과 대로를 추수하면서 그의 어록을 채집한 결과 이 책을 출판하게 된 것이다. 목차가 보여주듯이 이 책에는 ‘가난,’ ‘가족,’ ‘감사’와 같은 주제에서 시작하여 ‘확신,’ ‘회개,’ ‘휴머니즘’에 이르기까지 300여 항목의 어록을 편집했다. 저자는 카이퍼가 걸어갔던 여정을 추적했을 뿐만 아니라 카이퍼가 남긴 그 방대한 문헌을 섭렵하면서 그의 사상의 요체가 되는 코어 아이디어(core idea)를 수집하여 가나다순으로 배열이여 이 책을 출판하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사상을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한 가지 방법이 어록을 읽는 것이다. 비록 짧은 몇마디 말의 흔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한 사람의 마음의 노출이자 표출이다. 이런 점에서 언중유심(言中有心)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어록은 한 사람의 마음의 생각을 반영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카이퍼를 읽는 유익한 문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편집하기 위해 오랜 기간 등섭지로(登涉之勞)의 길을 걸어간 저자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 책이 널리 읽혀지고 사랑바는 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상규, 백석대학교 석좌교수, 역사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