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라디오서울 개국 33주년을 기념해 열린 조항조 단독 콘서트에 참석했던 미국 LA 교민 박모(58) 씨는 당시의 여운을 이렇게 회상했다. 공연이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LA 한인 사회는 여전히 ‘조항조 앓이’에 빠져 있다. 단순한 콘서트가 아닌, 정서적 공감과 위로가 교차한 특별한 밤이었다.
해당 공연은 LA 코리아타운 중심부에 위치한 공연장에서 2400석 전석이 매진되며, 조항조의 국내외 인기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특히 이번 무대는 트로트 장르가 단순한 음악을 넘어 교민 사회의 정체성과 향수를 자극하는 매개체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한국을 떠나 수십 년을 살아온 이들에게 조항조의 목소리는 단순한 ‘노래’가 아닌, 청춘의 기억이고 고향의 언어였다.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거짓말’, ‘만약에’, 그리고 대표곡 ‘남자라는 이유로’가 이어질 때는 객석 곳곳에서 눈시울을 붉히는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교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노래를 따라 부르며 두 손을 모은 채 무대에 몰입하는 이들, 서로 손을 잡고 흥얼이며 눈을 맞추는 부부들, 그리고 몇몇은 끝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 직후 라디오서울 게시판과 한인 커뮤니티에는 감사와 감동의 글이 쏟아졌다. “그날 이후 하루에 한 번씩 조항조 노래를 듣는다”, “가슴 깊이 울림이 남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이 그리웠던 밤”이라는 댓글들이 이어졌고, 일부는 조항조의 노래를 통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잊고 지냈던 고국의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고 전했다. 공연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유튜브에서 조항조의 영상을 다시 찾아보며 여운을 곱씹는 교민들이 적지 않다.
라디오서울 측은 이번 콘서트가 단순한 연예 이벤트를 넘어, 이민자 정서의 한복판을 건드린 ‘문화적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라디오서울 관계자는 “조항조의 목소리는 단지 음악이 아닌, LA 교민 사회에 정서적 쉼표를 제공한 위로의 언어였다”며 “그의 음악은 세대를 아우르며, 부모 세대에게는 고향의 기억을, 자녀 세대에게는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공연은 트로트 장르가 ‘올드하다’는 인식을 넘어 세대 간 소통의 장으로 재조명된 계기가 됐다. 행사장에는 50대, 60대 중장년층은 물론, 2세 교포 청년들과 젊은 부부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이들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트로트 선율에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지만, 이내 그 멜로디에 몸을 맡기며 함께 손뼉을 치고 흥얼거렸다. “엄마, 아빠가 왜 이 노래를 좋아하는지 이제야 알겠다”는 반응은 단순한 취향의 전이가 아닌, 문화와 감정의 공유가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무대 마지막에 조항조는 “여러분의 사랑이 제 노래를 완성시켰습니다. 잊지 못할 밤입니다”라는 짧지만 진심 어린 인사를 남겼다. 그의 말에 많은 교민들은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그 장면은 단지 한 가수를 향한 환호가 아닌, 오랜 이민 생활 속에서 지켜온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에 대한 깊은 공감이었다.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LA 한인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조항조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교민 모임에서는 그의 노래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라디오서울 청취자 게시판에는 “다시 한 번 그날의 무대를 보고 싶다”는 요청이 이어진다. 일부 교민들은 다음 공연을 염두에 두고 이미 조항조의 다른 지역 콘서트 일정을 알아보는 중이다.
이번 콘서트가 보여준 것처럼, 음악은 때때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고국에서 멀리 떨어진 이국의 땅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수천 명의 마음을 하나로 묶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여전히 LA의 어느 밤, 어느 골목, 어느 가정의 라디오에서 조용히 흘러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