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했던 어느 오후,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놀이터에서 한 가족의 시간이 멈췄다. 중산동의 한 놀이터에서 '흔들그네'로 불리던 놀이기구가 전복되며 다섯 살배기 아이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날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사건의 이름 옆에는 여전히 ‘수사중’이라는 문장만이 덧붙어 있을 뿐이다.
이 사건 이후 유가족은 수십 차례 경산시청, 경찰, 검찰 등 유관 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민원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조사 중입니다”, “검토 중입니다”라는 반복적인 회신뿐이었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호소문을 통해 “그날 이후 제 삶은 멈췄지만, 행정과 수사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며 절박함을 전했다.
“흔들그네가 아니었다”는 주장… 책임 회피 우려 제기
사건 직후 관리사무소와 시설 관계자 측은 “해당 기구는 흔들그네가 아닌 스윙벤치”라고 설명하며, 사고 경위에 대해 아이들의 사용 방식과 관련이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구조물은 안전인증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고, 어린이들이 접근 가능한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직후 경산시청은 “책임 소재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도 행정적, 형사적 조치는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피해 유가족이 제출한 자료와 현장 사진에서는 관리 및 점검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수사기관은 ‘감정서 보완 중’, ‘검찰 이송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반복되는 어린이 안전사고… 공백은 여전히 존재한다
2025년 들어서만도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어린이집 떡 질식 사고, 한강 수영장 익사 사고, 그리고 중산동 아동 사망 사건까지. 아이들이 안전해야 할 공간이 오히려 위협의 장소가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유가족은 “사건은 달라도 대응은 유사하다”고 말한다. ‘수사중’, ‘조사중’, ‘검토중’이라는 답변이 반복되며 실질적인 진전이 없고, 그 사이 피해 아동의 이름은 언론에서 잊혀지고 유가족은 기다림 속에 지쳐가고 있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대련 김범식 변호사는 “이 사건은 단순한 민사 배상 문제가 아니라, 행정의 구조적 무책임과 수사의 방관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수사중이라는 말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심리적 고통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사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피해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보상이 아니다. 왜 그날 놀이터에서 아이가 목숨을 잃게 되었는지, 왜 그 사고의 경위와 책임 소재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나 사과조차 없는지를 알고자 할 뿐이다.
그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역할이며, 그것이 정의를 실현하는 시작점이라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기다려왔다. 현재도 놀이터에는 동일한 형태의 구조물이 남아 있으며, 제도적 대책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가족은 “그저 다음 아이는 다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누구도 다음 피해자가 우리 아이가 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할 수 없다. 사과는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책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수사기관은 이제라도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조사와 신속한 조치를 통해, 멈춰버린 유가족의 시간에 응답해야 한다.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