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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독사, 예방은 복지 아닌 교육에서 시작된다”

“소외된 독거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돌봄이 아니라 ‘관계 회복을 배우는 교육’이다”

지난겨울, 서울의 한 빌라에서 홀로 살던 80대 노인이 숨진 지 10일 만에 발견됐다. 주변 사람은 그가 세상을 떠난 줄도 몰랐다. 이 같은 ‘고독사’는 더 이상 낯선 사건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3천 명이 넘는 독거노인이 가족이나 이웃의 연락 없이 사망했다.
 

사람들은 이를 흔히 복지의 사각지대 혹은 가족 해체의 결과로 여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독사는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라고…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기술의 부재다. 도움을 요청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세대가 늘어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돌봄’이 아니라 ‘배움’이다.


[사진: 이주연 기자, 라이프타임뉴스]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 그러나 관계는 더 빠르게 무너진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여 전체 인구의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셈이다. 그중 절반 가까이는 혼자 산다. 자녀와의 단절, 배우자의 부재, 친구와의 거리감이 겹치며 고립은 점점 심화된다.
 

정부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응급안전알림서비스’ 등 다양한 복지정책을 내놓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는 사후 처방에 가깝다. 사고 이후의 구조는 가능하지만, 관계의 단절을 미리 막아주는 예방 시스템은 부재하다.

 

일본은 이미 2013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비영리단체가 함께 ‘고독사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노인들이 직접 참여해 ‘도움을 요청하는 법’, ‘이웃과 교류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이러한 교육은 단순한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노년의 자립을 위한 사회적 학습으로 평가받고 있다.


 

복지는 구조를 바꾸지만, 교육은 태도를 바꾼다

서울의 한 대학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정기적인 사회참여 교육에 참여한 독거노인의 우울감은 37% 감소했고, 이웃 교류 빈도는 2배 이상 늘었다. 교육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개입으로 작용했다.

 

고독사 예방교육은 크게 네 가지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첫째, 정서관리 교육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공감 대화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둘째, 디지털 소통 교육을 통해 스마트폰과 영상통화를 익히며 물리적 거리를 줄인다.
셋째, 공동체 참여 교육은 지역 모임이나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넷째, 세대 간 교류 프로그램은 청년과 노년이 함께 활동하며 상호 이해를 높인다.

 

이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가르치는 사회교육이다. 복지는 도움을 ‘주는 것’이지만, 교육은 도움을 ‘함께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 차이가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만든다.


 

비용보다 효과가 크다, 교육은 가장 경제적인 예방

서울의 기초단체에서 지난해 ‘고독사 예방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6개월간 70세 이상 독거노인 120명이 참여했고, 수료 후 응답자의 82%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답했다. 또한 63%는 “이웃과의 교류가 늘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거노인 한 명이 고독사로 사망했을 때 발생하는 행정·장례·주거 정리 등의 사회적 비용은 평균 300만 원에 달한다. 반면, 연간 예방교육 비용은 1인당 40만 원 수준이다.
 

교육은 복지보다 비용이 낮고, 효과는 길게 지속된다. 예방의 본질은 ‘물건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삶을 함께 배우는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함께 배우는 사회만이 외로움을 이긴다

고독사는 결국 사회가 함께 사는 법을 잃어버린 결과다. 외로움을 치료하는 것은 약이 아니라 관계이며, 관계를 회복시키는 힘은 교육에서 나온다. 복지정책이 물질적 기반을 마련한다면, 교육은 정서적 기반을 세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경고음이 울리는 비상벨이 아니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안부를 묻는 사회를 회복하기 위한 ‘배움의 장’이다.

우리가 노인을 돌봄의 대상이 아닌 ‘학습의 주체’로 인식할 때, 고독사는 통계의 숫자가 아닌, 극복 가능한 사회적 과제로 바뀐다.


 

사람은 혼자 늙지 않는다. 사회가 함께 늙고, 함께 배운다. 고독사 예방의 해답은 복지의 확장이 아니라, 교육의 확산이다. 노인을 위한 ‘관계 회복 교육’이 제도화될 때, 우리는 비로소 함께 사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작성 2025.11.06 23:33 수정 2025.11.06 23:34

RSS피드 기사제공처 : 라이프타임뉴스 / 등록기자: 이주연 정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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