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도 같은 배에 타면 노를 젓는다

패권의 무대, 권력의 변주

원한과 협력, 고사성어 속 인간의 얼굴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역사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을 던진다. 그 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두 사자성어, ‘오월동주(吳越同舟)‘와신상담(臥薪嘗膽)‘은 단순한 고사가 아니라 인간사의 아이러니와 권력의 본질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이미지: AI image. antnews>

오월동주는 철천지원수였던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들이 폭풍우에 휩쓸린 배 위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힘을 합쳐 노를 젓는 장면에서 유래했다. 죽음의 파도가 닥쳐오자 원수도 따로 없었다. 살아남아야 했기에, 그 순간만큼은 서로의 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정치적 경쟁자나 대립 세력들이 위기 앞에서 손을 잡는 모습을 보면, 이 고사가 왜 천년을 넘어 회자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인간사의 현실은 늘 오월동주에 머물지 않는다. 위기를 넘기고 나면 다시 칼날을 겨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와신상담의 이야기다. 오나라의 부차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섶 위에서 잠을 자며 이를 악물었다. 반대로 월나라의 구천은 오나라에 포로로 잡혀 온갖 치욕을 견디며 복수의 날을 벼렸다. 구천은 심지어 오왕의 건강을 확인한다며 똥맛까지 보았다 한다. 그 치욕의 기억이 훗날 오나라를 무너뜨린 연료가 되었으니, 인간의 인내와 집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 이야기를 곱씹다 보면, 권력의 무게와 인간의 허망함이 교차한다. 오왕 부차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지만 교만에 빠져 월왕 구천을 풀어주었다. 충직한 오자서의 간언을 물리치고 결국 미녀 서시에 빠져 국정을 소홀히 했다. 권력자가 스스로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할 때, 나라는 무너진다는 진리를 이보다 더 극적으로 증명한 사례가 있을까.

 

반대로 구천은 치욕을 발판 삼아 스스로를 단련했다. 백성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세금을 줄이며 민심을 얻었고, 미녀 서시를 오나라에 보내 교만을 자극했다. 마침내 그는 22년의 한을 풀고 복수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역시 끝내 권력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충신 범려가 간언을 듣지 않은 채 말년을 어지럽혔다.

 

오월동주는 위기 속의 연대를, 와신상담은 복수와 집념의 끝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두 고사의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결국 하나의 교훈에 다다른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협력이 필요하고, 승리를 지키려면 교만을 경계해야 한다.”

 

역사의 무대는 바뀌었지만 인간사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오늘날 국제 정치와 경제 역시 오월동주의 상황 속에 있다. 원수처럼 맞서 싸우다가도 전염병, 기후 위기, 전쟁 같은 폭풍우 앞에서는 한 배를 타고 노를 젓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와신상담의 구천처럼 오랜 치욕을 삼키며 복수를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결국 춘추전국시대의 오와 월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단순하다. 동지가 되든 원수가 되든, 순간의 처세에 매몰되지 말고 더 큰 순리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늘 인간의 집념과 교만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어왔다. 그리고 오늘의 우리 또한 그 흐름 위에 서 있다.



작성 2025.11.10 09:44 수정 2025.11.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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