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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칼럼] 54화 내 마음 속에 톡 떨어진 검은 물방울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나는 지금 어떤 진심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가?

흔들렸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진심이었다는 증거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번져가는 마음의 색

지난주, 나는 오산을 시작으로 화성, 수원, 평택, 군포, 안산까지 동사무소·복지관·도서관 등 160곳이 넘는 기관에 연락을 돌렸다. 자서전 프로그램을 제안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전화를 걸어 나를 소개하고, 프로그램 자료를 정리해 메일로 송부하고, 답장을 기다리는 하루가 반복되었다. 

 

하루 종일 바닥에 앉아 이어지는 통화 속에서 목은 아프고, 마음은 점차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내 안에 아주 작은 무언가가 툭 떨어지는 기척이 있었다. 작고 검은 물방울 하나. 처음에는 미미한 흔적이었다. 그러나 물은 번지는 속도가 빠르다.

 

질문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

며칠이 지나자 그 물방울은 퍼져나갔다. 마음은 조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왜 회신이 오지 않을까.”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부족한 건 아닐까.” “과연 이 길이 열릴 수는 있는 걸까.” 긍정으로 채워져 있던 공간 위로 부정이 천천히 번져갔다. 

 

마음이 작아지고, 불안이 커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게 스며든 깨달음 하나.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해왔지만, 결국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과정도 흔들리는구나.”

 

과정과 결과 사이에서

과정을 신뢰하는 마음은 단단한 듯 보이지만, 현실의 무게는 가끔 그 마음을 스며들게 한다. 특히 가족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단지 ‘도전하고 있다’는 말만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나는 한때 직장 생활 속에서 수많은 고객사에 전화를 했었다. 

 

성대가 잠기던 느낌, 손바닥에 힘이 들어가던 순간, 혹시나 하는 마음과 제발이라는 바람이 뒤섞여 있던 시간. 그 감정이 다시 돌아왔다. 다만 이번에는 회사의 이름이 아닌 나 자신의 이름으로 전화를 건다는 점이 달랐다. 그래서 더 어렵고, 더 뜨겁고, 더 진심이었다.

 

끝까지 건 전화, 남아 있는 마음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모든 기관에 한 번씩은 목소리를 남겼고, 소개 메일을 정성껏 보냈고, 할 수 있는 지점까지는 도달했다. 그래서 마음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지금은 조금 지쳐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하리만큼 편안하다. 흔들림은 실패가 아니다.


흔들렸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진심이었다는 증거이다. 마음이 묵직하다는 것은 그 길을 가벼운 선택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과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이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흔들리는 마음을 부정하는 대신, 그 흔들림 속에서 내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바라볼 수 있다면, 과정은 이미 의미를 가진다.
나는 지금 어떤 진심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가?

 

지금 나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줄을 타고 있다.
어떤 길이 열릴지, 언제 답이 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점 하나. 내 마음 속에 떨어진 검은 물방울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진심의 깊이를 확인하게 하기 위한 표시였다.

 

오늘도 나는 다음 전화를 걸고, 다음 메일을 보낼 것이다. 흔들리면서도 계속 걷는 사람.그것이 지금 내가 선택하고 싶은 삶의 태도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11.17 18:02 수정 2025.11.17 18:18

RSS피드 기사제공처 : 보통의가치 미디어 / 등록기자: 김기천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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