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이 훑고 간 자리에 남은 감사

출처 : unsplash.com


본격적인 영하의 날씨가 찾아오기도 전에, 저희 집은 독감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독감이 유행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아이들이 멀쩡한 걸 보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며칠 후, 첫째가 40도를 넘나드는 고열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4일 정도 지나 증상이 완화되나 싶었는데 둘째에게 똬리를 틀었습니다. 역시 40도에 육박하는 고열과 신음을 반복하며 2주 가량 끙끙대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은 힘겨운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밤새도록 끊이지 않는 기침 소리는 곤욕이었습니다. 뱃가죽이 당길 정도로 콜록대는 아이들이 가장 힘들겠지만, 밤잠을 설치는 부모 역시 지쳐갑니다. 급기야 머릿속으로는 '여기가 지옥 아닌가, 도대체 이놈의 육아는 언제 끝나는가'라는 푸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박완서 작가의 일기 <한 말씀만 하소서>가 떠올랐습니다. 외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후, 슬픔과 고뇌, 억울함 등 솔직한 심정을 담은 책입니다. 참척(慘慽)의 고통 속에서 신에게 '왜 하필 내 아들을 데려갔느냐'고 절규하는 구절은, 감히 아이들의 독감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중차대한 아픔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절절한 고통 속에서 한 젊은 수녀의 이야기를 듣고 깊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속썩이던 자신의 동생을 보며 '왜 내 동생이 저래야 되나'라는 원망을, '왜 내 동생이라고 저러면 안 되나'라고 관점을 바꾸면서 관계가 좋아졌다는 대화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그녀는 '사고의 전환'의 실마리를 찾습니다. "왜 하필 내 아들을 데려갔을까"라는 집요한 원망을 "내 아들이라고 해서 데려가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로 고칠 수 있다면, 이 절망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고백합니다.


말은 쉽습니다. 하지만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면 받아들이기 힘든 이 '사고의 전환'을, 저는 겸손함을 빙자한 무례함으로 그녀의 아픔 위에 숟가락을 얹어봅니다. 


그녀는 생전에 외아들의 숨소리를 얼마나 간절히 듣고 싶었을까요. 그런데 외려 우리 아이들은 그 숨소리가 너무 세서 기침으로 뿜어 냅니다. 이 단순한 사실 앞에 절로 겸손해집니다. 


비록 밤잠을 설치게 하는 괴로운 기침 소리일지라도, 지금 내 곁에서 숨 쉬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 또한 언젠가는 되돌릴 수 없는 귀한 '추억'이 될 것을 알기에, 이 순간 아이들의 거친 숨소리를 감사히 듣습니다.


그리고 그 독감을 이 애비에게 옮긴 것 또한 감사하게 여겨야겠습니다. 저 또한 살아있다는 것일테니 말입니다. 


케이피플 포커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표기 의무

■ 제보

▷ 전화 : 02-732-3717

▷ 이메일 : ueber35@naver.com

▷홈페이지 : www.kpeoplefocus.co.kr 

김진혁 칼럼니스트 기자 hyogy82@naver.com
작성 2025.11.19 23:16 수정 2025.11.19 23:16

RSS피드 기사제공처 : K People Focus (케이피플포커스) / 등록기자: 김진혁 칼럼니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얼굴천재 차은우, 200억 탈세 의혹에 국방부도 등 돌렸다?
박군. 한영 부부 이혼설의 진짜 반전
겨울만 되면 내가 곰이 된 것 같아. ‘햇빛 결핍’의 경고
서울 한채 값으로 지방 아파트 700 채.
만보 걷기? 오히려 건강 해칠 수 있다.
별이 된 세기의 유혹자, 브리지트바르도, 누구인가?
자식보다 낫다? 부모님 홀리는 ai의 정체!
직장 내 괴롭힘의 끔찍한 결말
굶지 않고 똥뱃살 빼는 3가지 습관
도가니텅? 사골국? 관절엔 효과없다
허리 통증을 이기는 100세 걷기 비밀
하치노헤시
심박수, 가만히 있어도 100? 돌연사, 위험!
외로움이 돈보다 무섭다!
하치노헤, 여기 모르면 손해!
도심에서 전원생활? 가능합니다. ‘화성파크드림프라브’
겨울 돌연사, 혈관 수축 경고
‘아직도 육십이구나’라고 말하던 국민배우 이순재의 마지막 메시지
가마지천 자전거 위험
암환자의 영양관리/유활도/유활의학
마음속 파장을 씻어내는 방법 #유활 #유활의학 #류카츠
유활미용침으로 젊고 탄력있는 피부를 만드세요
류카츠기치유(流活気治癒) #유활의학 #유활치료원 #우울증해소
덕수궁 수문장체험
스카이다이빙(소라제작)
오토바이와 반려견 충돌 사고 #반려견 #교차로 #충돌사고
엄마가 매일쓰는 최악의 발암물질ㄷㄷ
박정희 시리즈 9
유튜브 NEWS 더보기

부의 이동심리, 타워팰리스가 던지는 경제적 신호

그대는 소중한 사람 #유활의학 #마음챙김 #휴식

나 홀로 뇌졸중, 생존 확률 99% 높이는 실전 매뉴얼

숨결처럼 다가온 희망. 치유.명상.수면.힐링

통증이 마법처럼 사라지다./유활도/유활의학/유활파워/류카츠대학/기치유

O자 다리 한국, 칼각 일본? 앉는 습관 하나가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겨울마다 돌아오는 ‘급성 장폭풍’… 노로바이러스, 아이들 먼저 덮쳤다

아오모리 강진, 철도·항만·도심 모두 멈췄다… 충격 확산

경기도, 숨겨진 가상자산까지 추적했다… 50억 회수한 초정밀 징수혁신으로 대통령상 수상

간병 파산 막아라... 경기도 'SOS 프로젝트' 1천 가구 숨통 틔웠다 120만 원의 기적,...

100세 시대의 진짜 재앙은 '빈곤'이 아닌 '고독', 당신의 노후는 안전합니까...

브레이크 밟았는데 차가 '쭉'... 눈길 미끄러짐, 스노우 타이어만 믿다간 '낭패...

"AI도 설렘을 알까?"... 첫눈 오는 날 GPT에게 '감성'을 물었더니

응급실 뺑뺑이 없는 경기도, '적기·적소·적시' 치료의 새 기준을 세우다

GTX·별내선·교외선이 바꾼 경기도의 하루… 이동이 빨라지자 삶이 달라졌다

행복은 뇌에서 시작된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10가지 습관

행복은 뇌에서 시작된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10가지 습관

자신을 칭찬할 수 있는 용기, 삶을 존중하는 가장 아름다운 습관

아이젠사이언스생명연, AI 신약 개발 초격차 확보 전략적 동행

제주에서 시작된 건강 혁신, 임신당뇨병 관리 패러다임을 뒤흔든 교육 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