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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공무원을 뽑는다면서 왜 영어가 필수인가?

관성적 영어 필수, 공정성을 해친다

공무원 시험,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공무원 시험에서 영어가 필수 과목으로 자리 잡은 현실은 이제 진지하게 재검토할 시점에 이르렀다. 공직 업무가 점점 다양하고 전문화되는데, 여전히 가장 높은 장벽은 영어다. 우리는 대한민국 공무원을 선발하는 것이지, 외국 공무원을 뽑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복잡한 영어 독해 능력이 공직 진입의 핵심 요소가 되는 구조는 더 이상 설득력 있는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 행정·현장 업무에서 요구되는 역량은 한국어 기반의 정책 이해력, 대민 소통 능력, 문제 해결 능력이다. 대부분의 직렬에서 고급 영어 지문을 해석하는 능력과의 직접적 연관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필기시험에서 영어가 합격을 좌우하는 현실은 시험 제도가 ‘필요한 인재를 뽑는 과정’이 아니라 ‘인원을 걸러내는 장치’로 변질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지방의 일반직 전기·전산직조차 필수 과목이 영어와 한국사로 구성된 사례는 이 문제의 단적인 예다. 전기 안전을 다루고, 시스템을 구축·운영할 기술직 공무원을 뽑는 데에서도 영어가 가장 먼저 요구되는 현실은 제도가 얼마나 관성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런 사례는 단지 기술직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직렬에 걸쳐 영어가 과도하게 강조되는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영어는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영어 능력은 개인이 성장한 교육 환경, 지역적 교육 수준, 사교육 접근성 등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능력과 잠재력이 충분한 수험생이라도 영어라는 벽 앞에서 경쟁 기회를 잃는 상황이 반복된다. 공정한 선발을 목표로 해야 하는 공무원 시험에서 이런 구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하나의 현실적 대안은 직무에 직접 필요한 ‘실기 평가’를 도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술직이라면 전기·전산 분야의 실제 장비 이해도나 시스템 구축·운용 능력을 평가하는 실기 시험, 행정직이라면 기초 문서 작성 능력이나 정책 분석의 기초 역량을 확인하는 실무형 평가를 도입할 수 있다. 이는 영어·한국사처럼 모든 직렬에서 동일하게 요구되는 형식적 과목보다, 직렬별 업무에 보다 밀착된 역량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영어가 필요 없는 직렬에서는 영어 비중을 줄이고, 대신 해당 직무를 바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외국어 능력이 필수인 직렬은 별도 평가로 강화하면 된다. 문제는 ‘필요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직렬에서 영어를 동일하게 강요하는 구조’에 있으므로, 직렬별 특성에 맞춘 실기·실무형 시험은 오히려 제도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

 

공직 사회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능력은 국민에 대한 이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 그리고 직무 전문성이다. 이 능력들은 복잡한 영어 문장을 푸는 능력보다 훨씬 공직의 목적에 근접해 있다. 공무원을 뽑는 시험이 이 목적에 맞게 설계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대한민국 공무원을 뽑는 시험이라면 그 현실에 부합해야 한다.
직렬별 실기·실무형 평가 도입은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한걸음이 될 것이다.
제도는 시대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그 변화가 필요하다.

작성 2025.11.23 18:13 수정 2025.11.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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