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튀르키예 정상회담의 숨은 의미 3가지: 단순한 악수가 아니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튀르키예 공식 방문이 시시하는 것.

-형제의 땅에 심은 진심, 튀르키예 정상회담의 이면.

-앙카라의 바람 속에 흩날린 '혈맹'의 온기: 악수 너머를 보라.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차가운 삭풍(살을 에는 겨울바람)이 부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는 종종 뉴스 화면에 비친 지도자들의 건조한 악수를 무심히 스쳐 보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포성은 멈출 줄 모르고, 중동의 화약고는 여전히 뜨거운 2025년 늦가을. 세계는 지금 '자국 우선주의'라는 거대한 벽 뒤로 숨어 서로를 경계하기에 바쁘다. 이러한 단절과 불신의 시대에, 최근 튀르키예(터키) 앙카라에서 들려온 한-튀르키예 정상회담 소식은 단순한 외교 뉴스를 넘어, 잊고 지낸 '관계의 본질'을 묵직하게 두드리는 한 편의 서사시와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텔레비전 화면 속,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웃는 10초 남짓한 장면만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그 장면을 깊이 들여다볼 때, 그곳에는 카메라 렌즈가 다 담아내지 못한 거대한 '존중의 언어'와 '생존을 위한 연대'가 숨 쉬고 있었다. 공식 발표라는 딱딱한 껍데기를 깨고, 그 이면에 흐르는 뜨거운 피와 같은 세 가지 결정적 장면을 복기해 보고자 한다. 이것은 외교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잃어버린 '진심'에 관한 이야기이다.

 

국빈의 품격: 아브라함의 식탁을 차리는 마음으로

 

손님이 집에 찾아왔을 때, 주인이 어떻게 맞이하느냐는 그 관계의 깊이를 가늠하는 가장 정확한 척도다. 슬리퍼를 끄며 문을 열어주는 것과, 대문 밖까지 뛰어나가 옷깃을 여미며 맞이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이번 튀르키예 대통령궁에서 펼쳐진 환영식은 후자였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11월 24일, 대한민국 대통령의 차량이 튀르키예의 대통령궁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 웅장한 기마대가 나타나 호위를 시작했다. 마치 고대 튀르크 전사들이 귀한 형제를 보호하듯 감싸안는 모습이었다. 두 정상이 붉은 카펫 위에 서자, 21발의 예포가 앙카라의 하늘을 뒤흔들었다. 그 소리는 단순한 화약 소리가 아니라, "당신은 우리의 가장 소중한 형제입니다"라고 외치는 심장의 고동과도 같았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환영식장에 늘어선, 역사 속 16개 튀르크 제국을 상징하는 깃발과 전통 복장의 군인들이었다. 이슬람 문화권, 특히 튀르크 정서에서 '손님 환대(Misafirperverlik)'는 신성한 의무에 가깝다. 그들은 자신의 역사적 뿌리와 정체성을 모두 꺼내어 보여줌으로써, 대한민국을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닌 '역사를 공유하는 가족'으로 대우한 것이다. 성경 속 아브라함이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하기 위해 가장 살진 송아지를 잡았던 그 간절한 환대의 마음이, 21세기의 외교 현장에서 재현된 셈이다. 이는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 나의 가장 귀한 것을 내어주며 존중하고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메르하바 아스케르": 영혼을 울리는 공명(共鳴)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누군가의 모국어로 인사를 건넨다는 것은, 그 사람의 영혼의 문을 두드리는 행위와 같다. 이재명 대통령이 튀르키예 의장대를 사열하며 건넨 한마디, "메르하바 아스케르(Merhaba Asker)"는 그래서 긴 연설보다 더 강력했다.

 

"안녕하세요, 군인들"이라는 뜻의 이 짧은 문장 속에는 수많은 역사적 맥락이 함축되어 있다. 튀르키예는 스스로를 '군인 국가(Asker Milleti)'라 칭할 만큼 군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나라다. 더욱이 그들은 70여 년 전, 알지도 못하는 극동의 작은 나라를 위해 2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을 파병해 피를 흘려준 '피로 맺어진 형제(Kan Kardeş)'다.

 

한국의 대통령이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자부심인 군인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순간, 그것은 외교적 의전을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가 당신들의 희생을 기억합니다. 당신들은 우리의 영웅입니다"라는 무언의 고백이다. 선교 현장에서도 서툰 현지어 한마디가 수십 년 닫혀 있던 무슬림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곤 한다. 진심은 유창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향한 배려와 존중에서 나온다. 이 한마디는 의장대의 절도 있는 눈빛을 넘어, 튀르키예 국민들의 가슴속에 있는 '한국전쟁의 기억'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당신은 오늘, 당신 곁의 이웃에게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인사를 건네고 있는가? 

생존을 위한 식탁: 폭풍 속에서 손을 잡다

 

낭만적인 환영과 인사가 끝난 뒤, 회담장 테이블에 앉은 이들의 면면은 비장했다. 사랑방의 담소가 아닌, 거친 풍랑을 헤쳐 나가기 위한 선장들의 회의였기 때문이다. 배석자들의 명단은 이 만남의 무게를 증명한다. 외교부 장관은 물론, 에너지 천연자원부 장관, 무역부 장관, 방위산업청장, 그리고 대통령실 소통 국장까지.

 

이는 단순한 친선 도모가 아니다. 에너지 위기라는 전 지구적 재난 앞에서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절박함,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변하는 안보 지형 속에서 K-방산과 튀르키예 드론 기술의 결합을 통한 국방력 강화, 그리고 이 모든 전략적 파트너십을 양국 국민과 세계에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특히, 비공개 단독 회담에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만이 배석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 러시아와 서방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대한민국 역시 대륙과 해양 세력의 교차점에 서 있다. 두 '가교 국가'의 만남은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다. 이번 회담은 경제, 국방, 외교라는 세 겹 줄로 단단히 묶인 '운명 공동체'의 탄생을 예고한다.

 

악수 너머,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들

 

우리는 이번 한-튀르키예 정상회담이라는 거울을 통해 세 가지 진실을 마주했다. 상대를 왕처럼 대우하는 겸손한 예우, 마음의 빗장을 여는 경청과 존중의 언어, 그리고 실질적인 삶의 문제를 함께 짊어지는 구체적인 연대가 그것이다.

 

정치와 외교는 멀리 있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이며, 우리네 삶의 축소판이다. 튀르키예가 보여준 21발의 예포처럼, 우리도 가정에서, 직장에서, 교회에서 만나는 이들을 '국빈'처럼 대할 수는 없을까? 나의 편안한 언어가 아닌, 상대의 언어로 "메르하바(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다가갈 수는 없을까?

 

이념과 국익을 초월해 피로 맺어진 이 형제애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차가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따스한 화롯불이 되기를 소망한다. 앙카라에서 시작된 이 훈풍이 한반도를 넘어, 단절된 모든 관계 속에 스며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변화는, 진심 어린 악수 한 번에서 시작된다.

 

작성 2025.11.25 01:49 수정 2025.11.2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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