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에세이] 달이 차면 기운다: 오스만 제국, 그 화려한 배신의 기록

-사냥꾼은 왜 가장 아끼던 개를 삶았나: 오스만 제국의 화려하고 비정한 배신.

-당신의 '유능함'이 당신을 죽일 수 있다: 2인자 이브라힘 파샤의 몰락이 던지는 경고.

-칼날 위에 핀 꽃은 오래가지 못한다: 승리한 자들이 맞이한 가장 쓸쓸한 뒤안길.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사냥꾼은 왜 가장 아끼던 개를 죽였는가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통해 토사구팽(兎死狗烹), 즉, 필요할 때 이용하고 쓸모가 없어지면 버리는 배신행위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발견한다. 그 사례로는 제국 초기 성공의 핵심이었으나 이후 부담이 되어 마흐무드 2세에 의해 숙청된 예니체리 군단의 해체가 언급된다. 또한, 쉴레이만 대제가 권력이 너무 커지자 제거한 유능한 총리대신 이브라힘 파샤의 사례와, 군사적 필요가 사라진 후 제국의 통제를 받게 된 크림 칸국 지도자들의 배신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이러한 권력 유지 과정에서의 숙청이 오스만 제국의 장기적인 쇠퇴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단순히 잔인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권력의 차가운 생리다. 인간의 역사, 그중에서도 600년 넘게 세 대륙을 호령했던 거대한 제국 오스만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 섬뜩한 공식은 더욱 선명해진다. 가장 높이 날았던 자, 가장 충성스러웠던 자, 가장 용맹했던 자들이 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는지, 그 피로 쓰인 배신의 연대기를 천천히 펴본다.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아들들: 예니체리의 비극

 

오스만 제국이라는 거인을 지탱한 두 다리는 무엇이었을까? 하나는 이슬람의 신앙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로 '예니체리(Janissaries)'라는 강철 군화였다. 기독교 가정에서 징집되어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술탄의 친위대로 길러진 이들은, 부모도 형제도 잊은 채 오직 술탄만을 아버지로 섬겼다. 그들이 가는 곳에는 승리가 있었고, 그들의 솥단지(Kazan)가 걸리는 곳이 곧 제국의 영토였다.

 

그들은 단순한 군인이 아니었다. 술탄이 먹여주고 입혀주는, 술탄의 '양자'들이었다. 그들이 머리에 쓴 흰 모자는 수의(壽衣)를 상징했다. "언제든 술탄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무시무시한 충성 맹세였다. 그들의 칼끝에서 비잔티움 제국이 무너졌고, 콘스탄티노플의 성벽이 함락되었다. 제국의 전성기는 예니체리의 피와 땀으로 반죽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은 고인 물과 같다.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 세월이 흐르며 이 충직한 사냥개들은 늙고 비대해졌다. 전장에서 용맹을 떨치던 그들은 점차 도심의 이권에 개입하고, 상인들을 갈취하며, 심지어 마음에 들지 않는 술탄을 폐위시키거나 살해하는 '킹메이커'로 변질되었다. 술탄을 지키던 방패가 도리어 술탄의 목을 겨누는 날카로운 창이 되어버린 것이다.

 

1826년, 마흐무드 2세는 결단을 내린다. 그는 자신이 양성한 신식 군대를 동원해 이스탄불 한복판에 있는 예니체리의 병영을 포위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포문을 열었다. 수백 년간 제국의 영광을 함께했던 '아들들' 위로 무자비한 포탄이 쏟아졌다. 불타는 병영 속에서 들려오던 비명, 그것은 한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장송곡이었다. 역사는 이를 '상서로운 사건(Auspicious Incident)'이라 기록하지만, 그 이면에는 쓸모가 다한 사냥개를 삶는 주인의 비정한 눈빛이 서려 있다.

 

태양을 꿈꾼 그림자: 이브라힘 파샤의 추락

 

집단이 아닌 개인의 운명은 어떠했는가. 오스만의 황금기를 이끈 '장엄한 술탄' 쉴레이만 1세의 곁에는 그의 분신과도 같은 친구, 이브라힘 파샤가 있었다. 그리스의 어촌 소년으로 태어나 노예로 팔려와 술탄의 최측근이 되기까지, 그의 인생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두 사람은 밤새 문학과 철학을 논했고, 같은 천막에서 잠을 잤으며, 서로의 영혼을 나누었다. 쉴레이만은 이브라힘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에게 제국의 국새(인장)를 맡겼고, 자신의 여동생과 결혼시켜 '다마트(사위)'라는 칭호까지 하사했다. 이브라힘은 그 신뢰에 보답했다. 탁월한 외교술로 유럽 군주들을 요리했고, 과감한 전략으로 헝가리 평원을 제국의 발아래 두었다.

 

하지만, 이브라힘은 간과했다. 달은 태양의 빛을 반사할 때만 아름답다는 것을. 권력의 정점에서 그는 자신이 태양인 줄 착각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세라스케르 술탄(군사령관 술탄)'이라 칭하는 오만을 부렸고, 그의 화려한 궁전은 술탄의 톱카프 궁전보다 더 웅장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친구이자 주군이었던 쉴레이만의 마음속에 '의심'이라는 독버섯이 자라났다. "저 자가 나의 왕좌를 노리는 것은 아닐까?" 권력은 나눌 수 없는 잔과 같다. 결국 1536년의 어느 깊은 밤, 톱카프 궁전으로 저녁 초대를 받은 이브라힘은 다음 날 아침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목에는 검은 밧줄 자국이 선명했다. 가장 사랑했던 친구를 처형하라고 명령한 뒤, 옆방에서 그 숨소리가 잦아들기를 기다렸을 쉴레이만의 고독을 상상해 보라. 그것은 사냥개를 삶는 주인의 슬픔이었을까, 아니면 사자를 두려워한 조련사의 공포였을까.

 

버려진 방패: 크림 타타르의 눈물

 

궁전 안의 비극이 개인과 집단의 배신이었다면, 제국의 국경 밖에서는 동맹을 향한 냉혹한 배신이 있었다. 흑해 북쪽, 드넓은 초원을 지배하던 크림 칸국의 타타르 기병들은 오스만 제국의 든든한 우익이었다. 그들은 제국이 유럽 원정을 떠날 때마다 바람처럼 달려와 선봉에 섰고, 북쪽에서 내려오는 러시아의 곰을 막아내는 살아있는 방패였다.

 

수백 년간 오스만과 크림 칸국은 이슬람이라는 깃발 아래 형제처럼 지냈다. 술탄은 그들을 존중했고, 칸은 술탄을 따랐다. 하지만 18세기, 제국의 힘이 빠지고 러시아가 급부상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오스만 제국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크림반도를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두는 굴욕적인 조약을 맺는다.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자, 제국은 더 이상 타타르의 말발굽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토록 용맹했던 동맹은 국제 정치의 계산기 위에서 숫자로 치환되었고, 결국 '폐기 처분'되었다. 크림 칸국이 러시아에 병합되던 날, 오스만 제국은 침묵했다. 그 침묵은 타타르인들에게 칼보다 더 아픈 배신이었다. 사냥이 끝났기에, 북쪽의 거친 사냥개는 더 이상 필요 없었다.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토사구팽, 그 쓸쓸한 뒷모습

 

예니체리의 몰살, 이브라힘의 처형, 그리고 크림 칸국의 방기. 이 세 가지 사건은 시공간은 다르지만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력 앞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충성도 없다는 차가운 진실이다. 오스만 제국은 이 '토사구팽'을 통해 잠시의 안정을 얻고 왕좌를 지켰을지 모른다. 비대해진 군부를 도려내고, 왕권을 위협하는 신하를 제거하고, 골치 아픈 외교 문제를 털어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역사의 긴 호흡으로 볼 때, 이것은 제국의 수명을 깎아 먹는 자해 행위였다. 신하들은 더 이상 술탄을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았고, 동맹국들은 제국을 의심했다. 충성심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것은 눈치와 아부, 그리고 보신주의뿐이었다. 위기의 순간, 정말로 제국을 위해 칼을 들어줄 '사냥개'가 사라졌을 때, 사냥꾼인 제국 자신도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져야 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가. 우리네 삶의 터전에서도 누군가는 이용당하고, 누군가는 버려진다. 필요할 때는 간도 쓸개도 내어줄 듯하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등을 돌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오스만의 역사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는 성공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겠느냐고.

 

진정한 권위는 칼날 위에서 춤추는 공포가 아니라, 서로를 끝까지 책임지는 신뢰 속에서 피어난다. 사냥이 끝난 후, 고생한 사냥개를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사냥꾼만이 다음 사냥에서도, 그리고 인생이라는 거친 들판에서도 결코 홀로 남겨지지 않을 것이다. 배신의 역사가 남긴 이 서늘한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밤이다.

 

작성 2025.11.26 01:52 수정 2025.11.26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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