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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칼럼] 60화 챗GPT가 사라진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나는 지금, ‘나의 생각’과 ‘도구의 도움’ 사이에 건강한 경계를 갖고 있는가?

기술은 나를 대신해 길을 걸어주지 않는다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김기천 칼럼니스트]

 

기술의 작은 오류가 던진 큰 질문

며칠 전, 급하게 마무리해야 할 작업을 정리하려고 챗GPT를 실행했다. 그런데 갑자기 익숙하지 않은 오류 메시지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계속하려면 challenges.cloudflare.com 차단을 해제하십시오.” 처음엔 단순한 인터넷 문제겠지 하고 넘기려 했다. 

 

브라우저를 닫았다 다시 열고, 캐시를 지우고, 여러 시도를 반복했지만 같은 메시지가 계속 떴다.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 불편함을 느낀다고? 챗GPT가 없으면 일을 못 하는 걸까?” 

 

잠깐의 오류였지만, 내 마음 한구석은 묘하게 흔들렸다. 어느새 이 도구에 꽤나 의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기계가 나의 생각을 대신할 수는 없다

나는 글을 쓰며 챗GPT에게 여러 도움을 받아왔다. 문장을 다듬을 때, 관점을 바꾸고 싶을 때,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막힐 때. 챗GPT는 늘 옆에서 조용히 생각을 도와주는 파트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날의 오류는 작은 경고음처럼 들렸다. 

 

“편리함은 좋지만, 네가 생각해야 할 몫까지 넘기지는 마라.” 최근 몇 달을 떠올려보면, 자서전 프로그램을 만들고, 강의자료를 정리하고, 매일 에세이를 쓰고,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참 많은 작업을 해왔다. 분명 이 모든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했고 손으로 직접 적어 나갔다. 

 

그런데 마지막 정리 단계만 되면 자연스럽게 챗GPT에게 맡기려는 패턴이 굳어져 있었다. 문장을 고쳐주는 건 좋지만, 내가 할 고민의 일부를 슬쩍 넘겨버린 건 아니었을까.

 

사라져도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

기계는 대신 생각해줄 수 있지만, 결국 내 삶을 살아주는 존재는 아니다. 이 단순한 진리를 나는 잠시 잊고 살았다. 예전의 나는 검색창을 뒤지며 자료를 찾고, 책을 펼쳐 밑줄을 긋고, 노트에 빼곡히 생각을 적어 내려가며 ‘나의 생각’을 쌓아갔다. 

 

그 시간들은 느렸지만, 그만큼 깊었다. 반면 요즘의 나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사색의 깊이가 조금 얕아진 듯했다. 결과는 빠르게 얻었지만, 생각의 온기와 결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작은 약속을 세웠다. “이제는 내 문장이 먼저 나오고, 챗GPT는 보조로만 쓰자.” 도구는 도구다. 잘 사용하면 훌륭한 동반자지만, 나의 의지와 생각을 대신할 수는 없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기술은 삶을 편하게 만들지만, 사색의 깊이까지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결국 나의 선택이다. 만약 오늘 챗GPT가 사라진다면, 나는 내 힘으로 생각하고, 적고,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지금, ‘나의 생각’과 ‘도구의 도움’ 사이에 건강한 경계를 갖고 있는가?

 

나는 챗GPT를 계속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그 문장들 앞에 서는 문장은 언제나 ‘내가 먼저 쓴 문장’이 되어야 한다. 기술은 나를 대신해 길을 걸어주지 않는다. 내 삶을 그려내는 힘은 결국 내 안에 있다. 그날의 작은 오류는 불편함이 아니라 메시지였다. 

 

“조금 더 단단해져라. 네 생각을 먼저 세워라.” 오늘도 나는 내 문장, 내 사유, 내 생각을 먼저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그 빈틈을 도구의 도움으로 천천히 채워간다. 기계는 도와줄 뿐, 나의 삶을 만드는 주체는 언제나 나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11.26 11:08 수정 2025.11.26 11:19

RSS피드 기사제공처 : 보통의가치 미디어 / 등록기자: 김기천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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