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66화 훗날을 기약하며 (feat. 자서전프로그램 제안)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이번엔 아닐 뿐, 끝은 아니다

잠시 돌아가는 길 같아도, 마음에 품은 꿈은 여전히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 “왜 하필 직장생활로 돌아가려는 이 시점에 연락이 온 걸까?” [사진=김기천 칼럼니스트]

 

다시 시작을 준비하던 시간, 예상치 못한 연락이 찾아오다

지난 주, 나는 새로운 회사에서의 업무를 준비하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사용하던 가방을 꺼내 정리하고, 첫 출근에 입을 옷을 골라보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던 때였다.

 

그렇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직장생활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을 즈음, 어느 아침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용인의 한 동사무소 복지센터 담당자였다. 마음을 다해 담아 보냈던 자서전프로그램 제안서를 긍정적으로 검토했고, 2026년 1분기에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연락이었다.

 

순간 마음 한가운데가 툭 하고 꺼졌다. 통화는 차분하게 이어갔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야 긴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밀려온 생각. “왜 하필 지금일까. 왜 직장생활로 돌아가려는 이 시점에 연락이 온 걸까.”

 

아쉬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그동안 준비해온 시간과 정성이 한순간 되살아나며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흔들림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 현실의 무게

자서전프로그램은 오래전부터 품어온 꿈이었다. 그래서 더 흔들렸고, 더 아쉬웠다. 하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만 결정할 수 없는 것이 또 하나의 현실이었다. 가족을 책임지고,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으로서 지금 당장 12주 일정의 수업을 감당하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뒤, 나는 담당자에게 정중히 문자를 보냈다. 고마운 마음, 배우고 싶었던 열망, 그리고 지금은 장기 일정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솔직한 사정을 담아 전했다. 문자를 보내는 손끝이 잠시 멈칫했지만, 결국 선택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책임이 더 무거운 시기라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을 당장 이어갈 수 없더라도, 그것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것.

 

이번엔 아닐 뿐, 끝은 아니다

결국 나는 직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조용히 속삭였다.

“이번엔 아닐 뿐, 끝은 아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도, 내가 품고 있는 꿈도 여전히 나와 함께 있다. 지금은 단지 시간을 두고 묵히는 시기일 뿐, 언젠가 다시 꺼내어 다듬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아쉬움이 남아 있지만, 그것이 지난 시간을 실패로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몇 달은 내 마음의 방향을 더 선명하게 잡아준 시간이었다. 하루하루 기록하며 살아온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선택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우리가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을 마주할 때, 그 선택을 ‘포기’로 바라보고 있는가, 아니면 ‘다시 시작하기 위한 숨 고르기’로 바라보고 있는가?

 

나는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길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잠시 돌아가는 길 같아도, 마음에 품은 꿈은 여전히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지금은 책임을 선택하는 시간이고, 언젠가는 기꺼이 하고 싶은 일을 다시 꺼내 들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를 기약하며, 나는 오늘도 묵묵히 하루를 살아간다. 다음의 시간이 또 다른 여정이 되리라는 믿음을 품은 채로 말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12.06 13:18 수정 2025.12.0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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