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은 참으로 기묘한 속성을 지녔다. 어떤 1년은 찰나처럼 스쳐 지나가고, 어떤 1년은 영겁의 무게로 삶을 짓누른다. 시리아의 심장, 다마스쿠스에 지난 1년은 그 두 가지 속성이 혼재된 폭풍의 시간이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그 지독했던 내전의 포성이 멈춘 지 정확히 일 년. 지금 다마스쿠스는 다가오는 12월 8일, 혁명의 첫돌을 앞두고 역사상 가장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폐허 위에서 피어난 꽃처럼, 도시는 지금 축제 준비로 들썩인다. CNN TURK가 현장에서 전해 온 다마스쿠스의 공기는 완연한 축제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은 단순히 달력의 숫자가 바뀌었음을 기념하는 의례적인 행사가 아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철권통치와 삶의 터전을 앗아간 전쟁의 공포로부터 마침내 해방되었다는, 살아남은 자들의 뜨거운 안도의 한숨이자 미래를 향한 갈망의 표출이다.
거리의 풍경부터 달라졌다. 총탄과 포격으로 얼룩졌던 건물의 외벽은 새로운 페인트로 덧칠해져 과거의 상처를 부지런히 지워내고 있다. 상점마다, 그리고, 집마다 혁명을 상징하는 깃발들이 내걸려 바람에 펄럭인다. 그 깃발 아래서 아이들은 아버지의 어깨에 목말을 타고, 곧 다가올 승리의 행진을 기다리며 해맑은 노래를 흥얼거린다.
한때 죽음의 공포를 알리는 사이렌과 포성만이 가득했던 우마이야 광장에는 이제 희미하게나마 축제를 알리는 음악 소리가 흘러나온다.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평범한 일상의 기쁨, 그 소중한 생기가 도시의 혈관을 타고 다시 돌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웃고, 껴안으며, 드디어 우리가 지옥에서 살아 나왔음을 확인한다. 이 순간만큼은 다마스쿠스가 지상에서 가장 기쁜 도시처럼 보인다.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어지는 법이다. 이 눈부신 환희의 바로 뒷면에는, 미처 다 삼키지 못한 쓴잔처럼 무겁고 차가운 납덩이가 시민들의 가슴 한구석을 짓누르고 있다. 축제의 노래가 잠시 멈춘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북쪽 하늘, 그리고 국경 너머다. 그곳에는 ‘이스라엘’이라는 거대한 불안의 실체가 도사리고 있다.
'아사드'라는 구시대의 악몽은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권력의 공백은 새로운 지정학적 긴장을 불러왔다. 시민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자신들이 딛고 선 이 평화의 땅이 얼마나 살얼음판처럼 위태로운지를 말이다. 현장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이스라엘에 대한 불안감’은 막연한 추측이나 기우가 아니다. 그것은 당장이라도 머리 위로 쏟아질 수 있는 실질적인 공포다.
활기를 되찾은 카페에서 삼삼오오 모여 혁명의 성과와 자유의 달콤함을 이야기하던 사람들도, 대화의 주제가 국경 너머의 위협으로 옮겨가는 순간 목소리가 급격히 낮아진다. 주변을 살피고, 마른침을 삼킨다. 축제의 안전을 위해 배치된 수많은 보안 병력의 시선조차 도시 내부의 질서 유지가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먼 북쪽 하늘을 경계하는 듯 날카롭다. 시장통의 한 상인이 나지막이 내뱉은, “우리는 자유를 얻었지만, 진정한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혼잣말은 지금 다마스쿠스가 처한 역설적인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한다. 피 흘려 쟁취한 오늘의 평화가 외부의 거대한 힘으로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근원적인 두려움이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다.
이처럼 혁명 1주년을 목전에 둔 다마스쿠스의 현재는 극명한 대비 그 자체다. 한쪽에서는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감격의 축포를 준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또 다른 전쟁의 불씨가 날아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것은 단순히 한 도시의 풍경을 넘어, 복잡하게 얽힌 중동 정세 속에서 진정한 주권과 평화를 찾아가려는 시리아라는 국가가 마주한 가혹하고도 위태로운 현실의 축소판이다.
CNN TURK가 다마스쿠스의 심장부에서 목격하고 기록한 것은 바로 이 '공존할 수 없는 감정들의 공존'이었다. 과거의 사슬을 끊어낸 해방감과, 미래의 불확실성이 주는 중압감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역사의 현장. 다마스쿠스 시민들은 어쩌면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기쁘면서도 가장 불안한 기념일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사드의 유령을 몰아낸 자리에 새롭게 드리운 이스라엘이라는 긴장의 그림자 속에서, 그들은 오늘도 환희의 노래를 부르며 애써 불안을 달래고 있다. 이 도시의 진정한 봄은 과연 언제쯤 찾아올 것인가. 1주년의 다마스쿠스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