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매도인 반소 기각… "가계약금 1천만 원 전액 반환하라" 재판부 "공란·협의사항 남은 문자는 청약의 유인일 뿐… 본질적 의사 합치 없어" 원고 측 백주선 변호사 "단순 송금· 계약문구 담긴 문자 송·수신만으로 부동산매매계약이 성립했다고 중개하는 부동산 '가계약' 관행에 제동"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정식 계약서 작성 없이 오가는 이른바 ‘가계약금’에 대해, 구체적인 계약 조건의 합의가 없었다면 매도인은 이를 위약금 명목으로 몰취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위약금 조항이 담긴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더라도, 중요 부분에 대한 확정적 합의가 결여됐다면 매매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은 지난달 25일, 아파트 매수 희망자 A씨가 매도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반면 매도인 B씨가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으로 나머지 계약금 7,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반소(위약금 청구의 소)는 전부 기각됐다.

◇ "문자로 '계약금 포기' 통보했으니 계약 성립?"… 법원 판단은 'NO'
사실관계에 따르면 원고 A씨는 경기도 000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해 피고 B씨의 계좌로 1,000만 원을 송금하며 송금 메모에 ‘가계약금’이라 기재했다. 이후 계약이 불발되자 B씨는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했고, 해제 시 계약금을 포기한다는 특약이 있었다”며 기지급된 1,000만 원의 반환을 거부함은 물론, 계약금 총액인 8,000만 원 중 미지급된 7,000만 원을 추가로 청구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공인중개사가 보낸 ‘문자메시지’의 효력 유무였다. 당시 중개사는 ‘계약 해제 시 매수인은 계약금 포기’라는 문구가 포함된 메시지를 전송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계약 성립의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당 문자메시지는 중개사 간 협의 내용을 정리한 것에 불과한 점 ▲중도금 및 잔금 지급일이 ‘협의’로 기재되어 있고 매수인란이 공란인 점 ▲원고가 해당 내용을 매매계약 내용으로 하는 것에 동의했다는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매매계약의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해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와 피고 사이에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 "가계약금은 교섭의 증거금… 위약금 약정 없으면 돌려줘야"
재판부는 ‘가계약금’의 법적 성격도 명확히 설시했다. 법원은 “가계약금은 매매계약 체결 의사를 밝히며 장차 계속될 교섭의 기초로 지급한 일종의 ‘증거금’”이라며 “매매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별도의 해약금 약정이 없는 한 매수인에게 반환되는 것이 전제된 돈”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가 보유 중인 1,000만 원은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이를 반환하고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24년 8월 23일부터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지급할 것을 명했다.

사진: 법무법인 대율 백주선 대표변호사
◇ [전문가 분석]법무법인 대율 백주선 변호사 "계약 구속력 가지려면 '구체적 합의' 필수… 문자만으로 계약성립했다고 중개하는 관행 개선해야"
이번 소송을 승소로 이끈 법무법인 대율의 백주선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부동산 거래 현장에 만연한 ‘묻지마 문자메시지 계약’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평했다.
백주선 변호사는 “중개사가 편의상 발송하는 문자메시지에 ‘계약금 포기’나 ‘배액 배상’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사자 간의 확정적인 의사 합치 없이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판결은 매매대금, 지급 시기 등 본질적 사항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결여된 상태에서의 송금은 단순한 ‘증거금’에 불과하며, 이를 위약금으로 몰취할 수 없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계약 단계에서도 구체적 조건이 명시된 합의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백주선 변호사는 “가계약금 분쟁은 문자메시지의 구체적인 문구, 송금 경위, 당사자 간 대화 내용에 따라 법적 판단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며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자의적으로 판단해 포기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반드시 사건 초기부터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의 상담과 조력을 받아 명확한 법리적 대응을 하는 것이 재산을 지키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