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즈넉한 고궁의 정취가 살아 숨 쉬는 덕수궁 돈덕전이 모바일 게임 캐릭터들의 활기찬 무대로 변신했다. 100여 년 전 대한제국의 외교 중심지였던 이곳이 디지털 기술과 팝컬처 그리고 전통 장인 정신이 어우러진 거대한 역사 문화의 장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데브시스터즈(대표이사 조길현)와 손잡고 오는 12월 9일부터 2026년 3월 1일까지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에서 ‘제2회 국가유산의 날’을 기념하는 특별전 「쿠키런 :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물 나열을 넘어 대중에게 친숙한 ‘쿠키런’ IP(지식재산)를 활용해 국가유산의 가치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려는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굳게 닫혔던 돈덕전, 쿠키들과 함께 전관 개방
이번 전시는 ‘국가유산의 날’(12월 9일)을 기념해 기획되었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가 한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약 250평 규모의 돈덕전 1층과 2층 전관이 관람객들에게 최초로 전면 개방된다.
전시는 ‘용감한 쿠키’와 그 친구들이 고종 황제가 미처 이루지 못했던 부국강병의 꿈을 찾아 떠나는 모험의 서사로 구성되었다. 관람객들은 게임 속 캐릭터들의 안내를 받으며 대한제국 황실 유산에 담긴 이상과 그것이 실현된 상상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상상력을 더해 그려낸 3점의 <쿠키런 상상화>와 실제 유물 40여 점 그리고 이번 전시만을 위해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5인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특별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5부작으로 펼쳐지는 황제의 꿈과 모험
전시는 돈덕전 2층에서 시작해 1층으로 이어지는 총 5부의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갖췄다. 1부에서는 대한제국이 선포되는 역사적 순간을 조명하며 관람객을 19세기 말 격동의 시기로 인도한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경운궁중건도감의궤』 등 궁궐 관련 유물을 통해 당대의 건축 미학을 보여주는 한편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훼손된 덕수궁의 본모습을 <쿠키런 상상화 1 : 덕수궁, 다시 피어난 황제의 꿈>이라는 작품을 통해 웅장하게 복원해냈다. 이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황제가 꿈꾸었던 최대 황궁의 위용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3부에서는 근대 외교의 중심지로서 대한제국의 위상을 재확인한다. 『구한국훈장도』, 『어진도사도감의궤』 등 외교 의례와 관련된 희귀 유물들이 전시되며 특히 황실의 권위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기획했던 ‘칭경예식’의 화려한 면면을 <쿠키런 상상화 2 : 칭경예식 새 시대를 열다> 병풍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27m 미디어월 빛으로 깨어난 역사
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4부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이화문 샹들리에와 필리뷔트 양식기 등 근대 문물을 통해 개화기 대한제국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압권은 돈덕전 1층 전시장의 벽면 전체를 감싸는 27m 길이의 초대형 LED 미디어월이다.
국내 박물관 전시 역사상 최초로 구현된 이 거대한 미디어월에서는 <쿠키런 상상화 3 : 꺼지지 않는 희망의 빛>이 상영된다. 관람객들은 상상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한성(서울)의 거리와 부국강병의 꿈을 이룬 현재 서울의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하며 마치 시공간을 초월해 역사의 현장을 걷는 듯한 압도적인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장인의 숨결로 지켜낸 국가유산
전시는 화려한 볼거리뿐만 아니라 묵직한 울림도 함께 전달한다. 쿠키들이 모험 과정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윤도(나침반), 부채(선자), 매듭, 악기 등은 모두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들이 전통 기술로 제작한 작품들이다. 이는 전승 단절 위기에 놓인 전통 기술이 어떻게 현대적인 콘텐츠와 결합하여 생명력을 얻을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5부에서는 국가무형유산 옥장 김영희 보유자가 복원한 ‘대한국새(大韓國璽)’가 단독 공간에 전시된다. 1897년 황제국 선포와 함께 제작되었으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실전(失傳)된 비운의 국새가 문헌 고증과 장인의 손길을 통해 완벽하게 되살아났다.
사라진 국새의 복원은 단순한 유물 재현을 넘어, 역사의 아픔에 굴하지 않고 우리 문화유산의 본질적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번 전시는 ‘게임’이라는 친숙한 매체를 통해 자칫 어렵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국가유산’의 이야기를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덕수궁의 가을과 겨울 그리고 봄으로 이어지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쿠키런’과 함께 떠나는 시간 여행은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번 「쿠키런 :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 특별전은 국가유산청과 민간 게임사 데브시스터즈의 혁신적인 협업 사례다. 덕수궁 돈덕전의 최초 전관 개방과 27m 대형 미디어월 도입 등 과감한 시도를 통해 관람객에게 몰입형 역사 체험을 제공한다.
대중적인 게임 IP와 전통 장인 기술의 결합은 젊은 세대의 국가유산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단절 위기의 무형유산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복원된 대한국새 전시는 우리 역사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교육적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