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동안 가족과 관계가 충돌하는 법정의 현장을 지켜온 안귀옥 변호사가 오랜 시간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감정과 사유들을 시라는 언어로 꺼내어 세 권의 시집으로 엮었다. 법정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웃음과 침묵, 분노와 체념, 그리고 판결 이후에도 이어지는 흔들림을 그는 끝내 잊지 못했다.
이 기억의 잔향을 붙잡아 탄생한 3부작 시집이 바로 ‘내 안에 머물고 있는 순간들’, ‘조용히 무너지는 것들’, ‘이별, 그 이후의 나’이다. 사건의 기록이 아닌 마음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번 시집은 변호사라는 직업의 경계를 넘어 인간학에 가까운 호흡을 보여준다.
안귀옥 변호사는 인천 최초의 여성 변호사로, 수십 년간 이혼과 양육권, 상속, 가정폭력 등 가족의 갈등을 다뤄왔다. 그 과정에서 가장 깊게 남은 것은 법률적 판단이 아니라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였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 가지 질문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건은 해결할 수 있지만, 사건 뒤에 남은 마음은 누구의 언어로 기억될 수 있을까. 시집은 그 질문에서 비롯된 조용한 대답이다.
첫 번째 시집 ‘내 안에 머물고 있는 순간들’에는 법정에서 흘러나온 감정이 일상 속 풍경과 만나며 더 넓은 의미를 갖는다. 말 한마디로 설명되지 않는 미세한 떨림, 바쁘게 하루를 살아내다 문득 몰려오는 쓸쓸함, 누군가의 무너진 마음을 바라보며 자신 안에서도 울리는 공명이 시의 형태로 자리잡는다.
여기에 더해 시인은 법정에서 마주한 순간들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을 넘어, 그 순간이 어떻게 자신 안에서 다시 살아 움직였는지까지 탐색한다. 의뢰인의 목소리가 퇴근길 창밖 풍경과 겹쳐지고, 법정에서 지켜본 눈빛이 일상의 사소한 장면과 맞닿으며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낸다. 시집은 이러한 감정의 잔향을 섬세하게 붙잡으며 독자가 마음속에 숨어 있던 오래된 기억까지 건드리게 한다.
윤보영 커피시인은 이 시집을 “상처와 회복이 공존하는 인간의 내면을 부드럽게 끌어올린 작품”이라고 평하며, 갈등의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거울이 되어줄 것이라 말했다. 그는 특히 “문장 하나하나가 실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닮아 있어 독자가 그대로 마음에 이식되는 느낌을 준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시집 ‘조용히 무너지는 것들’은 관계가 끝나는 순간의 감정들을 한층 더 깊고 세밀하게 다룬다. 이혼이라는 단어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 억울함과 분노 사이에서 길을 잃은 표정,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었던 상실감, 그리고 패배감이 스며드는 시간이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더해 시인은 무너짐이 시작되는 아주 사소한 징후들—짧아진 대화, 서로의 눈을 피하는 버릇, 말끝이 자꾸 무거워지는 일상의 미세한 변화—까지 예리하게 포착한다. 이 시집은 이별이라는 사건이 단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마음속에서 서서히 갈라지고 금이 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러한 감정의 균열을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언어로 직조해, 독자들이 자신의 무너짐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이 시집에 대해 “법정에서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진짜 목소리를 시가 끌어 올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이 무너지는 순간은 종종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이 시집은 그 순간을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복원한다”고 추천했다.

세 번째 시집 ‘이별, 그 후의 나’는 이별이라는 사건이 지나간 뒤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는지를 조용히 추적한다. 사랑의 끝, 가족의 해체, 삶의 방향 전환 같은 큰 이별뿐 아니라, 일상의 작은 포기와 선택 속에서 느끼는 내면의 진동을 섬세하게 다루었다.
특히 이 시집에서는 상처 이후에 찾아오는 회복의 감정, 다시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새로운 시선이 더욱 깊게 자리한다. 시인은 이별 뒤에 비로소 들리는 자기 마음의 목소리, 그동안 외면해 왔던 두려움, 오래 묵혀 둔 소망, 그리고 예기치 않은 희망의 흔적을 천천히 펼쳐 보인다. 이 시집은 잃어버림이나 슬픔보다 ‘그럼에도 살아가려는 의지’에 더 주목한다.
문학콘텐츠학 박사이자 시인인 권갑하는 이 작품을 “법정의 차가운 시간 뒤에 남겨진 인간의 온도를 다시 세우는 시집이라고 표현하며, 상처를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시가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마음속에서는 오래도록 따뜻하게 머무는 힘을 느낄 수 있다”고 평했다.
세 권의 시집은 서로 다른 시선과 결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합쳐진다. 사람은 어떻게 흔들리고, 어떻게 무너지고,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가. 법률가는 사건을 정리하지만, 시인은 마음을 정리한다.
안귀옥 변호사는 이번 출간에 대해 “사람들이 울던 날, 무너졌던 순간, 다시 걸음을 떼기까지의 시간을 오래 지켜보았다”며 “이 시집은 그 시간의 기록이며, 그들의 마음이 완전히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작은 기도”라고 전했다.
법정이라는 절대적으로 현실적인 공간에서 문학이라는 감성의 자리로 건너온 그는, 오랜 시간 지켜온 사람들의 마음을 다른 방식으로 품어냈다. 이번 3부작 시집은 단순한 출간이 아니라 한 변호사가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을 확장해낸 결과물이며, 많은 독자의 마음에서 오래 머물 또 하나의 기록이 될 것이다.
도서 정보
(1권) 내 안에 머물고 있는 순간들 / 안귀옥 / 이지출판 / 148쪽 / 15,000원
(2권) 조용히 무너지는 것들 / 안귀옥 / 이지출판 / 148쪽 / 15,000원
(3권) 이별, 그 후의 나 / 안귀옥 / 이지출판 / 148쪽 / 15,000원
시인 프로필

안귀옥 시인은 안귀옥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로, 30여 년 동안 가족법을 중심으로 인간의 내면과 삶의 균열을 마주해 온 법률가이자 시인이다. 현재 대한치과의사협회 법률지원변호인단, 한국CBMC중앙회 부회장, 감리교신학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천의료원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인천검찰청 국가배상심의위원, 인천항만공사 비상임이사, 인천광역시 재정투자심의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가족상담전문가·한알부부상담전문가·문학심리상담사로서 심리·상담 분야에서도 폭넓게 활동 중이며, 윤보영감성시학교 운영위원으로 문학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고려대학교 의료법학연구소와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외래교수로 강의했으며, 보건복지부 장기요양심판위원, 국방부 군인권자문위원, 길병원·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인천광역시·김포시 등의 고문변호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여자가 이혼을 생각할 때’(1999), ‘행복한 이혼 불행한 이혼’(2003), ‘내 인생에 결코 포기는 없다’(2006), ‘그 후로도 행복하게’(역저, 2005), ‘변호사 워킹맘 이야기’(전자책, 2021), ‘소나무 연가’(시집, 2022), ‘내 직업을 소개합니다’(공저, 2022), ‘무심에서 감성으로’(공저 시집, 2022), ‘내 아내의 남자 그리고 나’(전자책 에세이, 2025)가 있다. 2025년에는 법정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감정을 시로 담아낸 법정 시집 3부작 ‘내 안에 머물러 있는 순간들’(2025), ‘조용히 무너지는 것들’(2025), ‘이혼, 그 후의 나’(2025)를 연이어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