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 발달의 폭은 생각보다 넓다
아이의 발달을 바라볼 때 부모는 늘 두 가지 사이에서 흔들린다. “조금 느린 건데 괜찮겠지?”와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특히 또래와 비교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영유아기에는 사소한 행동 하나도 불안으로 이어지기 쉽다. 어떤 아이는 돌 전에 걷고, 또 어떤 아이는 두 돌 가까이 걸음을 뗀다. 어떤 아이는 말이 폭발적으로 느는 시기가 갑자기 오기도 한다. 이런 차이는 모두 정상 범위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그럼에도 부모가 불안을 느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성장기의 변화는 빠르고, 아이는 말로 자신의 어려움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가 바로 영유아기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발달평가다. 평가는 아이를 진단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가장 잘 자라는지 찾는 과정이다. 정상과 문제의 경계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발달 흐름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 길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맞다.
발달평가가 필요한 순간, 부모가 가장 먼저 발견한다
발달은 단순히 한 기능이 빨리 혹은 늦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언어·운동·사회성·정서·인지 등 여러 영역이 서로 얽혀 있다. 따라서 각각의 발달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고, 정상의 폭 또한 넓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특정한 관찰 포인트를 강조한다. 바로 발달의 패턴이다. 부모가 처음 감지하는 신호들은 대개 다음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① 또래와 다르게 ‘지속적으로’ 늦어지는 모습
예를 들어, 한두 달 말이 늦어지는 것은 충분히 흔하지만, 6개월 이상 언어 표현이 거의 없는 경우, 혹은 걷기·기기 같은 기초 운동 기능이 기대 시기보다 크게 늦어지는 경우, 관찰이 필요하다.
② 이미 하던 발달 행동이 ‘후퇴’하는 경우
전에는 사람을 잘 보던 아이가 눈 맞춤을 줄이거나, 익숙한 놀이를 갑자기 하지 않는 경우, 정서적·발달적 어려움을 시사하는 신호일 수 있다. 부모의 직관은 매우 강력하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영유아 발달문제를 가장 먼저 발견하는 사람은 대부분 전문가가 아니라 부모다. 발달평가는 바로 그 관찰을 근거로 아이의 발달 흐름을 더 정교하게 이해하는 단계다.
영유아 발달지연과 조기 개입의 중요성
세계적인 연구들은 조기 발견과 조기 개입의 효과를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미국 국립아동건강발달연구소(NICHD)는 “생후 3년은 뇌 발달의 황금기이며, 이 시기의 개입은 다른 어떤 시기보다 2~4배 효과가 높다”고 보고했다. 또한 조기 개입은 언어·사회성·자기조절 능력 향상뿐 아니라, 장기적인 학습 능력과 정서 안정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문제가 있는가 없는가”를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평가를 통해 아이는 다음과 같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이의 발달 특성에 맞는 상호작용 방법
∙필요한 경우 조기 치료나 중재 시점 결정
∙지나친 불안을 줄이고, 기다려도 되는 영역 확인
∙부모의 양육 방식을 더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정보 제공
즉, 발달평가는 ‘예측하고 대비하는 힘’을 부모에게 제공한다.
도움을 받을 때와 기다려도 될 때의 경계
발달평가는 모든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음의 경우에는 전문가의 확인이 권장된다.
① 만 1~2년 사이의 주요 발달 이정표가 반복적으로 지연될 때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18개월이 되어도 단어 사용이 거의 없거나, 말의 증가가 매우 미미한 경우
∙2년 반이 지나도 두 단어 조합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15개월 이후에도 서거나 걷는 동작이 불안정하거나 크게 뒤처지는 경우
②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이 보일 때
∙눈 맞춤이 거의 없는 경우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잘 없는 경우
∙사람보다 사물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우
③ 감각·행동 패턴에 특이성이 있을 때
∙특정 소리·촉감·빛에 과도하게 민감하거나 둔감한 경우
∙반복적 행동을 장시간 지속하는 경우
④ 부모가 설명하기 어려운 ‘막연한 문제 감지’가 있는 경우
“뭔가 조금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은 무시되지 않아야 한다. 부모의 직감은 발달 평가를 시작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신호다. 이 네 가지 기준은 “정상/비정상”의 선을 그어 나누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아이가 어떤 도움을 받을 때 가장 잘 성장하는지를 찾는 과정이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다
발달평가는 아이의 성장을 측정하는 도구이지만, 그 본질은 아이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평가 결과가 아이의 가능성을 제한하거나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더 빛날 수 있는지 찾아주는 “성장의 지도” 역할을 한다. 부모가 불안을 느끼는 시점은 평가를 고려해야 하는 매우 자연스러운 순간이다.
그리고 그 결정은 아이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상발달의 폭은 생각보다 넓지만, 아이가 신호를 보낼 때 가장 먼저 듣는 사람 역시 부모다. 아이의 발달을 함께 지켜보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어떤 평가보다 중요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 발달은 비교가 아니라 이해를 통해 자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