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와 역전세 현상이 맞물리면서, 임대인이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 반환을 미루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연락이 끊기거나 반환이 장기화되면 임차인은 소송이라는 선택지에 내몰리게 된다.
법조계는 이런 상황에서 대응의 ‘순서’가 결과를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임차인의 권리를 지키는 핵심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전세 만기 이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자신의 권리가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라며 “이사를 먼저 가거나 전입신고를 옮기면 권리가 약해질 수 있어 임차권등기명령을 선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분쟁은 비슷한 흐름으로 반복된다. 수도권에 거주하던 임차인 A씨는 계약 만기 이후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면 지급하겠다”는 임대인의 말을 믿고 수개월을 기다렸지만, 결국 반환을 받지 못했다. 이후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고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그 사이 시간이 지연되면서 실제 보증금 회수까지는 추가 절차가 필요했다.
전세금반환소송은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법원을 통해 지급을 강제하는 민사 절차다. 민법상 임대인은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를, 임차인은 주택을 인도할 의무를 동시에 부담하는데, 임대인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통해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다만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은 주택 점유와 전입신고를 유지해야 인정되며, 여기에 확정일자까지 갖춰야 우선변제권이 성립한다. 이 요건이 깨질 경우 경매 등 절차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이때 임차권등기명령은 중요한 보호 장치로 작용한다. 법원 결정을 통해 등기가 완료되면 이사를 가더라도 기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된다. 실무에서는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사를 진행했다가 권리가 약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내용증명의 활용도 중요하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반환 요구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로 활용되며 임대인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내용증명 단계에서 분쟁이 정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엄 변호사는 “전세금반환소송은 단순한 채권 회수가 아니라 권리 보전 조치와 함께 진행해야 하는 절차”라며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이라면 우선변제권이 확보된 만큼, 자신의 권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묵시적 갱신을 막기 위해 만기 전 계약 해지 의사를 명확히 통보하고, 이후 반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임차권등기명령과 소송으로 이어지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