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오래 놀거나 수영하면 금방 배가 고픈데요. 물고기들도 마찬가지예요.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건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어떤 물고기는 헤엄을 치지 않고 바다를 누비는 특별한 방법을 갖고 있답니다. 바로 다른 동물에 찰싹 달라붙어 움직이는 건데요. 그 주인공은 ‘빨판상어’예요.
다른 동물에 무임승차하는 빨판상어
빨판상어는 이름은 상어지만, 사실 진짜 상어는 아니에요. 상어는 부드러운 뼈를 가진 연골어류인데요, 빨판상어는 단단한 뼈를 갖고 있는 경골어류거든요.크기도 상어보다 훨씬 작아서 아무리 커도 1m를 조금 넘는 정도예요. 온대, 아열대, 열대 지방 등 전 세계 바다 곳곳에서 살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동해에서 자주 볼 수 있어요.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빨판상어는 상어나 고래, 바다거북 등 자신보다 훨씬 큰 동물에 붙어 다니는 것이 특징이에요.그렇다면 빨판상어는 어떻게 다른 동물의 몸에 딱 붙을 수 있을까요? 그 비밀은 머리 위에 있는빨판에 있어요. 빨판은 등지느러미가 변해서 만들어진 납작한 타원 모양인데요.안쪽에 여러 줄의 주름 같은 ‘흡반’이라는 구조가 있어요. 이 흡반이 빨판과 다른 동물의 몸 사이에 있는 물을 빼내고, 그 자리를 꾹 눌러서 떨어지지 않게 해줘요.이 덕분에 빨판상어는 힘을 거의 쓰지 않고 멀리 이동할 수 있답니다.
빨판을 흉내 낸 접착 장치 개발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팀은 실리콘 고무와 금속으로 빨판상어의 흡반 구조를 흉내 낸접착 장치를 만들었어요. 연구팀은 이 장치가 위장 같은 몸속 기관, 수술용 장갑, 살아 있는 물고기에 척 달라붙는 걸 확인했답니다.
이 인공 빨판은 여러 가지로 활용될 수 있어요. 먼저 의료 분야에 큰 도움이 됩니다.우리 몸속의 위벽은 미끄러워서 의료 기기가 달라붙기 힘든데, 인공 빨판은 문제없이 오랫동안 붙어 있을 수 있지요. 그래서 약을 천천히, 오랫동안 전달하는 데 유용합니다. 실제로 연구팀은 돼지의 위벽에 인공 빨판을 붙여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약을 전달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어요. 앞으로는 백신이나 여러 중요한 약물에도 활용될 수 있을 거예요.
또 다른 활용 분야는바다 환경 연구예요.인공 빨판을 살아 있는 물고기에 붙여 바닷속 온도나 환경을 오래 관찰할 수 있답니다.이렇게 하면 해양 생태계를 지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죠.
바닷속 빨판상어의 ‘얌체 기술’이 이렇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발명으로 바뀌다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자연은 우리에게 끝없는 아이디어를 주는 커다란 연구실이에요. 여러분도 언젠가 그 속에서 새로운 비밀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답니다.
글: 오혜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 일러스트: 감쵸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