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소멸의 시계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경기도가 추진해 온 두 가지 소득 지원 정책이 농어촌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농어업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농어민기회소득'과 '농촌기본소득'이 그 주인공이다. 실제 수혜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된 정책의 효과는 숫자를 넘어선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회소득은 고된 어업 현장을 지켜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
경기도 포천시. 이곳에서 3년째 쏘가리 양식업에 종사하고 있는 청년 어업인 이도근 구름내양어장 대표는 '농어민기회소득'을 두고 "마치 어머니의 따뜻한 품처럼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표현했다. 쏘가리는 예민한 특성 탓에 양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희귀 어종이다. 24시간 자리를 비우기 힘든 양식업의 특성상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던 이 대표에게 연간 180만 원의 지원금은 단순한 용돈 그 이상이었다. 그는 "가장 바쁜 시기에 기회소득 덕분에 식사를 챙기고, 청소용품 등 필수 자재를 구매하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며 "신청 절차도 간소해 생업에 바쁜 어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에서 어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러한 정책적 지원이 확대되어 더 많은 청년이 어촌으로 유입되고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기회소득이 단순한 소득 보전을 넘어 청년 농어업인의 유입과 정착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령 도시 같던 마을에 빈집이 사라졌다…기본소득이 불러온 기적
연천군 청산면 백의리. 이곳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이효승 씨는 '농촌기본소득' 도입 이후 마을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증언했다. 과거 인구 유출로 인해 흉물처럼 방치되었던 아파트 공실들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 씨는 "지원금이 지역 화폐로 지급되어 청산면 내에서만 소비되다 보니, 외부에서 소상공인들이 찾아와 창업을 하는 등 상권이 되살아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매월 15만 원이라는 고정 소득이 생기면서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는 등 공동체 의식이 회복되고 삶의 만족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특히 고령층이 많은 지역 특성상, 농촌기본소득은 세대 간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씨는 "자녀들에게 용돈을 받아쓰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스스로 지갑을 열게 되면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녀들의 부양 부담도 줄어들었다"며 정책의 확대 필요성을 역설했다.
'가치'에 투자하니 '경제'가 살아났다…데이터로 입증된 성과
민선 8기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핵심 정책인 '농어민기회소득'은 농어업이 창출하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정당한 보상 성격을 띤다. 올해 경기도는 50세 미만 청년농어민, 귀농어민, 친환경 농어업인 등 약 19만 3천 명에게 월 5만 원에서 15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다. 이는 농어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다.
신청 자격은 해당 시군에 연속 1년(도내 비연속 2년) 거주 및 영농·영어 활동을 유지한 농어민이다. 특히 올해와 내년까지는 귀농어민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거주 및 영농 기간 요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도는 내년 정책 효과 분석을 통해 제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계획이다.
한편, 민선 7기부터 시작된 '농촌기본소득'은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인 연천군 청산면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중간 효과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정주 인구가 4.4% 증가했고,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 등 39개 지표가 개선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역경제 파급효과(LM3) 계수가 1.97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는 1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을 때, 지역 내에서 약 2배에 달하는 19억 7천만 원 규모의 경제 순환 효과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경기도의 실험'에서 '국가의 정책'으로…연천군 시범사업 선정
경기도의 이러한 성공적인 실험은 중앙정부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다. 농촌기본소득의 긍정적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2년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연천군은 전국 10개 시범 지역 중 하나로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자체 사업을 종료하고 정부 시범사업 지원으로 태세를 전환한다. 도는 연천군이 부담해야 할 지방비의 50%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 지자체 중 최고 수준의 지원 비율이다. 연천군 인구 약 4만 4천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며, 도는 연간 약 2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연천군의 도약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원활한 사업 이관과 확대를 위해 경기도, 연천군, 경기연구원, 운영대행사 간의 4자 협의체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온라인 시스템 정비, 운영 방식 고도화, 지역 균형 발전 효과 극대화 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지방 소멸 대응'의 모범 답안을 써 내려갈 계획이다.
경기도의 소득 지원 정책은 단순한 '퍼주기' 논란을 잠재우고, '살리고 키우는' 투자의 개념을 확립했다. 청년이 돌아오고 상권이 살아나는 농어촌의 변화는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경기도의 실험은 연천군을 필두로 한 정부 시범사업을 통해 대한민국 전체 농어촌의 희망으로 확장될 준비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