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주민의날특집] 낯선 숨결이 이웃의 온기로 바뀌는 시간: 대한민국, 공존을 위한 새로운 항해

-우리는 모두 낯선 행성의 여행자: 혐오를 넘어 공존으로 가는 티켓.

-한국 소멸, 이들이 막는다: 인구 절벽 끝에서 만난 뜻밖의 구원투수들.

-단일 민족의 신화는 끝났다: 이제는 '섞여야' 사는 대한민국 생존 보고서.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2000년 12월 4일, 유엔은 총회 결의를 통해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of the Rights of All Migrant Workers and Members of Their Families, 이주노동자 권리 협약)이 채택된 12월 18일을 세계 이주민의 날(International Migrants Day)로 지정했다. 

 

전 세계 이주노동자들의 신분상 불이익과 임금 등에서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을 촉구한 해당 협약의 정신을 이어받아, 3억 명에 달하는 전 세계 이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뜻이 이 기념일에 담겨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도 잘못된 정보와 편견으로 이주민을 대할 때, 그러한 차별과 배제의 피해자는 곧 우리 사회 모두가 된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각자가 다양한 문화와 차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질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주민의 숫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이주노동자 권리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들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삶의 방식을 가진 모든 구성원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협약이나 법률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가짐은 더욱 중요하다.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주민들의 고충을 생각해 보면서 차별과 혐오 대신 관용과 포용을 되새겨 본다. 

 

편의점 계산대 너머의 떨리는 손

 

이른 아침, 출근길에 들른 편의점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 든다. 계산대 너머에서 "봉투 필요하세요?"라고 묻는 목소리에는 묘한 억양이 섞여 있다. 명찰을 보니 낯선 외국 이름이 적혀 있다. 12월의 차가운 공기 속, 건설 현장의 새벽을 여는 것도, 시골 비닐하우스에서 꽁꽁 언 손으로 딸기를 따는 것도, 식당 주방에서 뚝배기를 닦는 것도 이제는 그들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12월 18일, 달력 한구석에 작게 적힌 '세계 이주민의 날(International Migrants Day)'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이 낯선 이방인들과 한배를 타고 있다. 거창한 통계를 들이밀지 않아도 된다. 이미 우리 곁에는 250만 명이 넘는 이주민이 살고 있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스무 명 중 한 명은 외국인이라는 이야기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단일 민족'이라는 오래된 신화를 넘어, 다문화의 거대한 파도 위로 올라탔다.

 

그림자로 존재하는 사람들: '쓰고 버리는' 부품이 아니다

 

솔직해져 보자. 우리는 그동안 이주민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 혹시 우리 경제가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값싼 윤활유' 정도로 여기지는 않았는가? 인구 절벽이라는 국가적 재앙 앞에서,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급하게 수혈된 '대체 인력'으로만 그들을 소비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뼈아픈 자문을 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 가장 위험한 곳, 가장 고된 곳(3D 업종)을 묵묵히 지탱해 왔다. 한국인이 꺼리는 용접 불꽃 튀는 공장에서, 악취 진동하는 양돈장에서 그들은 땀을 흘린다. 우리는 그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식탁에 올리고, 그들이 지은 아파트에서 잠을 자면서도, 정작 그들의 존재는 투명 인간 취급하곤 했다.

 

뉴스를 보면 가끔 섬뜩하다. 임금을 받지 못해 거리에 나선 이들,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추위에 떨다 숨진 이들의 소식이 들려온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왔지만, 그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필요할 땐 "어서 오세요"라며 문을 열어주고,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혐오의 눈빛을 보내는 이중적인 태도. 이것이 2025년 대한민국이 감추고 싶은 민낯일지도 모른다.

 

생존을 위한 불편한 동거를 넘어

 

이제 관점을 바꿔야 한다. 이것은 선심이나 동정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세계 유례없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생산 가능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방 도시는 소멸 위기에 처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제는 그들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우리가 그들을 더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단지, '일손이 부족해서' 받아들인다는 공리주의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간은 기계 부품이 아니다. 감정이 있고, 가족이 있고,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 인격체다. 그들을 단순히 '노동력(Human Resources)'으로만 대한다면,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갈등과 범죄, 분열의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프랑스나 독일 같은 유럽 국가들이 겪고 있는 이민자 갈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진지하게 포용하지 않고 주변부로 밀어냈을 때, 그 소외감은 사회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진정한 통합은 그들의 문화를 깡그리 지우고 ‘한국 사람처럼’ 만드는 동화주의가 아니다. 그들의 고유한 색깔을 인정하면서도, 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캔버스 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하는 '모자이크'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샐러드 볼(Salad Bowl) 안에서의 유쾌한 섞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배제'와 '차별'의 빗장을 풀고 '상생'과 '공존'의 문을 여는 것이다.

 

첫째,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고용 허가제의 독소 조항을 손보고, 이주민 자녀들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하며 자랐는데도, 부모의 신분 때문에 쫓겨날 위기에 처한 아이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 아이들이야말로 미래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둘째, 우리 인식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나와 다른 피부색, 나와 다른 종교, 나와 다른 억양을 가진 사람을 볼 때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라고 느끼는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을 보며 경계심을 품기보다, 그가 오늘 하루 흘렸을 땀방울에 고마움을 느끼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진정한 다문화 사회는 샐러드 볼과 같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각자의 맛과 향을 잃지 않으면서도, 드레싱과 어우러져 더 훌륭한 맛을 내는 것. 이주민들의 낯선 문화가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우리의 경직된 사고를 유연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낯선 여행자에게 건네는 따뜻한 악수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인천공항에는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첫발을 내딛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익숙한 고향을 떠나,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개척자들이다.

 

우리도 한때는 이주민이었다. 가난했던 시절,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들이 있었고, 중동의 뜨거운 모래바람을 맞으며 달러를 벌어온 아버지들이 있었다. 그들이 타국에서 흘린 눈물과 땀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이제 우리가 그 빚을 갚을 차례다. 세계 이주민의 날, 거창한 행사는 필요 없다. 그저 오늘 마주치는 외국인 이웃에게 따뜻한 눈인사 한번 건네는 것으로 충분하다. "안녕하세요, 추운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 작은 인사가 그들에게는 이 차가운 타국 땅에서 버틸 수 있는 큰 위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미는 투박한 손을 맞잡을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더 넓고, 더 깊고, 더 따뜻한 나라로 성숙해질 것이다. 경계선 밖의 이방인을 경계선 안의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우리가 그려야 할 내일의 풍경이다.

 

작성 2025.12.17 15:19 수정 2025.12.17 15:19

RSS피드 기사제공처 : 중동 디스커버리 / 등록기자: 김요셉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백주선변호사 주광덕 남양주시장 직무유기 공수처는 수사촉구!
[광고] 점심에 몸이 살아난다, 보약밥상 추어탕 한 그릇 #보약밥상 #점..
겨울만 되면 내가 곰이 된 것 같아. ‘햇빛 결핍’의 경고
15만 원 작품이 1만1천 원 #백종찬 #수묵임파스토디지털 #CCBS갤러..
칭찬랜드의 마지막 비전 #요양원 #존엄한노년 #칭찬랜드 #노년의가치 #인..
서울 한채 값으로 지방 아파트 700 채.
만보 걷기? 오히려 건강 해칠 수 있다.
앵무새 밈
호랑이 지금 AI동영상
Create a 19 second vertical short video ..
AI 숏츠 데모영상 너구리편
AI동영상제작 나레이션·앵커뉴스·동물밈 선택
쿠팡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본질은'데이터 주권 침해'라고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 백주선 변호사 쿠팡의 대규모..
이건 테마공원이 아닙니다 신도시입니다 #칭찬랜드 #문화IP신도시 #한중일..
이름이 브랜드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 #이름이브랜드 #개인브랜딩 #전..
나쁜 뉴스 말고, 좋은 사람 찾는 기자 모집합니다 #지금문자하면기자됩니다..
별이 된 세기의 유혹자, 브리지트바르도, 누구인가?
당신의 이름은 이 도시에서 빛이 됩니다 #CCBS #칭찬랜드 #칭찬나무 ..
당신 직업에 ‘기자’라는 역할을 더해보세요 #기자모집 #시민기자 #전문가..
자식보다 낫다? 부모님 홀리는 ai의 정체!
직장 내 괴롭힘의 끔찍한 결말
검색하면 남지 않는 강사들의 공통점 #강사 #코치 #강연가 #교육강사 #..
을지로위원장이 가장 자랑스럽다 우원식 국회의장 을지로위원회 12년 역..
[인물포커스-금융보험인] 35년 보험을 정리해온 이 사람 보험 이야기를 ..
예술가는 언젠가 기록이 필요합니다 #예술가 #화가 #작가 #사진작가 #일..
이 정도면 언론에 나올 급입니다 왜 아직 안 나오셨나요? #화가 #예술가..
성탄절, 당신의 이름은 어디로 가나요? #성탄절 #선교 #칭찬랜드 #CC..
유튜브 NEWS 더보기

생명의 알파벳 고대 지혜로의 여정

보도자료란 무엇인가|설명 구조와 신뢰의 기준 정리

빛의 통찰인가, 불꽃의 열정인가? 한 글자, 두 영혼 신שׂ과 쉰שׁ

언론홍보란 무엇인가|신뢰 기반 콘텐츠 전략의 구조

백주선변호사 1인시위 주광덕 남양주시장 직무유기 공수처 수사촉구!

신상품 언론홍보 전략/검색자가 찾는 키워드로 대량 노출해야 성공합니다

미래 왕비 케이트의 패션 외교의 정수

의료광고 막힌 지금, 병원 홍보는 이렇게 바뀌고 있다

대구윤곽관리, 말보다 라인으로 신뢰를 쌓는 벨루나뷰티

《성공적인 피어싱 창업 노하우》 감이 아닌 기준으로 시작하는 피어싱 창업

내면의 소리를 세상의 언어로 번역하다! 진정성 있는 소통의 기술

안성찬 저자의 완벽한 몰입 설계』

당신을 둘러싼 보호의 울타리: 싸메크(ס)가 보여주는 끊어지지 않는 신의 사랑

바람둥이 황제조차 무릎 꿇린 유혹의 기술

사단법인 한반도 평화미래

무의식의 심연을 들여다보다: 멤(מ)의 깊은 물속에 감추어진 당신의 참모습

[패트론타임스 뉴스룸] 레퍼런스 영상

당신이 할 수 없는 선택

땅의 현실을 딛고 하늘의 이상을 꿈꾸다: 라메드(ל)의 수직적 상승 에너지가 주는 도전

드론와이드샷/고층 외벽 점검의 패러다임 전환, 드론와이드샷이 바꾸는 시설물 안전 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