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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감 계좌가 바닥난 날

당신이 차가워진 게 아니라 너무 오래 버텼을 뿐이다

공감 피로의 시대 ‘잠깐의 거리’가 관계를 지킨다

공감은 의무가 아니라 회복된 나에게서 흘러나오는 선물

 

                                                                                                                                      (ⓒ온쉼표저널)

 

 

 

친한 친구의 눈물 섞인 하소연이 스마트폰 화면에 길게 늘어진다.  평소라면 바로 전화를 걸었을 텐데 오늘따라 손가락이 멈춘다.  화면을 위로 밀어 올리는 동작 하나가 유난히 무겁다.


마음 한구석에서 작은 목소리가 올라온다.
“아… 또 시작이네.  나도 지금 너무 벅찬데.”

 

그리고 곧바로 죄책감이 따라온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왜 이렇게 차가워졌지?”

 

그런데요.  이 감정은 ‘나쁜 마음’이 아니라 당신이 너무 오래 버텼다는 신호일 때가 많습니다.  공감은 인성이 아니라 에너지로 작동합니다.  내 안의 여유가 있어야 타인의 슬픔을 품을 공간도 생깁니다.  텅 빈 마음으로 누군가를 안아 올리려는 건 숨이 찬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업고 달리려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는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알림 하나만 켜도 지인의 불안, 타인의 좌절, 세상의 비극이 실시간으로 밀려옵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반응해야 하는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인간의 신경계는 24시간 감정을 처리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스트레스가 크고 수면이 부족할수록 마음을 조절하는 힘이 약해지고 공감의 불씨도 쉽게 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날엔 상대가 울고 있어도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건 냉정함이 아니라 방어일 수 있어요.  “지금은 더 받으면 무너질 것 같아”라고 뇌가 셔터를 내리는 순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잠깐 둔해지는 일.  그건 비겁함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조절입니다.

 

 

공감은 근육 같아서 쓸수록 단단해지기도 하지만 쉬지 않으면 찢어지기도 합니다.  인간이 진짜로 깊게 관계 맺을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는 논의도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니 ‘모든 사람의 슬픔을 다 받아내지 못하는 나’를 탓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은 지금 부족한 게 아니라 과하게 많이 해온 사람일 수 있으니까요.

 

 

오늘 당신에게 필요한 건 더 성실한 위로가 아니라 더 정직한 회복입니다.
공감은 내 마음을 태워 빛내는 촛불이 아니라 회복된 내가 넘쳐흘러 자연스럽게 따뜻해지는 햇살이어야 합니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도 괜찮습니다.


“내가 먼저 살고 그다음에 안아줄게.”

 


 

작성 2025.12.18 12:34 수정 2025.12.18 12:34

RSS피드 기사제공처 : 온쉼표저널 / 등록기자: 장은순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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