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사기분양은 합법, 책임은 국민

같은 사건, 다른 판결… 정의는 재판부마다 달랐다

재판부마다 다른 정의, 기준을 공개하라

같은 사건, 다른 판결… 그래서 AI 재판부가 필요하다

사기분양은 합법, 책임은 국민’… 2024가합99400 판결문이 남긴 구조적 문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가합99400 판결은 단일 사건의 승패를 넘어, 현재 분양·부동산 재판이 어떤 기준 위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판결이다.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하면, 이 재판은 분양사기 피해를 구제하기보다 기업의 책임을 최소화하고 피해자의 귀책을 확대하는 구조를 사실상 제도화하고 있다.

 

사진: AI 이미지

 

 

■ “기망은 없다”는 결론, 그러나 심리는 없었다

재판부는 분양 과정에서의 기망 주장에 대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기망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배척했다.

그러나 판결문 어디에도 ▲분양 당시 광고 내용 ▲상담 과정에서의 설명 ▲집단 분양 구조에서 형성된 기대에 대한 실질적 심리 과정은 나타나지 않는다.

분양계약은 대표적인 정보 비대칭 거래다. 대법원 판례는 기망이 직접 증거가 아니라 정황·간접사실의 종합으로도 인정될 수 있음을 반복해왔다. 그럼에도 이 판결은 피해자 개개인에게 사실상 ‘완전한 입증’을 요구함으로써, 기망 법리를 형해화했다.

 

■ 계약서·확인서 = 전면 면책? 위험한 등식

재판부는 계약서 특약과 ‘계약자 확인서’ 서명을 근거로 “원고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계약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형식적 서명을 실질적 동의로 등치시키는 위험한 논리다.

확인서 서명만으로 분양자의 설명의무가 면책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확립된 법리다. 하지만 본 판결은 확인서를 기업 면책의 핵심 근거로 사용하며, 분양 구조 전반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했다.

 

■ ‘주거 가능 구조’ 논란, 현실은 판단에서 배제됐다

본 사건은 지식산업센터가 주방·욕실 설치 ‘라이브 오피스’ 구조 사실상 주거 사용이 가능한 형태로 분양·홍보됐다는 점이 핵심 쟁점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상거래 관행상 과장”으로 정리하며, 실제 사용 실태와 분양 유도 구조에 대한 판단을 회피했다.

그 결과, 공장·업무시설을 전제로 한 지식산업센터 제도가 주거·투자 상품으로 변질되는 현실은 판결문에서 사라졌다.

 

■ 산업집적법, 강행 규범이 아닌 ‘장식 조항’이 되다

산업집적법은 지식산업센터의 투기·주거 전환을 막기 위한 강행적 공법 규범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입주자격 제한이 명시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법성을 부정했다. 이는 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완전히 배제한 문언 중심 해석이다.

판결은 산업집적법을 탈법 구조를 차단하는 법이 아니라, 사후 면책을 돕는 장치로 전락시켰다.

 

■ ‘동기의 착오’로 축소된 집단 피해

원고들의 기대와 손해는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됐다.

그러나 문제는 개인의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분양 과정 전반에서 조직적으로 형성된 집단적 인식과 유도 구조다. 이를 개인의 주관적 착오로 축소한 것은 집단 분양사기의 구조적 특성을 부정한 판단에 가깝다.

 

■ 판결이 만든 공식: 기업은 무과실, 국민은 전부 귀책

2024가합99400 판결이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업은 계약 문구와 확인서로 대부분 면책되고 국민은 서명했고, 믿었고, 문제 제기했기 때문에 책임을 진다

이 공식이 반복된다면 분양사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정교한 계약 문구를 갖춘 사기만 늘어날 것이다.

 

■ 왜 AI 재판부 논의가 나오는가

이 판결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결론보다 설명 부재다.

왜 이 사건에서 기망이 부정됐는지,

왜 주거 전환 구조가 문제 되지 않는지,

왜 유사 판례와 비교되지 않았는지—

판결문은 답하지 않는다.

그래서 AI 재판부 논의가 등장한다.

AI 재판부는 판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판결 기준·판례 비교·편차를 공개하는 설명 가능한 재판의 장치다.

재량은 존중하되, 기준은 드러나야 한다.

 

■ 사법은 누구의 편이어야 하는가

2024가합99400 판결은 한 사건의 결론이 아니라, 지금의 사법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사법이 계속 기업의 리스크 관리 장치로 인식된다면, 국민의 신뢰는 더 이상 회복되기 어렵다.

설명 가능한 재판, 기준이 보이는 판결. 그 출발점은 이 판결을 그대로 넘기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작성 2025.12.23 01:00 수정 2025.12.2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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