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붉게 필 때 봄은 오게 되어 있다: 성경 vs 꾸란, 교리 논쟁을 넘어 삶으로 증명한다

-성경 vs 꾸란, 무엇이 원본인가? 해묵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단 하나의 질문.

-무슬림 친구의 질문, 그리고 나의 대답: 알라의 종 vs 하나님의 자녀.

-원본을 가진 당신의 삶은 모조품보다 나은가?: 혐오와 정죄를 넘어 사랑으로 꽃피우는 신앙.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매년 겨울의 끝자락, 시린 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남녘 섬마을에 붉은 동백꽃이 뚝, 뚝 떨어지는 소리는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울리는 장엄한 서곡이다. 어떤 이들은 아직 눈이 녹지 않았다며 봄을 의심하지만, 지혜로운 농부는 묵묵히 밭을 갈 준비를 한다. "동백꽃보다 먼저 오는 봄은 없다." 이 오랜 격언은 자연의 순리와 때를 아는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에 오랜 논쟁 주제 중 하나인 ‘성경과 꾸란, 무엇이 원본인가?’를 둘러싼 해묵고 소모적인 다툼에 대해서 이는 마치, 동백꽃은 외면한 채 달력 날짜만 따지며 봄이 왔네, 안 왔네, 하고 다투는 어리석음과 다르지 않다.

 

논쟁의 구도는 단순하다. 무슬림 친구들은 꾸란이 ‘책들의 어머니’, 하늘에 있는 원본의 완벽한 복사본이라 믿는다. 유대인과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경전(성경)을 변질(타흐리프)시켰기에 알라가 마지막 예언자 무함마드를 통해 최종 계시를 주셨다는 것이다. 꾸란 역시 스스로 "그 이전에 계시가 된 것을 확증하는 것"(꾸란 3:3)이라 증언한다.

 

반면, 기독교인은 성경이 역사적, 고고학적으로 꾸란보다 최소 600년 이상 앞선 명백한 원본이며, 꾸란은 성경의 이야기를 차용하고 변형시킨 ‘모조품’이라 반박한다. 양측은 서로의 책에서 모순점을 찾고 역사적 증거를 들이밀며 ‘원본성’을 증명하려 애쓴다. 하지만, 이 논쟁은 처음부터 잘못된 전제 위에 서 있다.

 

아름드리나무를 상상해 보라. 이 나무의 ‘원본’은 땅속 깊은 뿌리인가, 아니면 화려하게 피어난 꽃인가? 뿌리 없는 꽃이 없듯, 꽃 없는 뿌리도 그 목적을 다하지 못한다.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의 계시를 ‘점진적 계시’라는 유기체적 관점에서 이해한다. 구약성경이 구원 약속이라는 깊은 뿌리라면, 신약성경은 그 약속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꽃으로 만개하고 성령의 열매로 나타난 결정체다.

 

구약은 신약의 빛 아래 의미가 분명해지고, 신약은 구약이라는 뿌리 덕분에 생명력을 얻는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이 더 오래되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궁극적인 성취인가?’를 물어야 한다. 이슬람과의 관계에서도 ‘어느 경전이 원본인가?’라는 평면적 질문은 성경이 증언하는 구속사의 역동성과 풍성함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일 수 있다.

 

예전에 무슬림 친구 하나가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너희 책(인질, Injil)과 우리 책(꾸란)은 같은 신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왜, 너희 길만 유일한 진리라고 말하지?”

 

이에 대해 나는 사해사본의 연대나 꾸란의 역사적 오류를 이야기하는 대신 조용히 되물었다. “너희 알라는 너희를 위해 무엇을 해 주었지?”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분은 우리에게 살아갈 지침(샤리아)을 주셨고, 우리가 복종하면 천국을 약속하셨지.” 나는 그에게 다시 말했다. “우리 하나님(예수)은 우리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주셨어. 우리가 그분의 자녀가 되게 하시려고...”

 

이 짧은 대화 속에 두 신앙 사이의 건널 수 없는 심연이 있다. 이슬람에서 알라는 지엄한 주인이요, 인간은 충실한 종이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하나님은 사랑의 아버지시며, 우리는 그분의 목숨값으로 입양된 자녀(아들)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 1:12). 경전의 연대기가 아닌, 바로 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부르시는 복음의 압도적 은혜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대답이 되어야 한다.

 

다시 동백꽃 이야기로 돌아가자. 봄을 알리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혹독한 겨울을 분석한 기상학 논문이 아니라, 추위를 뚫고 피어난 동백꽃 한 송이다. 마찬가지로 기독교 신앙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방법 하나는, 교리 논쟁의 승리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한 사람의 삶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이라는 열매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마 7:20) 하셨다. 우리가 무슬림들을 향해 혐오와 정죄의 언어를 쏟아내며, 기독교를 사랑의 종교라 주장한다면, 이 얼마나 공허한 외침인가? 우리 삶이 세상과 구별되지 않는 비방과 탐욕으로 가득하다면, 우리가 든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확고한 진리가 어떻게 능력을 발휘하겠는가? ‘원본’을 가졌다고 확신하는 우리의 삶이 ‘모조품’만도 못하다면, 세상은 누구의 말을 신뢰하겠는가. 결국, 논쟁의 핵심은 ‘무엇을 믿는가?’에서 ‘어떻게 살아내는가?’로 옮겨져야 한다.

 

‘성경이 원본이다’라는 진리 자체는 우리에게 큰 능력과 위안이 된다. 그러나, 그 진리와 함께, ‘예수가 내 삶의 주인이시다’라는 고백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고, 그를 통해 주변을 변화시키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소모적인 원본 논쟁의 자리를 털고 일어나, 우리의 삶으로 복음의 원본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써 내려가야 한다. 꽁꽁 얼어붙은 세상 속에서, 우리의 용서와 환대, 희생과 섬김이 바로 저 유명한 동백꽃이 되어, 하나님의 나라라는 참된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첫 소식이 되어야 한다.

 

작성 2025.12.23 01:47 수정 2025.12.23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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