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수자가 노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거 불안과 돌봄 공백이라는 이중 부담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실시한 장기 조사는 성소수자 노후 문제가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수치로 드러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지난 10월 22일 온라인으로 ‘제3차 성소수자 노후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만 30세 이상 성소수자 1,039명을 대상으로 2025년 4월부터 5월까지 진행됐으며, 2021년과 2023년에 이어 동일한 주제를 장기간 추적한 조사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3.5%는 일상에서 직·간접적인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특히 주거 영역에서의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성소수자의 자가 보유율은 35.9%로,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일반 국민의 자가 보유율 57.4%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안정적인 주거 기반을 확보하는 데 있어 성소수자가 구조적 제약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후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를 묻는 질문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대국민 조사에서는 돌봄과 건강, 소득이 주요 과제로 꼽혔으나, 성소수자 응답자들은 주거를 최우선 과제로 선택했고, 이어 돌봄과 건강, 소득 순으로 응답이 이어졌다. 조사 보고서는 이를 두고 ‘정상가족 중심 정책 구조 속에서 성소수자가 체감하는 불안의 방향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돌봄에 대한 인식 역시 격차를 보였다. 일반 조사에서는 부모 돌봄을 걱정하는 비율이 극히 낮았던 반면, 이번 조사에서 성소수자 응답자의 8.4%는 ‘부모 돌봄 부담’을 주요 노후 고민으로 꼽았고, 동시에 ‘노후에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응답도 10.3%에 달했다. 이는 비혼 상태로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이 부모 돌봄의 책임을 떠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노년에는 제도적 보호망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을 ‘이중 돌봄의 딜레마’로 표현했다. 형제자매 중 부모 돌봄을 담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법적 배우자나 제도적 가족 없이 노후를 맞이하는 구조 속에서 성소수자들은 스스로의 돌봄 공백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삶의 만족도는 5점 만점 기준 평균 3.22점으로, 전반적으로 보통 수준 이상을 유지했는데, 커밍아웃 범위와 사회적 지지망이 넓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다만 커밍아웃은 주로 가까운 지인이나 성소수자 친구 등 제한된 관계 안에서 이뤄졌고, 학교나 직장과 같은 제도적 공간에서의 공개율은 낮았다.
노후 불안 수준은 평균 3.51점으로 나타났는데, 경제와 건강 영역의 불안 점수가 가장 높았으며, 차별에 대한 불안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응답자들은 “질병으로 고통받을까 두렵다”, “의료비 부담이 클 것 같다”는 항목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이는 일반적인 노후 불안 위에 성소수자로서의 차별 경험이 겹쳐진 결과로 해석된다.
센터는 조사 결과에 대해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주거와 돌봄, 건강 영역에서 제도적 배제와 차별에 직면해 있다”며 “이번 조사는 성소수자 노후 불안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한 첫 장기 데이터로, 향후 제도 개선과 사회 인식 전환의 근거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 관심있는 분은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