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20만 이주배경학생 시대, ‘교실의 붕괴’인가 ‘공존의 혁신’인가.
[편집자 주]
이주배경학생 20만 명 시대, 대한민국의 교실은 인구 구조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제 다문화 교육은 시혜적인 차원의 복지 정책을 넘어 공교육 전체의 성패를 가늠하는 국가적 전략 과제가 되었다. 본지는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주배경학생 교육권 보장과 다문화 밀집학교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 내용을 입수하고 이주배경학생들이 차별과 소외의 벽에 부딪히는 실태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에 발표내용을 취합, 해설로 독자 여러분에게 제공한다. 앞으로 이번에 논의된 입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어 교실의 풍경을 바꾸고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문화’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교육 현장의 위기 대한민국의 학령인구는 급감하고 있지만, 이주배경학생의 곡선은 정반대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교육통계서비스(KESS)와 이번 국회 토론회 자료집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이주배경학생은 약 19만 3천 명으로 전체 학생의 3.5%를 넘어섰다. 특히 서울은 지난 10년 사이 2.7배가 급증하며 3만 3천 명 시대를 열었다.
문제는 이들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밀집학교’의 구조적 한계다. 이제는 시혜적 복지를 넘어, 공교육의 근간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통계로 본 밀집의 실태: ‘다수’가 된 이주배경학생
서울 영등포, 구로, 금천구 등 소위 ‘남부 3구’의 초등학교 중에는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70%를 넘어서는 곳들이 존재한다.
토론회 발제자인 김성식 서울교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 내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30%를 초과하는 밀집학교는 이미 30개교에 육박한다. 이러한 수치는 현장에서 ‘수업 불능’이라는 현실로 나타난다.
한국어 소통이 전혀 안 되는 중도입국 학생이 한 반에 3~4명만 섞여도, 일반적인 교과 진도는 사실상 멈추게 된다. 이는 이주배경학생에게는 ‘방치’를, 한국인 학생에게는 ‘역차별’을 야기하며 지역사회의 학교 기피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언어 장벽의 해법: ‘한국어 선이수제’와 정규 교과 도입
양영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어 능력 부족이 곧 학습 결손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했다.
현행 시스템은 한국어 준비가 안 된 학생을 곧바로 일반 교실에 투입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한국어 선이수 체계’다.
공교육 진입 전, 혹은 진입 초기 6개월에서 1년 동안 집중적인 한국어 교육(KSL)을 받고 일정한 레벨에 도달해야 원적 학급 수업에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또한 방과 후 수업 수준에 머물렀던 한국어 교육을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라는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여 학점으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교실 환경의 혁신: ‘학급당 18명’의 마지노선
조대진 남부교육지원청 과장은 밀집학교의 질적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수치로 ‘학급당 18명’을 제시했다.
현재 서울 초등학교 평균 학급당 인원보다 낮은 이 수치는, 이주배경학생 개개인에 대한 밀착형 맞춤 교육이 가능한 최소한의 물리적 요건이다. 또한, 밀집학교를 ‘특수교육대상지’에 준하는 예산 지원 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에게는 단순한 인사 가산점을 넘어, 수업 준비 시간을 확보해 줄 행정 코디네이터 배치와 정서적 상담 지원이 필수적이다. 교사가 행복하지 않은 교실에서 이주배경학생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 ‘유산 언어’는 국가적 경쟁력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논의는 부모의 모국어인 ‘유산 언어(Heritage Language)’에 대한 시각 변화였다.
그동안 이주배경학생의 모국어는 한국어 습득을 방해하는 요소로 치부되곤 했다. 그러나 김용태 의원은 “이중언어 능력은 글로벌 시대 대한민국을 지탱할 강력한 인적 자산”이라고 역설했다.
러시아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을 모국어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완벽히 이해하는 인재는 향후 외교, 통상, 문화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 된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과정 내에 ‘모국어 유지 교과’를 개설하고, 이를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학교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법적·제도적 안전망: ‘이주배경학생 교육지원법’의 필요성
현재 다문화 교육 지원은 교육부 지침이나 교육청 조례에 의존하고 있어 정권이나 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흔들리기 쉽다.
김용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들은 이를 ‘상위법’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 초·중등교육법 개정: 지자체가 외국 국적 아동의 정보를 교육청과 실시간 공유하여 ‘학령기 아동 증발’을 막고 체계적인 배치를 지원.
◌ 특수외국어교육법 개정: 베트남어, 아랍어 등 특수외국어 전문 인력을 교육 현장에 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 가칭 ‘이주배경학생 교육지원법’: 밀집학교 지정 및 지원, 예산 확보, 한국어 교육권 보장을 명문화하는 독립법 제정 추진.
거버넌스의 확장: 학교-가정-지자체의 삼각 편대
마지막으로 방대곤 前 학생맞춤지원담당관은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학교는 ‘교육’을 담당하고, 지자체는 ‘돌봄과 의료’를 지원하며, 가정은 ‘부모 교육’을 통해 교육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거버넌스다.
특히 중도입국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한국 교육 제도를 이해하지 못해 방임에 이르는 경우를 막기 위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공존의 미래를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
이주배경학생 20만 시대는 우리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차별과 배제로 얼룩진 교실은 사회적 갈등의 불씨가 되겠지만, 언어와 문화가 섞이는 혁신의 교실은 대한민국을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키워낼 토양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