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칼럼] 병오년 새해 인사, 공직을 내려놓은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퇴직서류가 끝나고, 비로소 시간이 남았다

국가를 위해 일했던 시간, 이제는 나를 위해 쓰다

은퇴 이후에도 공직의 품격은 남는다

 

 

“출근하지 않는 첫 새해 아침”

 

“수고하셨습니다.” 
공직자의 퇴직 인사에는 늘 이 말이 따라붙는다. 말은 짧지만, 그 안에는 수십 년의 출근과 결재, 책임과 긴장이 겹겹이 쌓여 있다. 병오년 새해를 맞은 지금, 그 인사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 더 이상 부서도, 직함도, 보고서 마감도 없는 새해를 처음 맞는 은퇴 공직자들이다.

공직에서의 마지막 하루는 분주하게 지나가지만, 그 다음 날 아침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알람은 울리지 않고, 휴대전화는 평소보다 늦게 손에 잡힌다. 누군가는 그 고요함에 안도하고, 누군가는 그 적막에 당황한다. 평생을 국가 일정에 맞춰 살아온 이들에게 ‘아무 일정도 없는 하루’는 자유이자 동시에 낯선 질문이다.

그래서 병오년 새해 인사는 단순한 덕담으로 끝나기 어렵다. “편히 쉬시라”는 말보다, “이제 무엇을 보고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공직을 내려놓은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공직이 만들어온 삶의 리듬”

 

공직은 개인의 삶을 강하게 규정하는 직업이다. 근무 시간뿐 아니라 사고방식과 언어, 인간관계까지도 제도와 규정 안에서 형성된다. 회의에서는 개인의 감정보다 공공의 논리가 우선하고, 판단에는 늘 ‘전례’와 ‘책임’이 따라붙는다. 이런 삶은 안정적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욕망과 감각을 뒤로 미루게 만든다.

은퇴는 그 구조에서 벗어나는 첫 순간이다. 하지만 벗어났다고 해서 곧바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은퇴 공직자들은 공통된 공백을 경험한다. 더 이상 확인할 결재선도 없고, 기다릴 지시도 없는데, 하루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진다.

이 공백은 실패가 아니라 전환의 신호다. 조직이 대신 정해주던 시간표가 사라진 자리에서, 비로소 스스로 선택해야 할 시간이 생긴 것이다. 병오년 새해는 그 선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 장면이다.

 

 

“쉼도 일도 아닌, 제3의 시간”

 

은퇴 이후의 삶을 두고 사람들은 종종 ‘쉼’과 ‘일’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은퇴 공직자들의 이야기는 그 이분법을 벗어난다. 완전히 쉬는 것도, 다시 조직에 속하는 것도 아닌 제3의 상태를 찾는다.

지역사회 활동, 후배 멘토링, 자원봉사, 개인적 배움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직 경험을 재해석한다. 중요한 점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태도로 시간을 대하느냐다. 공직에서 익힌 책임감과 절제, 공공성은 은퇴와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쓰는 무대가 달라질 뿐이다.

또한 은퇴는 자신을 다시 정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누구의 상급자도, 누구의 부하도 아닌 상태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묻게 된다. 이 질문은 불편하지만, 동시에 오랜만에 마주하는 솔직한 자기 점검이 된다.

 

 

“은퇴 이후의 삶은 누가 설계하는가”

 

공직을 떠난 뒤에야 보이는 것 중 하나는, 그 시간이 결코 개인만의 시간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가족과의 시간, 놓쳤던 취향, 미뤄두었던 질문들이 한꺼번에 떠오른다. 은퇴 이후 삶의 만족도는 소득이나 활동량보다 ‘삶의 주도권’을 얼마나 회복했는지에 따라 갈린다.

공직에서 쌓은 경력은 은퇴와 함께 끝나는 이력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전환 가능한 자산이다. 다만 그 자산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더 이상 조직이 정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이 점에서 은퇴는 공직 생활보다 오히려 더 높은 자율성과 성숙을 요구한다.

병오년 새해는 그 자율성을 시험하는 첫 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보다, 무엇을 계속할지를 정하는 해다.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삶에는 여전히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이 흔들리지 않을 때, 은퇴 이후의 시간은 공허가 아니라 여유가 된다.

 

 

 

 

“이제는 하루를 스스로에게 보고할 시간”

 

이 새해에 전하고 싶은 인사는 단순하다. “수고하셨습니다”보다 “기대합니다”라는 말이다. 공직을 내려놓았다고 해서 사회적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조직의 이름이 아닌, 개인의 이름으로 말하고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시작됐다.

병오년 새해, 더 이상 보고서를 쓰지 않아도 된다. 대신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 스스로에게 보고하는 시간이 남았다. 그 보고서는 결재받지 않아도 되지만, 그만큼 솔직해야 한다.

은퇴 공직자들에게 이 새해는 쉼의 시작이 아니라, 기준을 다시 세우는 해다. 공직을 내려놓은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시간’이다.

 

작성 2026.01.01 05:55 수정 2026.01.0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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