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같은 선택을 한다는 것
나는 매년 같은 다이어리를 사용한다. 양지사 다이어리다.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해마다 같은 다이어리를 손에 쥐고 한 해를 시작해왔다. 디자인이 유행을 타지도 않고, 기능이 과하지도 않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오히려 특별하지 않아서 오래 곁에 두게 된 존재다.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이미 손에 익은 것을 다시 선택하는 일. 그 반복 속에서 나는 나만의 리듬을 지켜왔다.
기록은 쌓이고, 시간은 남는다
2025년의 다이어리 안에는 나의 수많은 기록이 남아 있다. 하루의 계획, 짧은 메모, 그날의 감정, 마음에 걸렸던 문장들. 바쁘게 적어 내려간 글씨도 있고, 며칠 비워둔 페이지도 있다.
시간이 지나 다시 펼쳐보면 그때의 내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웃음이 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도 있다. 다이어리는 언제나 말없이 나의 시간을 받아 적어주는 조용한 증인이었다.
12월 1일, 늘 같은 설렘
올해도 어김없이 12월 1일이 되자 양지사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이 날이 되면 늘 비슷한 설렘이 찾아온다. 아직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하얀 페이지를 넘기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내년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이 안에 채워질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한 해의 끝자락에서 마음이 조금씩 정돈된다. 다이어리는 미래를 미리 다짐하게 하는 도구이자, 지난 시간을 차분히 내려놓게 하는 장치다.
목표를 적는다는 작은 의식
다이어리 안에는 늘 새해 목표와 버킷리스트를 적을 수 있는 카드가 들어 있다. 나는 그 카드를 1월 1일 전에 채워둔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시점의 마음을 솔직하게 적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한 해가 끝날 무렵, 그 카드를 다시 꺼내 본다. 목표를 모두 이루었는지를 따지기보다는, ‘얼마나 나답게 살아왔는지’를 조용히 묻는 시간이다.
친구처럼 곁에 남은 물건 하나
10년 넘게 함께해온 이 다이어리는 이제 단순한 기록 도구가 아니다. 기쁠 때도, 흔들릴 때도,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 받아주던 존재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다이어리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시간을 함께 걸어온 친구에 가깝다. 해마다 같은 다이어리를 고른다는 건, 결국 같은 나 자신을 다시 만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우리는 매년 새해를 맞으며 많은 것을 바꾸려 한다. 하지만 무엇을 계속 지켜가고 있는지는 자주 돌아보지 않는다. 지금 내 삶에도 이렇게 오래 곁에 두고 있는 ‘나만의 친구’ 같은 것이 하나쯤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가?
2026년을 앞두고 나는 다시 한 권의 다이어리를 펼친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고,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써 내려가는 일이다.
기록은 삶을 바꾸기보다, 삶을 놓치지 않게 해준다. 올해도, 그리고 내년에도 이 친구와 함께 나의 하루를 차분히 적어가려 한다. 그렇게 또 한 해를 살아갈 준비를 한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