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붙이기의 권세: 창세기 2장과 현대 브랜드 네이밍의 심리학

정의하는 자가 지배한다 - 아담이 행사한 최초의 주권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일 - 히브리어 '쉐모(Shemo)'의 비밀

단어 하나로 세계를 창조하는 법: 마케팅적 전략과 신학적 통찰의 만남

AI 이미지 (제공: 미디어 울림)

 

이름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우리는 수많은 '이름'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 '애플(Apple)' 로고가 박힌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나이키(Nike)'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선다. 만약 이 세상에서 모든 브랜드의 이름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아마 극심한 인지적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름은 단순한 라벨이 아니라, 그 대상을 향한 우리의 태도와 기대를 결정짓는 '정의(Definition)'이기 때문이다.

 

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후 인간에게 맡기신 첫 번째 임무는 땅을 파는 것도, 건물을 짓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각종 동물의 '이름을 짓는 일'이었다. 아담이 부르는 것이 곧 그 동물의 이름이 되었다는 선언은,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권세가 바로 '언어를 통한 정의권'에 있음을 시사한다. 수천 년 전 에덴동산에서 벌어진 이 네이밍 사역은 오늘날 수십억 명의 시선을 사로잡는 브랜드 네이밍의 심리학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히브리어 '쉐모'와 정체성의 일치

 

성경에서 '(그의) 이름'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쉐모'(שְׁמוֹ)는 단순한 지칭어가 아니다. 히브리적 사고에서 이름은 곧 그 존재의 '본질'이자 '운명'이다. 창세기 2장 19절에서 아담이 각 생물을 부르는 것이 곧 그 이름이 되었다는 것은, 아담이 동물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내면의 특성을 간파하여 언어로 고정했음을 의미한다.

 

현대 마케팅에서도 이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성공하는 브랜드는 제품의 기능이 아니라 그 제품이 가진 '정수(Essence)'를 이름에 담는다. '스타벅스(Starbucks)'라는 이름이 커피라는 음료를 넘어 '제3의 공간'이라는 문화를 정의하고, '테슬라(Tesla)'가 자동차를 넘어 '에너지의 혁신'을 정의하듯 말이다. 아담이 동물의 이름을 지으며 생태계의 질서를 세웠다면, 현대의 네이밍 전문가들은 단어 하나로 시장의 질서를 재편하고 소비자의 인식 속에 새로운 영토를 구축한다.

 

 

심리학과 뇌과학이 밝히는 네이밍의 힘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이름 붙이기는 '앵커링(Anchoring, 정박)' 효과를 유발한다. 특정 이름이 명명되는 순간, 우리의 뇌는 그 대상을 해당 이름의 틀 안에 가둔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이를 '프레이밍(Framing)'이라 부른다. 같은 물이라도 '에비앙(Evian)'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갈증 해소용 액체가 아니라 알프스의 청정함과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로 재정의된다.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네이밍은 '관계의 시작'이다. 아담이 동물의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인간과 자연 사이의 유대와 책임이 생겨났듯, 브랜드 네이밍은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감정적 유대를 형성한다. 뇌과학적으로는 '음성 상징성(Sound Symbolism)'이 중요하다. 'K'나 'T' 같은 파열음은 혁신적이고 강한 이미지를, 'M'이나 'L' 같은 유음은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준다. 아담이 동물의 소리와 움직임을 보고 이름을 지었을 때도 아마 이러한 직관적 감각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름은 존재를 창조하는 '소프트웨어'다

 

창조주가 '바라(Bara, 무에서 유의 창조)'를 통해 하드웨어를 만드셨다면, 아담의 네이밍은 그 하드웨어에 의미라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현대 비즈니스에서 네이밍이 차지하는 비중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름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가시적인 실체로 바꾼다.

 

다음 표는 창세기의 네이밍과 현대 브랜드 네이밍의 핵심 원리를 비교한 것이다.

 

 

이름은 대상을 소유하려는 욕망보다 '책임지고 돌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아담의 권세는 동물을 마음대로 부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특징을 존중하며 이름을 불러주는 데 있었다. 현대의 진정한 '명품' 브랜드들 역시 소비자에게 이름을 통해 철학과 가치를 약속하며, 그 약속을 지키는 책임감을 보여준다.

 

 

당신은 무엇이라 불리길 원하는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인 김춘수의 싯구처럼, 이름 붙이기는 무의미한 몸짓을 유의미한 존재로 바꾸는 숭고한 행위다. 창세기 2장의 아담은 오늘날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당신의 삶과 당신이 만드는 결과물에 어떤 이름을 붙이고 있는가?"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인생이라는 브랜드를 경영하는 네이밍 전문가다. 자신이 하는 일을 '생계 수단'이라 부를지, '사명'이라 부를지에 따라 그 존재의 가치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름을 붙이는 권세는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신성한 창의성이다. 단순히 남들이 붙여준 이름에 안주하지 말고, 당신의 본질을 꿰뚫는 단어 하나를 찾아내어 세상에 선포하라. 당신이 명명하는 그 순간, 당신의 세계는 비로소 하나님의 예정하심 안에서 당신의 뜻대로 다시 창조되기 시작할 것이다.

 

 

 

작성 2026.01.01 23:01 수정 2026.01.0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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