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③ ‘외국인 인력 100만 시대’의 명암
대한민국의 산업과 농업이 ‘외국인 근로자’라는 혈액 공급 없이는 단 하루도 유지될 수 없는 구조적 임계점에 도달했다. 법무부가 발표한 「2025년 외국인 고용 실태조사」 보고서는 수치 하나하나가 현장의 비명을 대변하고 있다. 본지는 이번 보고서에 담긴 핵심 수치를 정밀 분석하고, 우리 다문화 사회와 유학생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 편집자 주-
◇ 농업계의 충격적 지표: “외국인 고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농업경영체의 외국인 고용 지속성이다. 조사 대상 농가의 85.1%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고 있었다.
품목별로 보면 과수 농가는 88.5%, 채소 농가는 83.5%에 달해, 우리가 식탁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식자재가 외국인 손길을 거치고 있음을 수치로 증명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건비 부담이다. 농번기 외국인 남성 근로자의 평균 일당은 11만 6천 원으로 집계되었으나, 이는 평균치일 뿐이다.
인력 수급이 어려운 특정 지역과 수확기에는 일당 20만 원을 상회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되었다.
농업 경영주들은 “인건비가 올라 매출의 상당 부분이 인력비로 나가지만, 그마저도 사람을 구할 수 없어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 불법 고용의 구조적 원인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왜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할까? 보고서는 그 원인을 명확히 짚어냈다.
불법 고용 사유 1위는 '원하는 기간만큼 유연하게 고용할 수 있어서'(31.9%)였다. 뒤를 이어 필요할 때 쉽고 빠르게 고용할 수 있어서’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현재의 고용허가제(E-9)나 계절근로제(E-8)가 현장의 ‘적기 투입’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합법적인 인력을 받으려면 수개월 전부터 복잡한 서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기상 상황에 따라 수확 시기가 변하는 농촌이나 수주 물량에 따라 가동률이 널뛰는 소규모 제조업체에게는 ‘당장 내일 올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한 것이다. 제도적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음성적인 인력 시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통계적 경고다.

◇ 제조업의 미스매치: 유학생 고용 의사는 80%, 실제 정보는 21%
본지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일반 제조업 분야의 외국인 유학생 채용 관련 지표다.
제조업체들은 한국어 능력이 우수하고 국내 문화 이해도가 높은 유학생 인력에 대해 매우 높은 호감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 고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제도에 대한 무지’였다. 유학생을 고용하지 않은 업체 중 79.0%가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할 수 있는 제도나 절차를 잘 몰라서’라고 답했다.
즉, 기업 10곳 중 8곳은 유학생을 뽑고 싶어도 법적으로 가능한지, 어떤 비자가 필요한지 몰라 포기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정부의 이민 정책 홍보가 실제 현장 사업주들에게는 거의 전달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며, 유학생 구직자와 기업을 잇는 전문 플랫폼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다.
◇ 숙련기능인력(E-7-4) 제도, ‘양적 확대’ 넘어 ‘질적 안착’으로
단순 노무 인력을 숙련공으로 전환하는 E-7-4 비자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도 구체적이다.
제조업체들은 숙련기능인력의 장점으로 ‘업무 숙련도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꼽으면서도, 이들이 비자 변경 후 더 큰 기업이나 수도권으로 이직할 것에 대한 불안감(이직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농업 분야에서는 숙련기능인력의 체류 기간 연장이 경영 안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농번기에만 왔다가 떠나는 단기 인력보다, 농사 기법을 완전히 익힌 숙련 인력이 정주하며 관리자 역할을 해주는 모델을 선호하고 있다.
◇ ‘K-유학’을 산업 현장의 ‘K-인재’로
결론적으로 이번 2025년 보고서는 대한민국이 ‘단순 노동력 수입국’에서 ‘숙련 인재 육성국’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함을 시사한다.
첫째, 유학생 비자 제도의 획기적 간소화가 필요하다. 제조업체의 79%가 제도를 모른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장벽이 높다는 뜻이다.
둘째, 지자체와 대학, 산업체가 연계한 ‘지역특화형 비자’를 더욱 정교화하여, 유학생이 졸업 후 해당 지역 중소기업의 핵심 인력으로 안착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동되어야 한다.
법무부와 정부 당국은 이번 실태조사 수치를 단순 통계로 치부하지 말고, 인구 소멸 지역의 농가와 공장이 외국인 인력을 ‘합법적이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유학생들에게는 졸업 후 안정적인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복잡한 서류 절차 없이도 우수 인재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인구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