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과대학 정시모집을 향한 수험생들의 열기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2026학년도 의대 정시 지원자 수가 큰 폭으로 줄며 최근 5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모집 정원 축소라는 구조적 요인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목되지만, 장기간 이어지던 의대 쏠림 현상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6학년도 전국 39개 의과대학 정시모집 지원자는 7천12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보다 32.3% 감소한 수치다. 최근 연도별 지원자 추이를 보면 2022학년도 9천233명, 2023학년도 8천44명, 2024학년도 8천98명, 2025학년도 1만518명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으나, 올해 들어 급격한 하락세가 나타났다.
지원자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은 모집 인원 축소다. 2026학년도 의대 정시 모집 인원은 1천78명으로, 전년 1천599명 대비 521명 줄었다. 감소율은 32.6%에 달했다. 지원자 수와 모집 인원이 동시에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평균 경쟁률은 6.61대 1로 전년도 6.58대 1보다 소폭 상승했다. 이는 지원 규모 축소 속에서도 일부 대학으로의 선택적 집중이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권역별 경쟁률을 살펴보면 흐름의 차이가 뚜렷하다. 서울권 8개 의대의 평균 경쟁률은 3.80대 1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반면 경인권 4개 대학은 7.04대 1로 큰 폭의 상승을 보였고, 비수도권 27개 의대 역시 8.17대 1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수도권 핵심 대학의 안정 지원 경향과 달리, 지역 의대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확대된 양상이다.
대학별로는 고신대학교 의대가 24.65대 1로 전국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대로 이화여자대학교 의대는 2.94대 1로 가장 낮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같은 의대라 하더라도 대학별 선호도와 지역적 요인에 따라 지원 양극화가 심화된 셈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의대 열풍의 ‘조정 국면’으로 해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시 지원자 수가 의대 학부 체제 전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모집 정원 축소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의대 진학에 대한 기대감이 이전보다 다소 식은 흐름도 읽힌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른바 ‘불수능’으로 평가된 시험 난이도와 모집 인원 축소가 겹친 상황에서도, 최상위권 수험생들은 지나친 눈치 보기보다는 소신 지원을 택한 경향이 뚜렷했다. 이른바 빅5 병원을 둔 주요 의대 가운데 서울대학교 의대만 경쟁률이 소폭 하락했고, 연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가톨릭대학교, 고려대학교 의대는 모두 경쟁률이 상승했다.
이는 상위권 수험생들이 대학 간 미세한 점수 차이보다는 선호 대학과 진로 계획을 중심으로 전략을 세웠다는 점을 시사한다. 의대 입시가 단순한 ‘묻지마 지원’에서 점차 전략적 선택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