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 심층분석] “남녀는 아픈 방식도 다르다”… 2026년 의료의 핵심, 성차의학에 주목하라
성차의학 전문의들 “남성 위주의 의학 표준에서 벗어난 ‘성별 맞춤 치료’가 정밀 의료의 시작”남녀 병 발생 차이, 호르몬부터 유전자까지… 심혈관·치매·약물 대사 전반에서 뚜렷한 차이 나타나
현대 의학은 오랫동안 ‘체중 70kg의 성인 남성’을 표준 모델로 삼아 질병을 진단하고 약물을 개발해 왔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의료계는 이러한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성차의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집중하고 있다.
성차의학은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 성(Gender)의 차이가 질병의 발생, 증상, 치료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성차의학 전문의들은 이제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무시한 치료는 반쪽짜리 의학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 심혈관 질환: 남성은 ‘흉통’, 여성은 ‘소화불량’?
심혈관 질환은 남녀 병 발생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분야 중 하나다. 흔히 심근경색의 전조 증상으로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꼽지만, 이는 주로 남성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 남성의 특성: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높으며, 전형적인 가슴 통증을 호소한다.
- 여성의 특성:에스트로겐의 보호 효과로 폐경 전까지는 발생률이 낮으나, 폐경 이후 급격히 증가한다.
- 특히 여성 환자들은 흉통 대신 호흡곤란, 극심한 피로감, 소화불량, 메스꺼움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단순 위장 질환으로 오인하여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성차의학 전문의들은 “여성의 경우 심장 근육으로 가는 미세혈관의 기능 부전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 일반적인 혈관 조영술로 발견하기 어렵다”며, 성별에 특화된 진단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뇌와 마음의 병: 알츠하이머와 우울증의 성차
뇌 신경계 질환 역시 남녀 병 발생 차이가 뚜렷하다. 대표적인 예가 알츠하이머 치매와 우울증이다.
- 알츠하이머 치매:전 세계 치매 환자의 약 3분의 2가 여성이다. 이는 단순히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기 때문만은 아니다.
-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뇌는 타우(Tau) 단백질의 확산 속도가 남성보다 빠르며, 폐경 이후 성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뇌 신경세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 우울증:여성의 유병률이 남성보다 2배가량 높다. 하지만 성차의학 전문의들은 남성의 우울증이 저평가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여성은 슬픔이나 울음으로 우울감을 표출하는 반면, 남성은 공격성, 알코올 의존, 워커홀릭 증상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진단 과정에서 누락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 약물 대사의 비밀: “여성에게 수면제 절반만 처방하는 이유”
과거 많은 약물이 남성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거쳐 출시되었으나, 이는 여성들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야기하곤 했다. 성차의학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 과정에서도 남녀 병 발생 차이와 유사한 약동학적 격차가 존재함이 밝혀졌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수면제인 ‘졸피뎀’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간에서 약물을 분해하는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
똑같은 용량을 복용해도 여성의 혈중 약물 농도가 훨씬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어, 다음 날 아침 운전 중 가수면 상태에 빠지는 등 부작용 발생률이 여성에게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에 따라 미국 FDA는 2013년 여성의 권장 복용량을 남성의 절반으로 낮추도록 권고한 바 있다.
■ 면역 시스템과 자가면역 질환: 여성의 강한 면역력이 독이 될 때
면역 체계에서도 남녀 병 발생 차이는 관찰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외부 침입자(바이러스, 세균)에 대해 더 강력하고 빠른 면역 반응을 보인다. 이는 감염병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만, 동시에 면역 체계가 자기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의 위험도 높인다.
실제로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등 주요 자가면역 질환 환자의 80~90%가 여성이다. 성차의학 전문의들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는 역할과 X 염색체에 포함된 면역 관련 유전자의 특성이 이러한 차이를 만든다고 분석한다.
■ “성별은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정밀 의료의 척도”
국내 성차의학분야의 권위자들은 이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성별을 단순한 인적 사항이 아닌 ‘핵심 생체 지표’로 다뤄야 한다고 제언한다.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를 비롯한 국내 성차의학 전문의들은 “성별에 따른 질병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여성 의학’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남성에게 더 흔한 질병에서 소외되는 여성, 여성 질환으로 인식되어 진단이 늦어지는 남성(예: 남성 유방암) 모두를 구제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이다”라고 강조한다.
■ 나를 위한 ‘맞춤 의학’의 시작
성차의학은 21세기 정밀 의료의 완성형이다. 우리가 자신의 혈액형을 알듯, 자신의 성별이 특정 질병의 증상과 치료에 어떤 변수로 작용하는지 인지하는 것은 건강 수명 연장의 필수 요건이다.
병원을 찾았을 때 전문의에게 성별 특이적 증상에 대해 질문하고, 자신의 호르몬 주기나 신체적 특징을 상세히 공유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2026년, 대한민국의 모든 환자가 성별이라는 편견을 넘어 과학적인 성차의학의 혜택을 누리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