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터넷도, 블록체인도 아닌 AI다. 친환경 신발 브랜드로 알려졌던 올버즈(Allbirds)가 “이제 AI인프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 고 선언하자 주가는 하루 만에 400% 넘게 폭등했다. 하지만 열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다음 날 주가는 35% 넘게 급락했다. 반면 한때 이더리움 채굴 업체였던 코어위브(CoreWeave) 는 실제 AI 인프라 기업으로 탈바꿈하며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 같은 ‘AI 전환’인데 왜 누구는 광기로 보이고, 누구는 성공 신화로 읽힐까. 지금 월가는 그 경계선 위에서 다시 흔들리고 있다.

올버즈, “이제 AI 합니다” 한마디에 주가가 폭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버즈는 2026년 4월 15일 5천만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 자금조달 계획과 함께 GPU를 확보해 AI 컴퓨팅 인프라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사명도 “NewBird AI” 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불과 얼마 전까지 신발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인식되던 기업이 갑자기 AI 인프라 사업자로 방향을 틀겠다고 하자 시장은 과격하게 반응했다. 발표 당일 올버즈 주가는 장중 한때 435% 상승한 13.33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광기는 딱 하루였다
더 상징적인 장면은 그 다음 날 나왔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올버즈 주가는 4월 16일 약 36% 하락한 10.91달러 까지 밀렸다. 즉 “AI 하겠다”는 말에 하루 만에 400% 넘게 폭등한 뒤, 바로 다음 거래일에 35% 넘게 급락한 것이다. 이 흐름은 시장이 올버즈의 사업 전환을 냉정하게 평가했다기보다 단기적으로 AI라는 키워드 자체에 과열 반응 했다는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왜 사람들은 닷컴버블을 떠올리나
이 장면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올버즈 사례를 설명하면서 2017년 음료회사 Long Island Iced Tea 가 블록체인 관련 사명 변경으로 주가 급등을 경험했던 사례를 함께 언급했다. 닷컴버블 시절에도 회사명에 .com만 붙어도 주가가 오르는 일이 반복 됐다. 기술 자체는 진짜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의 진짜 가치보다 유행어가 먼저 가격에 반영될 때 시작된다. 지금의 AI 열풍 역시 그런 장면을 일부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불안과 흥분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코어위브는 왜 다르게 평가받나
하지만 모든 AI 전환이 같은 것은 아니다. 코어위브(CoreWeave) 는 올버즈와 비슷하게 기존 사업에서 출발했지만, 시장이 바라보는 무게감은 전혀 다르다. 로이터에 따르면 코어위브는 2017년 이더리움 채굴업체로 시작했지만 이후 GPU 자산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AI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했다. 이것은 단순한 간판 교체가 아니라 실제 자산과 수요가 맞물린 사업 재편이었다.

코어위브는 ‘서사’가 아니라 ‘현금흐름’을 보여줬다.
코어위브가 시장에서 진지하게 평가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회사는 2025년 나스닥 상장 직전 오픈AI와 5년간 약 119억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AI 시대에 필요한 GPU 인프라 공급자로 입지를 굳혔다. 로이터는 코어위브가 2026년 4월 기준 상장 이후 85% 넘게 상승했고, 연초 이후로도 64% 상승했다고 전했다. 즉 코어위브는 “우리도 AI 합니다” 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이미 돌아가는 사업과 고객을 갖춘 상태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올버즈와 코어위브의 차이는 단 하나다.
둘 다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AI를 말했지만, 차이는 의외로 단순하다. 올버즈는 AI를 새로운 이야기로 던졌고, 코어위브는 AI를 새로운 수익모델로 증명했다. 시장도 결국 이 차이를 안다. 다만 과열장에서는 이 구분이 쉽게 흐려진다. 그래서 어떤 종목은 밈주식처럼 폭등하고, 어떤 종목은 진짜 산업 전환의 수혜주로 평가받는다. 지금 미국 증시가 보여주는 건 AI 혁명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AI라는 단어에 대한 투기적 흥분이기도 하다.
지금 시장이 위험한 이유는 ‘AI가 거짓’이라서가 아니다
중요한 건 AI가 가짜 산업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반대다. AI는 너무나도 강력한 변화이기 때문에, 시장은 이제 모든 회사를 AI 프레임 안에 넣어 해석하려 한다. 닷컴버블도 인터넷이 가짜여서 터진 것이 아니었다. 인터넷은 진짜였지만, 그 위에 올라탄 수많은 허상이 문제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코어위브처럼 실제로 AI 시대의 수요와 연결된 기업은 더 큰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올버즈처럼 아직 연결고리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업까지 AI 프리미엄을 선반영하기 시작하면, 거품의 냄새는 점점 짙어진다.
창업자들이 여기서 읽어야 할 신호
이 장면은 투자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창업자와 스타트업, 심지어 소상공인에게도 시사점이 크다. 지금 시장은 AI를 붙인 사업에 주목한다. 하지만 주목을 받는 것과 신뢰를 얻는 것은 다르다. 코어위브 사례는 기존 자산과 역량을 AI 시대의 수요와 연결하는 설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올버즈 사례는 AI라는 단어만으로도 단기적인 관심은 끌 수 있지만, 그 열광이 얼마나 빨리 식을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붙였느냐”가 아니라, AI를 통해 무엇을 실제로 바꿀 수 있느냐다.
창업의 시대가 보는 결론
올버즈와 코어위브는 겉으로 보면 둘 다 “원래 하던 일 접고 AI로 간 회사” 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질은 다르다. 올버즈는 지금 시장이 얼마나 AI 키워드에 민감하게 과열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고, 코어위브는 실제 산업 전환이 얼마나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래서 지금 시장은 더 흥미롭고, 동시에 더 위험하다. 진짜 AI 기업은 더 커질 것이고, 가짜 AI 서사는 더 크게 흔들릴 것이다. 그리고 그 경계가 흐려질수록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지금은 AI 혁명의 초입일까, 아니면 닷컴버블의 재연일까. 아마 정답을 둘 다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