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제 위기로 인해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발생한 유혈 사태에 정부가 엄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란의 사법부 수장인 에제이는 시위 주동자들을 신속하게 기소하고 엄중히 처벌할 것을 지시하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현재까지 시위 과정에서 수십 명의 사망자와 수천 명의 구금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며, 군 당국은 시위를 지지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개입을 국가적 위협으로 규정했다. 특히, 이란 군부는 외부 세력의 도발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며, 국제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경제적 절망이 틔운 저항의 불꽃, 국제 정세의 거대한 파고 속으로
2025년 12월 말, 천 년의 세월을 품은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에 내려앉은 것은 향신료의 진한 내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숨 막히는 침묵과 서늘한 공포였다. 대를 이어 장사를 해온 어느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상점의 셔터를 내렸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환율, 종잇조각이 되어버린 리알화, 그리고 식탁 위에서 사라진 빵 한 조각. 이란의 시위는 화려한 정치 구호가 아니라,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살게 해달라'라는 처절한 외침에서 시작되었다.
사건의 배경: 왜 그들은 거리로 나왔는가
이번 사태의 도화선은 2025년 12월 28일, 테헤란 경제의 심장부인 카팔르차르쉬에서 당겨졌다. 흔히 '이란의 시위'라고 하면 고도의 정치적 자유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상인들은 정치인이 아닌 ‘가장’으로서 거리로 나섰다. 외환 대비 현지 통화 가치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폭락하면서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어제 판 물건값으로는 오늘 물건을 다시 떼어올 수 없는 기막힌 현실 앞에서 상인들은 절망했다. 이 경제적 절망은 삽시간에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배고픈 아이를 둔 부모들,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이 합류하면서 초기 경제 시위는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그 성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소요가 아니라, 수십 년간 쌓여온 구조적 모순이 '환율'이라는 방아쇠를 만나 터져 나온 거대한 폭발이었다.
현장의 상황: 숫자로 기록된 비극의 깊이
시위가 시작된 지 불과 열흘 만에 이란 전역은 상흔으로 가득 찼다. 이란 정부가 공식적인 사상자 발표를 극도로 아끼는 사이, 인권 단체와 현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통계는 충격적이다. 이란 인권운동가통신(HRANA)이 발표한 1월 6일 자 보고서에 따르면, 보안 요원 2명을 포함해 최소 36명이 목숨을 잃었다. 체포된 이들은 2,076명에 달하며, 그들 중 상당수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차가운 유치장에 갇혀 있다. 반면 정부 측 시각을 대변하는 타스님(Tasnim) 통신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 568명과 민병대(바시지) 66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숫자는 차갑지만, 그 숫자 하나하나에는 누군가의 아들, 딸, 그리고 아버지의 생애가 담겨 있다. 거리에서 쓰러진 36명의 영혼은 이란 사회가 지불하고 있는 가장 비싼 대가다.
현장의 목소리: 강경 대응의 칼날과 외부 세력의 그림자
이란 정부의 대응은 ‘내부 단속’과 ‘외부 위협’이라는 두 갈래로 나뉘어 단호하게 진행되고 있다.
내부로는 사법부의 신속한 심판 사법부 수장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는 시위대를 향해 ‘선동가(provocateurs)’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는 검사와 판사들에게 "지체 없는 신속한 재판"과 "억제력 있는 처벌"을 지시했다. 이는 단순히 법을 집행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거리의 목소리를 사법적 공포로 잠재우겠다는 강력한 경고다. 법정이 정의의 전당이 아닌, 정권 수호의 보루가 된 셈이다.
외부로는 군 당국의 강경 발언 이러한 내부 탄압의 명분은 '외부 세력'에서 찾고 있다. 아미르 하타미 이란 군 총참모장은 이번 시위의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고 단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대 살해 시 개입"을 경고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시위 지지를 표명하자, 하타미 장군은 즉각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적대적 발언을 위협으로 간주하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지점에서 시위는 더 이상 이란 내부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그것은 미국, 이스라엘, 이란이라는 거대한 지정학적 체스판 위의 말(馬)로 전락하고 만다. 국민들의 배고픈 외침은 어느덧 '국가 안보'라는 거대 담론 아래 묻혀버린다.
지금 이란은 거대한 폭풍의 눈 속에 있다. 경제적 절망이 불러온 불꽃은 내부의 강압적인 사법권과 외부의 지정학적 압력이라는 산소와 만나 더 크게 타오를지, 아니면 차갑게 진압될지 알 수 없는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사람'에 있다. 정치가 민생을 외면하고, 권력이 자신의 존립을 위해 국민의 생명을 위협으로 간주할 때 그 땅의 평화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