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 등 인간의 고유한 창의 영역을 전방위로 대체하며 급성장하고 있으나, 그 이면의 '데이터 무단 학습' 논란은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현행 법 체계가 기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발생하는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AI 학습 전용 지식재산권인 이른바 *러닝라이트(Learnright)’ 도입이 학계에서 공식 제안되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코넬대 파스쿠알레 교수팀 제안, 기존 6대 저작권 넘어선 '제7의 배타적 권리' 신설 논의
미국 코넬 공과대학 및 코넬 로스쿨의 프랭크 파스쿠알레(Frank Pasquale) 법학 교수를 필두로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토머스 W. 말론(Thomas W. Malone) 교수,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앤드류 팅(Andrew Ting) 강사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최근 기술 및 지적재산권 저널(Journal of Technology and Intellectual Property)을 통해 AI 시대의 새로운 보상 체계를 발표했다. 이들은 논문 ‘저작권, 러닝라이트, 그리고 공정 이용: AI 모델 학습에 대한 보상 체계 재고’에서 AI 기업과 창작자 사이의 권력 불균형을 바로잡을 법적 틀을 구체화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러닝라이트는 기존 저작권 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성격을 띤다. 현재 미국 저작권법(제106조)은 복제권, 배포권, 공연권 등 6가지 배타적 권리를 보장한다. 하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긁어모아 패턴을 학습하는 AI의 행위는 이 6가지 권리 중 어디에도 명확하게 해당하지 않는 모호한 영역에 머물러 왔다.
이에 연구팀은 저작권자가 보유한 권리 목록에 ‘AI 학습을 허용하거나 거부할 권리’를 추가하자고 제안한다. 창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AI 고도화에 사용되는 것을 선택적으로 결정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마치 음악 저작권자가 저작권료를 받는 집단관리기구 시스템처럼, AI 기업도 데이터셋 활용에 대한 정당한 시장 가격을 지불하고 학습해야 한다는 논리다.
'제7의 권리'로 명명된 러닝라이트, 무엇이 다른가
말론 교수는 이에 대해 "러닝라이트가 도입되면 AI 기업은 만성적인 저작권 소송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고, 창작자는 정당한 보상을 받게 된다"며, 이것이 현재의 복잡한 저작권 분쟁보다 훨씬 효율적인 사회적 해법임을 강조했다.
논문은 이번 제안이 단순한 금전적 보상을 넘어 AI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고 경고한다. 최근 학계의 우려 중 하나인 ‘모델 붕괴(Model Collapse)’ 현상이 그 근거다. 인간의 독창적인 창작물이 끊기면 AI는 결국 AI가 생성한 조악한 데이터를 다시 학습하게 되고, 이는 전체 인공지능 시스템의 품질 저하와 지능 퇴보로 이어진다.
파스쿠알레 교수는 "빅테크 기업들이 반도체 공급망이나 내부 인력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혁신의 기초 자산이 된 인간의 창의성에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즉, 러닝라이트는 인간 창작 생태계를 보존하여 고품질의 학습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일종의 '생존 장치'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빅테크 저작권 소송 리스크 돌파구 될까?
글로벌 각국 정부와 의회가 AI 규제안을 조율 중인 시점에서, 러닝라이트는 '학습 전면 금지'와 '무단 사용' 사이의 합리적 중간 지대를 제공한다. 이 혁신적인 제안이 향후 글로벌 표준 저작권 정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전 세계 IT 및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본 기사는 AI 학습 데이터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개념 권리인 '러닝라이트'를 조명했다. 이를 통해 창작자는 정당한 권익을 보호받고, AI 기업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함으로써 인공지능 산업의 질적 저하(모델 붕괴)를 막고 장기적인 상생 생태계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창의성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법적 틀을 통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러닝라이트'는 그 여정의 핵심적인 열쇠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