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경제의 해법, 동삼혁신지구에서 찾아야 한다
부산 경제가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인구 감소, 산업 구조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역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조선·항만·물류 등 전통 산업은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지 못한 채 정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부산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제1의 항만 도시이자 동북아 해양물류의 핵심 거점이다. 그러나 항만과 해양산업의 성과가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바다의 도시 부산’이라는 타이틀은 점점 상징적인 의미로만 남고 있다. 이제 부산이 직면한 과제는 단순히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구축된 해양자산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부산은 세계 6위권 규모의 항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양산업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 하지만 이 강점이 지역 상권, 관광, 서비스 산업과의 유기적 연계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해양산업의 중심지로서의 위치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산업 구조는 여전히 ‘제조 중심’에 머물러 있고, 고부가가치 해양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항만의 물류 흐름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지만, 그 혜택은 지역사회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부산이 가진 해양 자산은 ‘보유’에 그치고 있다. 단순한 기반시설이 아니라, 산업·문화·관광이 융합된 새로운 경제생태계로 진화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정책의 전략 부재이자, 민·관 협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영도구 동삼혁신지구 내 크루즈 터미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해당 터미널은 부산을 국제 해양관광 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조성되었으며, 대형 크루즈선 접안이 가능한 국내 유일의 시설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 현실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터미널의 이용률은 제한적이며, 연계 관광 프로그램이나 지역경제 파급 효과도 미미하다. 수천억 원의 공공 예산이 투입된 시설이지만, 실질적인 경제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시설의 문제가 아니다. 동삼혁신지구가 ‘지역과 단절된 섬’처럼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터미널과 부산항, 원도심, 지역 상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크루즈 관광객은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다른 도시로 이동해 버리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부산이 얻는 경제적 효과는 미미하다.
이는 물리적 인프라의 한계가 아니라, 전략 부재의 결과다. 해양관광의 거점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시설을 지역의 산업과 상권, 문화자산과 결합시키는 정책적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크루즈 산업은 단순히 관광객이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산업이 아니다. 숙박, 쇼핑, 외식, 교통, 문화 콘텐츠, 지역 특산물 소비 등 다양한 산업과 결합할 때 비로소 경제적 파급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부산은 크루즈 산업을 체류형 해양관광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정기 국제 크루즈 노선 확보가 시급하다. 단발성 입항 유치에서 벗어나, 일정한 노선을 통해 관광 수요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이에 맞춘 지역 관광 및 상권 활성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또한 영도 지역의 해양문화 자산과 근대 역사 콘텐츠를 연계한 관광코스를 개발해야 한다. 부산항대교, 절영해안산책로, 태종대 등 자연자원과 예술공간을 하나의 ‘체류형 관광 루트’로 설계한다면, 크루즈 관광객의 체류시간은 늘어나고 소비는 자연스럽게 지역으로 확산된다.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 관광 프로그램’이나 ‘지역 특산물 체험형 콘텐츠’를 도입한다면, 관광객의 만족도뿐 아니라 지역경제의 순환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 크루즈 터미널은 단순한 입항지가 아닌, 부산 관광의 출발점이자 경제 활동의 촉매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 의지다. 부산은 수년간 수많은 비전과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실현된 사례는 많지 않다. 동삼혁신지구는 그 한계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해양관광, 창업, 연구개발, 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을 융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거버넌스의 부재가 문제로 지적된다. 부산시와 영도구, 해양수산부, 지역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실행형 협의체를 구성해, 민관협력 기반의 ‘지역경제 전략 거점’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순히 크루즈 산업만이 아니라, 스마트 해양산업, 친환경 조선기술, 해양 에너지 전환 등 미래 지향적인 산업과 연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산은 단순한 항만 도시를 넘어, 동북아 해양경제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
부산 경제는 더 이상 선언과 계획으로 버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이제는 책임 있는 실행의 시대다. 동삼혁신지구의 활용 여부는 부산 경제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며, 부산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척도다.
부산은 이미 충분한 해양 인프라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실질적인 성장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과 실행력이다.
동삼혁신지구는 그 전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부산의 해양 자산이 상징이 아닌 실질적인 경제 자산으로 작동할 때, 시민의 삶과 지역경제 전반에 변화가 찾아온다.
동삼혁신지구에서 시작되는 작은 변화가 부산 경제 전반의 회복과 도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부산이 다시금 바다의 도시로서, 그리고 해양경제의 선도 도시로서 세계 무대에 우뚝 서야 한다.

기사제공 : 유경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