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가 도토리를 들고 오물오물 먹는 걸 본 적 있나요? 조그만 손으로 도토리를 꼭 붙잡고 껍질을 벗기는 모습이 참 귀여운데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다람쥐 손가락 끝에 사람처럼 납작한 엄지 손톱이 달려 있는 걸 알 수 있어요. 손톱은 사람만 있는 거 아니냐고요? 다람쥐가 속한 설치류에게도 손톱이 있답니다. 그리고 이 작은 손톱이 바로 설치류가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포유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해요.
설치류는 어떤 동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쥐, 다람쥐, 햄스터 같은 동물들을 모두 ‘설치류’라고 불러요.설치류의 가장 특별한 점은 바로 ‘이빨’에 있어요.위아래 턱에 아주 날카롭고 단단한 앞니가 한 쌍씩 있는데, 이 앞니가 평생, 계속 자라요. 그래서 설치류는 나무껍질이나 딱딱한 견과류 같은 것을 계속 갉아먹으면서 앞니를 닳게 해 길이를 조절해야 해요.‘설치’라는 이름도 '갉는 이빨'이라는 뜻에서 나왔답니다.
설치류는 젖을 먹여 키우는 포유류 중에서 종류가 가장 많아요.지금까지 알려진 설치류 동물만 무려 2500종이 넘고, 지구에 사는 모든 포유류의 약 40%를 차지할 정로 많은 수를 자랑하죠. 몸집도 작은 설치류가 어떻게 이렇게 번성할 수 있었던 걸까요?
지구 정복(?)의 비결은 엄지손톱!
그 답을 찾기 위해 브라질, 미국, 영국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세계 곳곳에서 433속의 설치류 표본을 모아 분석했어요. 각 동물의 앞발을 자세히 관찰해, 엄지에 손톱이 있는지, 혹은 발톱이 있는지를 확인했어요. 그리고 먹이 습성과 생활 방식을 비교했죠.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어요.설치류의 86%가 사람처럼 ‘엄지손톱’을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이건 엄지손톱이 아주 오래전 설치류의 조상에게서부터 이어진 특징이라는 뜻이에요.
다른 동물들은 대부분 뾰족한 발톱을 갖고 있어요. 발톱으로 땅을 파거나, 나무에 매달리거나, 먹이를 붙잡죠. 그런데 설치류는 왜 다른 동물들과 달리 엄지손톱을 갖게 됐을까요?엄지손톱이 먹이를 먹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다람쥐는 단단한 도토리나 호두껍질을 이빨로 깨물기 전에 손으로 꼭 잡고 돌리는데요. 이때 납작한 엄지손톱 덕분에 미끄러지지 않고 먹이를 잡을 수 있어요. 연구팀은 “엄지손톱 덕분에 설치류는 경쟁자 없이 영양이 풍부한 견과류를 먹을 수 있었고, 다양한 종으로 번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답니다.
물론 모든 설치류가 엄지손톱을 가진 건 아니에요.땅속에서 굴을 파는 두더지쥐 같은 동물은 뾰족한 발톱이 더 유용하기 때문에 손톱 대신 발톱을 가지고 있어요. 손톱도, 발톱도 없는 설치류도 있고요. 같은 설치류라도 사는 환경과 먹이 습성에 따라 다르게 진화한 거죠.
이런 변화가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설치류는 지구 어디에서나 살아가는 ‘적응의 달인’이 되었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도토리를 쥔 다람쥐는, 설치류가 얼마나 영리하게 지구에 적응해 왔는지를 보여주고 있을 거예요.
글: 오혜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 일러스트: 감쵸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