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맞혔다’와 ‘이해했다’는 다르다
문제를 맞혔는데 설명은 하지 못한다. 이 장면은 초등·중등 수학에서 반복된다. 정답이 곧 이해라고 믿는 순간, 공부의 방향은 어긋난다. 아이는 계산 절차를 기억해 답에 도달했을 뿐, 왜 그 절차가 필요한지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질문이 바뀌는 순간 멈춘다.
수학에서 ‘맞힘’은 결과이고, ‘이해’는 과정이다. 과정이 비어 있으면 결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시험에서는 통과해도, 새로운 문제 앞에서는 길을 잃는다. 아이가 문제를 풀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 목표가 결과에만 고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② 초등에서 시작된 개념의 공백
초등 수학은 친절하다. 수는 작고, 유형은 반복된다. 같은 모양의 문제를 여러 번 풀면 점수는 오른다. 이 시기에 아이는 ‘수학을 잘한다’는 감각을 얻는다. 그러나 이 감각은 조건부다. 문제의 겉모습이 바뀌지 않을 때만 유효하다.
중등으로 올라가면 조건은 달라진다. 한 문제에 여러 개념이 얽히고, 문장은 길어지며, 설명과 추론이 요구된다. 초등에서 충분히 다뤄졌어야 할 개념의 의미와 연결이 비어 있으면, 아이는 식을 쓰면서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 공백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초등에서 누적된 ‘설명 없는 풀이’가 중등에서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다.
③ 문제풀이 중심 수학의 결정적 한계
문제를 많이 풀리는 방식은 단기간 성과를 만든다. 점수는 오르고, 속도는 빨라진다. 그러나 이해가 빠진 반복은 응용력의 벽에 부딪힌다. 숫자만 바뀐 문제는 풀지만, 조건이 달라지면 멈춘다.
이 방식의 한계는 분명하다. 첫째,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지 못한다. 둘째, 반복이 쌓일수록 피로만 남는다. 셋째, 설명을 요구받을 때마다 자신감이 깎인다. 반대로 이해를 중심에 둔 학습은 속도가 느려 보일 수 있으나, 한 번 연결된 개념은 다른 단원과 학년으로 확장된다. 중등 이후 성적 격차는 결국 이 누적된 이해의 차이에서 갈린다.
질문을 바꾸면 수학이 바뀐다
이제 물어야 할 질문은 “몇 개 맞았니?”가 아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니?”다. 아이가 답을 말하기 전에 생각을 말하게 해야 한다. 틀린 설명도 괜찮다. 설명하는 순간, 아이는 자신의 이해를 점검한다.
초등·중등 수학은 속도의 경쟁이 아니라 방향의 선택이다. 문제를 더 주는 대신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 그 작은 전환이 아이의 수학을 바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