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래곤과 개구리가 공존하는 교실
“오늘 아침 제가 타고 온 드래곤은 지금 학교 옥상에서 쉬고 있어요. 아, 지난번에 먹은 초록색 초콜릿 때문에 잠시 개구리로 변했던 건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랍니다.”
이 황당한 고백에 아이들의 눈은 금세 커집니다. 누군가는 절대 속지 않겠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또 누군가는 저를 다시 요정으로 변신시켜 줄 붉은 젤리를 내밀며 진지한 협상을 시작하지요. 인공지능(AI)에게 “오늘 드래곤의 기분은 어떠니?”라고 묻는다면, AI는 수조 개의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확률 높은 답변을 내놓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답변에는 아이들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장한 미소’나, 젤리 한 알에 담긴 ‘존중의 무게’는 결코 담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모든 정답을 기계가 대신해 주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드래곤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엉뚱한 질문’입니다. 아이들이 북아트 교실에 들어서며 던지는 첫마디인 “오늘은 무슨 책을 만들 거예요?”라는 말은 세상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한 요구이자, 자신만의 우주를 향한 당당한 발걸음의 시작입니다. 이 질문이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은 단지 데이터를 소비하는 존재로 전락할 뿐이지요.
30년의 기록, 낡은 마녀의 가방 속에 담긴 미래
지난 30년 동안 저는 낡은 마녀의 가방처럼 딱히 숨길 것도 없는 보따리를 풀어 아이들과 함께 낯선 항해를 이어왔습니다. 그 시간 동안 세상은 참으로 빠르게 변했습니다. 종이와 연필의 시대에서 키보드와 터치스크린의 시대로, 그리고 이제는 생성형 AI가 인간의 창작 영역을 위협하는 지점까지 와 있습니다. 많은 이가 효율성을 외치며 더 빨리, 더 많이 배우는 법에 매몰되어 있지요. 심지어 독서와 글쓰기조차 수익화의 수단이나 입시를 위한 논술로 변질되어 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만드는 ‘스토리 팝업북’의 세계는 철저히 비효율적입니다. 연습지에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다시 완성지에 옮기며 팝업을 설계하는 과정은 기계의 눈으로 보면 낭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 비효율적인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휴식 같은 시간”을 보냅니다. 공부가 아닌 휴식으로 정의되는 이 창조의 행위는, 디지털이 세상을 뒤덮을수록 오히려 더 빛나는 우리 인류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알고리즘이 짜준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슴과 머리에 생각의 씨앗을 심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3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포기할 수 없는 본질입니다.
데이터의 층위 vs 사유의 층위
전문가들은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을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맞춤법을 지적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색칠을 나무라며 아이들의 상상력에 ‘평가의 추’를 매답니다. 아이들이 글쓰기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는 글쓰기 자체가 힘들어서가 아닙니다. 바로 어른들의 ‘눈먼 태도’와 ‘평가하는 습관’ 때문이지요.
아이들의 글쓰기는 어른들의 문법과는 전혀 다릅니다.
유명 동화작가가 쓴 글이라 할지라도, 실제 아이들이 써내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에 담긴 ‘특별함’은 따라올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들 이야기에 스스로 권위를 부여하고, 그 안에서 신비한 평형 세계를 유영합니다. 이를 지켜보는 파수꾼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르침’이 아니라 ‘오로지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스피노자의 말처럼, 비웃거나 탄식하지 않고 아이들의 예술적 열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데이터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한 인간의 ‘우주적 시공간’을 목격하게 됩니다.
실패할 자유가 만드는 진짜 아티스트
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까지 아이들은 수많은 변수와 마주합니다. 처음 계획보다 이야기가 길어지기도 하고, 팝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좌절하기도 하지요. 이때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정답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그럽게 실패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작업의 순서를 뒤바꾸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그 실패의 경험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창조자의 근육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연필을 쥐고 흘린 땀방울, 종이라도 뚫을 것 같은 눈빛으로 완성한 그 책 한 권에는 아이의 모든 열망이 담깁니다. 이것은 단순히 예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예술가의 탄생입니다. AI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이 ‘짜릿한 성취감’은 아이들에게 다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거대한 자부심이 됩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어린 아티스트’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결과물의 수준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책임지고 가꾸어나가는 그 당당한 ‘태도’ 때문입니다.
상상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밝힙니다
우리는 다시 질문 앞에 서야 합니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임을 증명할 것인가요? 《The Imaginary Pocus》는 그 답을 ‘상상’에서 찾습니다. 상상은 현실을 도피하는 환상이 아닙니다. 현실의 친구와 경험에서 출발하여,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현재로 끌어당기는 가장 구체적인 실천입니다.
아이들이 주머니에 숨겨놓은 빵 조각 같은 비밀을 들려줄 때, 그 미미한 파동을 알아채고 함께 기쁨의 춤을 추어줄 어른들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캄캄한 우주를 지나 우리 곁에 떨어진 어느 유성 같은 아이들이, 자신이 태어난 어둠을 기억하며 스스로의 빛깔을 잃지 않도록 지켜주는 파수꾼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상상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밝힙니다. 드래곤의 안부를 묻는 그 사소한 대화가 멈추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기술에 잠식되지 않고 더욱 찬란하게 빛날 것입니다. 당신은 오늘, 곁에 있는 어린 아티스트의 우주에 입장할 준비가 되셨나요? 그들의 낙서 같은 그림 속에서 반짝이는 진주를 발견할 준비가 되셨나요?
우리의 항해는 이제 시작입니다.
Imagination Lights The World!

















